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론 (교회에 대한 표현들-3)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다. 사전적으로 “나라”는 두 가지 개념을 갖고 있다. 하나는 통치 영역이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왕국의 개념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왕국은 왕, 백성, 영토의 세 요소로 구성된다. 이 세 요소 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한 나라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없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왕이시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백성들이다. 하나님의 통치 영역은 두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창조자의 관점에서 하나님이 지어 놓으신 모든 피조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구속사적인 관점에서 교회다.
왕국은 오늘날 현대 사회가 이해하는 국가가 아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를 예로 든다면, 대통령을 통치 수반으로 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는 삼권분립을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한다. 한 통치자가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다 행사 할 수 없도록 함으로서 국민의 권리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도록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국가 구조는 통치자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전제한다. 삼권분립은 하나님과 같이 완전할 수 없는 인간 통치자의 통치 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이다.

그러나, 고대의 왕국에서는, 왕이 완전하지 못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면서 “짐이 곧 국가다”라고 하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프랑스의 루이 14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태양왕”이라는 별호를 가진 절대 군주로서72년 동안 프랑스를 다스렸다고 한다.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라고 하는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자신이 독자적으로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왕국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다”라고 한 은유적 표현을 따라 교회의 특성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 할 수 있다. 첫째로, 교회는 하나님을 왕으로 하고 있는 신앙 공동체이다. 하나님은 믿는 모든 사람들의 절대적 통치자이시다. 하나님께서 믿는 모든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하여 법을 만드시고 집행하시고 관장하신다. 하나님께서 입법자이시고, 재판장이시며, 행정가이시다. 이런 뜻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에서 절대적 권위를 가진다. 율법과 복음의 말씀이 하나님께서 입법권과 사법권을 행사하시는 절대적 기준이라고 하면, 하나님의 주권적이고 섭리적 역사는 우주만물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말미암아 구속 받은 하나님의 모든 백성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하여 지혜로운 행정가로써 하나님께서 친히 자신의 왕국을 경영하시는 통치행위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나님을 왕으로 공경하고 순복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왕이 백성들의 안녕과 행복을 책임진다면, 백성들은 그 왕을 공경하고, 왕이 제정한 법을 지키며, 그에게 충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애국이라는 관점에서 말하면,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왕되신 하나님께 대한 공경심과 충성심으로 하나님의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의 존속을 위하여 목숨을 다하는 헌신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할 수 있다.

왕에 대한 불복은 반역이며, 왕국을 대적하는 자들에게 유익을 주는 모든 행위는 이적행위이며, 이적행위를 통하여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모든 행위는 매국적 행위가 된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에게 불복하는 것은 반역이며 (여기서 “사단”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나님의 교회를 대적하는 자들에게 유익을 주는 모든 행위는 이적 행위이며, 그런 이적 행위를 통하여 무형적인 것이든, 유형적인 것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모든 행위는 하나님의 나라를 팔아 먹는 매국적 행위가 된다.

셋째로, 하나님의 통치 영역은 교회와 우주만물을 포함하는 광대한 영역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통치 영역의 중심에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교회는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이다 (에베소서 1장 23절). 하나님께서는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기를 원하신다 (10절). 하나님께서 지어 놓으신 모든 세계가 아담의 타락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저주 아래 놓이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의 통치를 포기하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주 만물을 붙들고 계시고 (히브리서 1장 3절), 만물의 회복을 위하여 구속의 역사를 이루어 가고 계신다 (로마서 8장 19절-23절).
또,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하여 “하늘에서 정사와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고 하셨다 (에베소서 3장 10절).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정사와 권세들”은 선악간 하늘에 있는 천사들을 통칭한다고 본다. 에베소서 6장 12절에는 같은 말들을 사용하여 “정사와 권세들”이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로써 믿는 사람들이 전신갑주를 입고 영적 싸움을 하여야 할 대적들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서, 하나님은 모든 믿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 오셔서 그들을 다스리시기를 원하신다. 사도 바울은 육신을 따라 사는 사람과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을 대조적으로 비교하면서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치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음이라 육신에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로마서 8장 7절, 8절)고 했는데, 이것은, 상대적으로,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법에 순복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을 뜻한다. 예수님은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 문 밖에 서서 사람들이 마음 문을 열고 예수님을 영접해 드리기를 원하고 계신다 (요한계시록 3장 2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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