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공포의 백색가루'로 불리는 탄저균에 대처할 수 있는 백신의 어린이 대상 임상실험을 놓고 미국에서 찬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9ㆍ11 테러 이후 현실화된 탄저균 위협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격 가능성만을 전제로 어린이들에게 백신 실험을 하는 것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자문기구인 생체방어과학위원회(NBSB)는 28일 회의를 열어 지난달 산하 실무그룹이 권고한 `어린이 대상 탄저균 백신 실험'에 대한 찬반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무그룹을 주도했던 미국어린이의학센터(CNMC)의 대니얼 패그부이 박사는 "(탄저균) 공격을 기다렸다가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에게 백신을 투여하고 자료를 취합하길 원하느냐, 아니면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을 방법을 찾아야 하느냐"라며 실험 필요성을 주장했다.
탄저균 백신은 성인들에 대해서는 폭넓게 실험이 실시됐으며, 군(軍)에서는 260만여명에게 투여됐다. 특히 국방부는 바이오테러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을 비롯해 중동지역과 한국에서 15일 이상 주둔하는 군인 등을 대상으로 백신 투여를 지시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탄저균 백신 재고량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11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나 아직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실험이나 투여는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어린이 대상 임상실험의 경우 부작용이 거의 없거나 의약품의 투여로 직ㆍ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만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DC 소재 어린이 인권보호 단체인 `퍼스트 포커스'의 브루스 레슬리 대표는 "핵심 질문은 `도대체 왜(why)'라는 것"이라면서 "쓸데없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려선 안된다"고 말했다. 어린이 백신 투여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메인주의 메릴 네스 박사도 "명확한 과학적, 의학적인 효과도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린이들을 위험 속으로 밀어 넣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대 존 브래들리 교수는 "우리의 임무는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믿을만한 위협이 있다면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최고의 길은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에서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언론사와 상원의원 사무실에 탄저균이 담긴 우편물이 배달돼 5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