한기총을 비방해왔던 일부 교단 및 인사들의 세(勢)가 전날 가처분소송 패소 후 급격히 약화됐을 뿐 아니라, 개혁이라는 본질에서 점점 더 벗어나 교권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대표위원장 유중현 목사, 이하 비대위)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예장 통합 박위근 총회장과 조성기 사무총장을 비롯해 백석 유중현 총회장, 합신 박종언 전 총무 등만 참석했다. 이들은 얼마 전 21개 교단 1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명단을 발표했지만, 본지 확인 결과 상당수가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었다.

유중현 목사는 이에 대해 “오늘 기자회견은 회장단이 아닌 비대위 주최”라고 해명했으나, 한 교계 관계자는 “한기총 정기총회 개최 불가를 외치는 비대위가, 총회 하루 전 기자회견을 열면서도 이렇게 적은 수가 모였다는 건 그 만큼 세가 약화됐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들은 19일 열리는 한기총 정기총회 불참을 선언하면서도, 한기총을 탈퇴하거나 분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17일 법원이 한기총 10.28 실행위 효력금지가처분을 기각한 것과 관련,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판결 주문이 아닌 이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찾아 읽는 등, 변명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한기총 개혁과 정상화”를 외쳤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건전한 대안이나 방향 제시보다는, 한기총 지도부에 대한 비방만 되풀이했다. 최근 이들이 개최한 기도회에 참석했던 김화경 목사는 “정치논리, 손익계산 속에 (한기총) 대표회장 탈환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금까지의 비대위 모임들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통합측이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통합측 사무총장인 조성기 목사는 사회를 보던 유중현 대표위원장 대신 나서 기자의 질문을 제지하기도 했으며, 오전 있었던 통합 증경총회장들 모임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