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허먼 케인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잇단 성희롱 의혹 제기에 이어 구체적인 성추행 정황을 공개적으로 증언한 네번째 피해 여성 등장 이후 공화당원들의 동요가 본격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조사전문기관인 입소스가 8일 공개한 긴급 여론조사결과 공화당원의 40%는 네번째 피해 여성의 폭로 이후 케인에 대해 "덜 지지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 39%의 공화당원들은 1997년 케인의 성추행 사실을 밝힌 피해여성 섀런 바이어릭의 전날 폭로가 진실일 것이라고 답한 반면 38%는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이어릭이 전날 제기한 `생생한 의혹'이 공화당원과 운동원들에게 케인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인의 성희롱 추문이 처음 제기된 이후 지난 8일간의 공방과는 달리 이번에는 피해 여성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온데다가 케인의 성추행 진술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기 때문에 파장이 클 것이라는게 미 언론의 진단이다.
케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그동안의 세명의 피해 여성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성희롱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네번째 피해 여성인 바이어릭은 전날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케인)는 나를 사무실로 데려가는 대신 갑자기 내 치마 아래를 통해 손을 다리 사이에 넣은 뒤 성기를 만졌다. 또 내 머리를 잡아서 자신의 사타구니쪽으로 밀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나온 뒤 공화당원들 사이에는 케인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케인과 선두를 다투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ABC방송에 출연, "이것들은 심각한 의혹"이라면서 "심각히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전략가인 대니얼 셔너는 "말로 한 희롱이 아니라 육체적 희롱이라는 점에서 이번 건은 처음 제기된 의혹"이라면서 "케인이 무조건 부인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헤일리 바버 미시시피 주지사도 보수성향의 잡지 내셔널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가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사람들이 이를 진실로 믿는다면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아이오와주의 공화당원인 크레이그 로빈슨은 "이번 건은 상황을 변화시켰다"면서 "지난주까지만 해도 케인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모든 의혹들이 익명의 사람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꽤 통속적으로 밝힌 한 여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케인은 전날 밤 ABC방송의 코미디프로에 출연한 자리에서 "한 치의 진실도 없다"면서 "날조된 주장들"이라고 성추행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바이어릭은 이날 "케인이 앞으로 나와서 이 문제를 끝내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면서 "나의 모든 목표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 두 사람간의 진실 공방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