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다시 버스 투어에 나섰다. 방문 지역은 내년 대선 승리를 노린다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주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이 지역에서 지난 2008년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지만 승리했던 오바마 대통령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 조사 결과는 이들 지역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공화당 주자와 박빙을 이루거나 열세라고 전하고 있다.


3일간 진행될 투어 첫 일정인 노스캐롤라이나주 프레처에서 예상대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지난달 의회 합동연설을 통해 제시한 4천470억달러 규모의 '일자리 법안(American Job Act)'을 지체없이 통과시켜달라며 의회, 특히 공화당을 압박했다. 일자리 법안은 지난 11일 주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연방 상원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진정한 일자리 창출법안"이라고 규정한 뒤 청중들에게 "당신들이 선출한 그들이 옳은 일을 하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일자리 법안에는 350억달러를 투입해 교사들과 경찰관, 소방관들의 해고를 막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1천50억달러를 쏟아부을 것이라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일자리 법안을 제시한 지 어느덧 6주가 지났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통과가 지체되고 있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최근 미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고 있는 반(反) 월가 시위대의 열기를 접목했다. 공화당이 하려는 것은 바로 "월가가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게 하도록 놔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대통령이 당파적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며 발끈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 대변인인 브렌던 벅은 "대통령이 공화당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보다 노골적인 당파적인 연설을 한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면서 "우리는 고통을 겪는 미국민들을 위해 당장 협조할 수 있지만 그러자면 백악관이 대선 캠페인보다는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월가와 공화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행보는 갈수록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월가 시위대가 주창하는 이른바 '99%'를 우군으로 삼고 공화당을 백만장자가 1%의 부자들을 옹호하는 세력으로 인식시키려는 고도의 선거전략이 오바마 재선진영에 의해 채택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열린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관 헌정식에서 "킹 목사는 우리가 월가의 무절제와 맞서 싸우길 원했을 것"이라고 말해 월가 점령 시위대에 대한 지지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앞서 그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표현 수위가 훨씬 짙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투어를 통해 더욱 분명한 전선(戰線) 형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수록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진보진영의 지지와 일반 대중의 호응을 유도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몸짓은 더 화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첫 번째 버스 투어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주자에 대한 비공식 지지율 투표인 '에임스 스트로 폴'이 개최되며 공화당의 대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데 대한 맞불 작전 성격이 짙었다.


미 정치권은 특히 벌써 한 달째 진행되고 있는 월가 점령시위를 놓고 양분되는 분위기다. 시위대에 한발 다가가려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이에 맞서는 공화당 진영이 내년 대선까지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이라는 게 미 언론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까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애슈빌, 제임스타운을 거친뒤 버지니아주의 엠포리아로 이동하고, 19일에는 버지니아주 랭리에서 미셸 여사와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