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학교에는 폭설로 인한 휴일을 일컫는 `스노데이'(snow day)가 있다. 기간이나 시점은 학군별로 교육청이 알아서 정하는데 연중 사흘 정도가 가장 많다. 통상적으로는 눈이 많이 내리는 12월부터 2월 사이에 실시된다. 그런데 올해는 겨울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스노데이를 모두 써버린 학교가 적지 않다. 지난 주말(10월29일) 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폭설에서 비롯된 정전사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저지와 뉴욕, 코네티컷주(州) 등의 각급 학교들이 평년보다 이른 11월에 스노데이 휴일을 실시하는 바람에 학부모와 학생, 교육당국의 일상생활이 엉망으로 되어버리는 등 이 지역 주민들이 `가을 폭설'의 후유증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부러지거나 뽑힌 나무들을 치우면서 교통은 점차 정상화되고 있으나 상당수 지역에서는 닷새가 지난 이날까지도 전기가 복구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휴교령이 지속되면서 학생들은 때아닌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학부모와 학교당국은 학사일정을 비롯한 각종 스케줄을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저지주의 밀번 학군은 연간 사흘로 정해진 스노데이를 이번주에 다 써버렸다. 이 학군에 있는 7개 학교 중 3곳이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인터넷과 전화도 여전히 불통이다. 인근의 티넥 학군도 휴교령이 해제되지 않았다. 전기는 차치하더라도 도로 상황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스노데이로 부족해진 수업일수는 여름방학인 내년 6월에 채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코네티컷의 웨스턴 학군은 연간 9일인 스노데이를 이번에 모두 소진한다. 정전에 따른 휴교령으로 이번주에 닷새를 쓴다. 나흘은 지난 여름 허리케인 `아이린'으로 개교가 늦춰지면서 이미 사용했다. 휴교령이 다음주로 연장될 경우 봄방학을 단축해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웨스턴 학군의 교육장은 "모든 사람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지역 학군들도 마찬가지다. 정전으로 인한 휴교가 장기화되면서 수업과 운동경기, 클럽행사, 가을축제 등이 줄줄이 연기됐다. 쉬는 날이 스노데이로 처리됐음은 물론이다.
예기치 않은 방학을 맞게 된 학생들도 즐겁지만은 않다. 이번에 쉰 날 만큼 나중에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아무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놀게 된 아이들의 일정을 조정하는데 골머리를 앓는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밀번 고등학교 1학년생인 사라 포겔은 "스노데이 휴일을 사흘 연속 즐길 수 있는 것은 분명 환상적인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방학이 줄어든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스노데이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많은 학생들이 대학 수시 진학을 앞둔 고교 3년생이었다. 수시 지원 마감을 전후해 폭설이 쏟아지고 전화도 끊기면서 본인이 희망하는 학교로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눈으로 지금까지 최소한 76개 칼리지가 원서 마감 시한을 연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저지와 코네티컷의 공립학교는 연간 180일의 수업일수를 채워야 한다. 스노데이는 학군별 교육청이 알아서 정하는데 지난 1월 뉴저지학교위원회협회(NJSBA)의 조사에서 절반은 연간 사흘, 25% 정도는 이틀, 나머지는 나흘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스노데이가 하루도 없다는 학군도 있었다.
NJSBA의 마이크 야플 대변인은 "이렇게 일찍 스노데이가 소진된 경우는 과거 단 한번도 없었다"며 "최악의 날씨는 12∼2월에 집중되지 않느냐"며 당혹스러워 했다.
뉴저지 티넥 학군의 바버라 핀색 교육장은 대부분 학무모들은 휴교령이 지속되는 것을 이해한다는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왜 이렇게 길어지느냐며 항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