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내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지난 8일 미국에서는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미시시피주와 캔터키주의 주지사를 새로 선출하고 볼티모어와 휴스턴, 인디애나폴리스,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등 8개 대도시의 시장도 새로 뽑았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와 가까운 정치 1번지 버지니아주에서는 상원 선거도 있었다.
결과는 공화당의 우세였다. 버지니아주 상원선거에서 공화당은 40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으로부터 2석을 가져오면서 20석을 확보해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했다. 20 대 20으로 동률이지만 빌 볼링 부지사(공화)가 상원의장으로 투표권을 갖고 있어 공화당이 다수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미시시피주에서도 부지사였던 공화당 후보가 승리해 같은 당 소속의 전임 지사의 뒤를 잇게 됐다. 켄터키주에서만 민주당 소속 현직 주지사가 연임됐다.
하지만 공화당은 지금 충격에 빠져있다. 주지사와 주의원을 교체하는 이번 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4건의 주민투표 결과 때문이다. 통상 미국의 각 주는 대선이나 총선 등이 아닌 선거를 활용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사안들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곤 했다.
이번의 경우 특히 주제가 흥미로웠다. 미시시피주의 경우 주헌법에 규정된 '사람'의 개념을 확대해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인격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찬반투표가 실시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법 제정이 무산됐다. 민주당과 낙태론자들의 승리로 평가된다.
조지아주에서는 `일요일 주류판매 허가'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를 벌였다. 여기서도 보수층은 패배했다. 127개 시·카운티 가운데 110곳에서 이 안건이 통과된 것이다. 보수적인 남부를 대표하는 조지아주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자 백인 보수층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공공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공화당내 극우 보수세력인 티파티가 주도한 법안이었다. 그러나 주민투표에서 이 법안은 반대 62%, 찬성 38%의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됐다
애리조나주에서는 처음으로 주 상원의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있었다. 소환대상이 된 러셀 펄스 의원은 지난해 미국 전역에 논란을 초래했던 초강경 이민자 단속법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애리조나주를 대표적인 반이민 지역으로 만든 책임을 묻겠다며 주민들이 '궐기'한 것이었다. 그 결과 펄스 의원은 45%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미 정치권은 분주하다. 특히 공화당의 경우 극단적 보수성향의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 만큼 내년 대선 전략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민심의 동향'을 감지한 만큼 일자리 창출 등 경제문제에서 확실한 점수를 딸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2011 지방선거의 교훈'이라는 기사를 통해 "민주당의 저력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