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감상이 취미입니다. 최근에 본 영화 가운데 현실과 환상이 뒤범벅이 ‘Pan's Labyrinth(판의 미로)’라는 영화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린 소녀입니다. 30 년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남편을 사별한 소녀의 어머니가, 공화정을 지지하는 좌파 게릴라를 토벌하는 우파 토벌부대장과 결혼하여 현지 부대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영화의 주인공 소녀는 두 세계를 동시에 삽니다. 현실적인 세계는 잔혹하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소녀는 동시에 또 하나의 세계를 삽니다. 산림과 들의 신인 판과 요정이 있는 환상의 세계입니다. 이 세계에서 소녀는 자신이 집을 뛰쳐나온 공주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두 세상은 서로 영향을 줍니다. 어머니가 임신 중에 심하게 하혈을 해서 의사가 포기했을 때에 판이 마술 처방을 해주어서 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하게 됩니다. 의사는 의아해 하면서 “이유 없이 갑자기 상태가 호전이 되었다”고 진단을 내립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이 소녀는 사악한 의붓아버지가 쏜 권총에 맞아 죽습니다. 그러면서 화면에 두 세계가 겹쳐집니다. 하나는 소녀가 피 흘리며 서서히 죽어가는 비참한 모습입니다. 또 하나는 돌아온 공주를 환영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 소녀가 보좌에 앉은 친 아버지와 소녀가 죽기 직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입니다. 소녀의 죽음은 이쪽 편에서 보면 이별이고 슬픔이지만, 반대편에서 보면 만남, 귀환, 그리고 기쁨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말할 것도 없이 허구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크리스천도 이 영화 주인공처럼 눈에 보이는 현실의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를 동시에 살고 있지 않는가는 생각을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는 사단이 지배하는 어둡고 암울한 세계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는 주님이 다스리는 밝고 아름다운 세계입니다.

두 세계를 동시에 사는 크리스천은 어느 편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괴로울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사라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은 영원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세상이 진짜이며, 어느 세상에 시선을 두고 살아가야할지 답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