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AP=연합뉴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사망원인이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살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고흐가 질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것이 이제까지 정설로 전해져 왔다. 그런데 미국의 두 전기작가가 10대 소년 2명이 고흐에게 치명적인 총격을 가했고 그 상처로 사망했다고 주장함으로써 파문이 일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스티븐 나이페와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가 '고흐 평전'에서 만성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던 고흐가 임종하면서 자신에게 총격을 가한 두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자살을 시도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함으로써 논란은 시작됐다.
나이페는 지난 16일 CBS 프로 '60분간'에서 "고흐는 자신의 살인자를 감쌌다"고 주장했다.
이에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의 레오 얀센 큐레이터는 "그들의 주장에 필요한 증거가 부족한 만큼 그들의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고흐가 임종시 남긴 말을 그대로 믿어왔다"고 말했다.
사실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자살설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당시 상황을 되돌아 보면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
당시 고흐는 가슴에 총상을 입고 그가 머물고 있던 오베르-쉬르-우아즈의 하숙집으로 겨우 돌아온다. 그리고 30시간 후 임종 시에 동생 테오, 몇명 의사 그리고 경찰에 그림을 그리다가 자신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말을 남긴다. 문제의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이페와 스미스는 이제까지의 정설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신병력을 갖고 있는 고흐가 어떻게 총기를 구입했으며 그 총기는 어떻게 됐나? 총상을 입은 각도를 보면 자살이라 하기 어렵다. 쉽게 심장에 총구를 겨누지 않은 이유가 있는가?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어떻게 2km 이상 걸어 하숙집으로 돌아왔는가? 그리고 화구를 어떻게 됐는가?
전기작가들은 이같은 의문과 함께 한 예술사가가 지난 1930년대 오베르-쉬르-우아즈를 방문해 사건 당시 생존자들로부터 고흐가 두 소년으로부터 우발적으로 총격을 받았다는 증언을 들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게다가 르네 세크레탕이라는 한 사업가가 1956년 "죄책감에 사로잡혀" 한 인터뷰가 또 다른 증거가 등장한다. 그는 어렸을 때 인기가 있었던 미 서부극에 심취한 나머지 고흐의 머물던 여관주인으로부터 총기를 빌렸는데 고흐가 그것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세크레탕은 또 그들 형제가 사람들과의 교류에 갈망하고 있던 고흐를 놀렸다고 털어놓았다. 고흐의 커피에 소금을 넣는가 하면 자기들의 여자 친구들을 시켜 거짓으로 고흐를 유혹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총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질문이 없었으며 세크레탕은 다음해 사망했다.
나이페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소년들이 총기사건에 관여돼 있다. 우발적 사고 혹은 고의적인 행동이었을 것이다. 카우보이 놀이를 하다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장난으로 총기를 고흐 가슴에 들이밀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기 작가들은 고흐가 하여튼 총상을 입었으며 소년들은 총기와 화구를 갖고 도망갔으며 측부엽 간질을 앓고 있던 고흐는 "소년들을 보호해 주기로 하고 이렇게 죽는 것을 받아들였다. 결국 소년들이 그에게 좋은 일을 한 것으로 고흐는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얀센은 고흐가 그의 편지에서 "사는 것이 싫증이 난다"고 밝히면서도 자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고흐가 임종시에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 등 전기작가들의 주장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타살설을 수용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