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울=연합뉴스) "잡스는 (발명왕) 에디슨이나 (전화기 발명가) 벨에 비견되는 인물이다.", "잡스는 애플 자체를 넘어 세상을 변화시켰다."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를 떠나보내는 미국 등의 IT업계와 전문가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애플을 구해낸 것은 물론이고 풍부한 상상력과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으로 IT 분야에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한 잡스인 만큼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IT분야 싱크탱크인 엔드포인트 테크놀러지의 로저 케이 소장은 5일(현지시간) "애플의 부활은 적어도 10년, 길게 보면 반세기만에 처음 있을만한 놀라운 사건"이라면서 "전체적인 영향으로 본다면 스티브 잡스는 토머스 에디슨이나 그레이엄 벨에 비견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애플 2 컴퓨터와 맥,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개발한 잡스는 애니메이션 발전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해 월트 디즈니와 비교되기도 한다.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은 "잡스는 지난 25년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CEO였다"면서 "예술가의 손길과 엔지니어의 비전을 독창적으로 결합해 이례적으로 훌륭한 기업을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시스코시스템즈의 최고경영자(CEO) 존 챔버스는 "잡스는 위대한 혁신과 디자인이 사람들을 어떻게 묶어놓는지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휴렛패커드의 CEO인 멕 휘트먼도 "잡스는 기술의 영향력을 실리콘 밸리의 울타리를 넘어서 느끼게 해준 대표적인 기업가 겸 비즈니스맨이었다"라며 "그가 시장에 가져온 혁신과 세상에 끼친 영감은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잡스는 휘청거리던 애플을 현재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이 회사의 시장가치는 2천850억 달러에 달한다. 시장가치로 늘 경쟁자 관계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2천200억 달러 수준이니 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잡스의 혁신경영에 힘입어 애플의 주당 가치도 엄청나게 올랐다. 애플사에 1천 달러를 투자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이는 4만3천달러가 돼 있을 것이다. 주가가 43배나 오른 것이다.
잡스는 회사를 키우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애플의 직원 수는 2000년대 초 8천500명 수준에서 지금은 4만6천명을 넘어선다.
IT 업계나 전문가들은 잡스가 단순히 애플을 살려낸 것뿐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킨 몇 안 되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가텐버그는 잡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8월 애플 CEO 자리를 현재의 팀 쿡에게 넘겨주자 "그의 유산은 이미 애플 자체를 훨씬 뛰어넘어 존재한다"고 말했다.
내부 알력으로 애플을 떠나 설립한 영화사 '픽사'는 "토이 스토리" 같은 블록버스터를 잇따라 내놓아 애니메이션 영화의 표준을 한 단계 높이고 영화도 컴퓨터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또 아이팟 MP3와 아이튠스 온라인 상점을 통해 음악산업도 흔들어 놓았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음악산업계는 온통 디지털 음악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 인터넷상의 범람하는 불법다운로드를 어떻게 막을지 씨름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의 애널리스트 찰스 골빈도 "소비자가 컴퓨터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는 잡스로부터 나왔다"며 "오늘을 우리가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식은 스티브 잡스 없이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홍보에도 특출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골빈은 잡스가 애플의 신상품을 먼저 손에 쥐려면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장사진을 치도록 했으며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소비자 설득력은 전설적인 것 이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증권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이런 잡스의 업적을 감안해 10년 래 최고의 CEO로 스티브 잡스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