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지지부진한 경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에서 주택경기 부양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기를 꺼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관리들의 입에서 주택경기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금융정책 뿐 아니라 정부 전반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정부가 저지른 가장 큰 실정은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위기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과소평가한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재선을 위해서는 경제살리기가 필수적이지만 주택 경기가 이처럼 살지 못해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대출 문제가 경기부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이 문제를 진정시키는 것이 경기회복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주택가격에 비해 빚이 더 많은 이른바 '깡통주택' 보유자들에게 부채의 규모에 관계없이 채무재조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주택경기를 살려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성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특히 이런 주장은 금융통화 정책 범위 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극히 꺼리는 연준 관리들에서 많이 나온다. 이들은 금융통화 정책만으로는 경기를 부양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의회와 정부 차원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연준의 재닛 옐린 부의장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 연준 사람들은 경기가 탄력있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면서 "다른 정책 담당자들도 그 분야에서 역할을 더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주택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도 지난달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서 한 연설에서 채무자들이 집을 계속 보유하게 하면서 빚의 총액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채탕감 방안은 부채규모가 크지 않아 성실하게 이자를 내고 있는 일반 채무자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어 실행이 쉽지 않다.
공화당에서는 주택 대출문제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도록 놔두자는 입장이다. 정부가 개입해서 지원하지 말고 대출이 지나치게 많은 주택은 압류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처방은 주택시장이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 보다는 정치이념에 근거한 것으로 연준 관리들을 답답하게 만들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연준 위원인 엘리자베스 듀크는 "어떻게 이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됐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지금 주택 시장은 심한 불균형을 겪고 있으며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