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두주자로 여겨졌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공화당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때 '인기몰이'를 했던 페리 주지사는 TV 토론 등에서 '어이없는' 말실수를 거듭해 스스로 점수를 까먹고 있고, 롬니 전 주지사는 공화당 주자로 과연 적합한가라는 정체성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약체로 여겨졌던 피자 체인 최고경영자(CEO) 출신 허먼 케인이 비공식 예비투표(스트로폴)에서 돌풍을 일으키는가 하면 `다크호스'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출마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케인은 지난 주말 보수단체인 티파티가 시카고 교외도시 샴버그에서 실시한 스트로폴에서 승리를 거뒀다. 케인은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플로리다주에서 실시한 스트로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미 전역의 성인 1천2명을 대상으로 '만일 오늘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페리 주지사와 같은 지지율(16%)을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는 롬니 전 주지사(25%)였지만 지난달 초에 실시한 조사에서 불과 4%였던 케인의 약진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지난달 조사에서 지지율 29%로 1위였던 페리 주지사가 16%까지 추락한 것은 최근 공화당 경선 판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흑인으로 코카콜라와 버거킹 등의 중역을 거쳐 피자 체인 '갓 파더스 피자'의 CEO를 지낸 케인은 페리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극우성향의 공화당원들을 파고 들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케인은 강한 국방과 세금 인하를 주창하는 등 보수 강경파들을 대변하고 있다.


케인의 부상이 일시적인지 여부는 좀 더 봐야 하지만 내년 1월초부터 지역별 예비경선이 시작되는 '촉박한 일정'을 감안할 때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WP와 ABC방송의 공동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5%가 공화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케인과 더불어 미 정가가 주목하는 공화당 잠룡은 크리스티 주지사이다. 지난 2009년 민주당의 아성인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혜성같이 등장한 크리스티 주지사에게 공화당원들이 열렬한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4일에도 다시 한번 "출마하지 않겠다"며 기존의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을 꺾을 유력주자를 원하는 공화당원들이 그를 그냥 놔둘지는 두고볼 일이다. 특히 심각한 경기 침체로 오바마의 인기가 추락할 경우 136kg의 거구(크리스티)가 날렵한 변신행보를 할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서 미국 대선를 향한 열기는 시나브로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