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올해 노벨 평화상의 메시지는 갖은 억압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에 대한 `헌사'로 요약된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여성의 권리가 가장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여성 3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프리카의 첫 여성 대통령인 엘런 존슨 설리프는 그가 대통령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프리카 여성의 정치참여와 권익 신장을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리프 대통령이 제도권 안에서 활약했다면 설리프의 `동지'로 불리는 리머 보위와 예멘 여성운동가 타우왁쿨 카르만은 제도권 밖에서 정권의 탄압에 맞서며 여성 권익과 민주주의, 평화를 위해 투쟁한 인물들이다.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힌 성명에서 위원회가 3명에 대해 "여성의 위상 강화에 공헌했다"(설리프), "여성의 참정권을 얻어냈다"(보위), "여성의 권익을 위해 투쟁했다"(카르만) 등의 찬사를 쏟아낸 것은 이번 노벨상의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반면 위원회는 상당수 관측통들의 예상과 달리 세계사 2011년 페이지의 맨 윗줄을 장식할 사건으로 평가받는 `아랍의 봄'은 가볍게 건드리는 수준에 그쳤다.


당초 언론은 올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의 독재정권을 잇달아 무너뜨린 중동·북아프리카의 반독재 시위인 `아랍의 봄' 관계자에 주목했다.


2009년 취임 1년차에 불과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작년 `세계의 큰 손'인 중국 정부가 증오하는 류샤오보에게 상을 안기는 `깜짝쇼'를 했던 위원회였기에 올해는 세기의 대변혁을 이끈 젊은 영웅을 새 흥행카드로 삼을 것으로 본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흐메드 마헤르, 와엘 그호님(이상 이집트), 리나 벤 메니(튀니지) 등 언론에 자주 노출되며 `대표성'을 평가받은 인물들이 유력 수상자로 거론됐다.


비록 수상자 가운데 `아랍의 봄'의 영향권에 있는 예멘에서 살레 정권 퇴진 시위에 참여중인 카르만이 있지만 그를 `아랍의 봄'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게 중론이다. 실제로 투르뵤른 야글란드 노벨위 위원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카르만이 아랍의 봄 시위 시작 전부터 활동해왔음을 거론했다.


위원회로서는 아랍의 봄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다수인 점도 있지만 이집트,튀니지,리비아 등이 민주주의로 연착륙할지 알 수 없는 `진행중인 혁명'에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작년과 재작년에 그랬듯 올해 노벨 평화상도 정치적 논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나흘 앞둔 현직 대통령인 설리프 대통령에게 세계 최고의 영예를 안겼기 때문이다. 라이베리아 야당 측은 곧바로 강력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야글란드 위원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수상자 선정 당시 라이베리아 대선 일정은 고려할 수 없었다면서 "우리는 세계 평화를 위해 가장 큰 일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라는 알프레드 노벨(노벨상 창설자)의 유언을 직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