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미국 시카고 도심에 다소 충격적인 마네킹들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이날 도심 주요 도로 중 하나인 웨커드라이브 도로변 곳곳에 32개의 마네킹을 설치했다. 이 마네킹들은 지난해 시카고에서 보행 중 자동차에 치여 사망한 32명의 교통사고 피해자를 상징한다.
남녀 두 종류로 제작돼 도로와 인도 사이 가로수 장식대 옆에 1-2개씩 세워진 마네킹은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었고 이목구비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티셔츠에는 '지난해 시카고에서 사망한 32명의 보행자 중 한 명'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시카고 시는 운전자들에게 보행자 보호 의무와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치명적 인명 피해를 가능한 한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연방 고속도로 교통안전위원회 후원을 받아 이처럼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게이브 클라인 시카고 시 교통국장은 "(마네킹 설치가) 다소 충격적인 방법일 수 있겠지만 운전자들에게 실제 생명을 생각하면서 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카고에서 발생한 보행자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3천 건에 달한다. 시카고 시는 마네킹 설치 이외에도 주택가 횡단보도에 안전 깃발을 설치하고 버스 정류장과 휴지통, 도로 안내판, 택시, 학교, 노인센터 등에 교통안전 경고문을 부착해나가기로 했다.
시카고 시는 자체 연구조사 결과 자동차와 보행자 간 충돌의 80%가 교차로에서 발생하고 교통사고 피해자 대부분이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양보 신호를 무시한 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