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의 고등학교가 성적에 따라 학생증 색깔을 달리 발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지역 신문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에 따르면 라팔마 케네디고등학교와 사이프러스고등학교는 지난 9월 개학과 함께 성적별로 색깔이 다른 학생증을 발급했다.
케네디고교는 캘리포니아주 학력 검정 시험 성적에 따라 상위 학생은 검은색, 중간 학생은 금색, 하위 학생은 흰색 학생증을 나눠줬다. 사이프러스고교도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검은색 학생증을 가진 학생들은 학교 운동경기 무료 입장, 학교 댄스파티 입장료 할인 등의 특전을 받고 금색 학생증도 일부 특혜를 받는다.
흰색 학생증 학생들은 아무런 특혜도 못받고 심지어는 구내 식당에서 검은색이나 금색 학생증을 지닌 학생들과 다른 줄에 서야 한다. 게다가 공책 표지 색깔마저 소지한 학생증에 맞추라고 지시해 누구나 학생들의 성적 수준을 금세 알 수 있다.
학생 1천400명 가운데 흰색 학생증을 발급받은 학생은 약 400명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청이 성적에 따른 학생증 구별을 중단하라고 학교에 지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교육청은 "취지는 좋지만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의 지시가 떨어지자 학부모와 전문가들이 저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을 그런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버틀러라는 학생은 "내가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렉스 히메네스라는 학생은 "(순위를 가리는) 운동 경기도 학교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느냐"면서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다른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UCI) 앤 메리 콘리 교수는 "하위권 학생에게 성적 향상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패배자로 낙인찍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사이프러스고교 벤 카펜터 교장은 "성적 우수 학생에게 상장을 주고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등 학교에서 전통적으로 해온 것도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교육부는 주 학력 평가 시험 성적을 공개하는 행위는 학생의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