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부터 지금까지 볼리비아 선교사로 헌신해 온 정은실 목사(UCEBOL 창립 및 총장, 2008년 노벨 평화상 후보 5위)의 정영자 사모가 오는 토요일 열리는 ‘여교역자 및 사모들을 위한 특별 세미나’ 주 강사로 나선다.

30년간 한 선교지에서 헌신하며, 개척자로 굵직한 일들을 해나가는 남편을 내조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열악한 환경 가운데 세 자녀(정치현, 성현, 수현)를 모두 의료 선교사로 키워낸 정영자 사모는 ‘세상에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결국 하나님께만 매달렸고, 좋으신 하나님께서 약한 자를 통해 당신의 일을 행하셨다”고 수줍은 고백을 했다.

다음은 정영자 사모와의 인터뷰 내용.

-30년 전 볼리비아 선교사로 가게 된 동기와 과정을 설명해 달라.

“1982년 한국 기독교 백 주년 기념선교사로 교단에서 보냈기 때문에 순종해서 갔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간 것이다. 가보니 무척 낙후된 환경이었지만, 선교사니까 선교를 최우선으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가려고 할 때 우리가 첫 선교사이기도 하고 한국과 현지 사이의 괴리감으로 많은 오해도 있었다. 게다가 1984년에 볼리비아가 공산화 되면서 현지 교민과 선교사는 모두 철수하는 상황이었는데, 우리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곳이니 머물자고 결심하고 남았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그때부터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생전 해보지 않은 흙일을 해가면서 교회를 짓고 대학을 세웠다.”

-선교사이자 ‘어머니’로서 낙후된 현지에서 자녀양육이 쉽지 않았을 텐데…

“교육자 출신이라 아이들 교육에 대한 욕심이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선교사로 파송된 이상 아이들도 현지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세 아들 모두 직접 공사장 일을 하면서 옷도 한국에서 지원물자로 오는 헌 옷 입히고, 잘 먹이지도 못했다. 나는 우물을 파다 죽을 뻔하기도 하고, 목사님은 목재일 하다 손가락이 잘리기도 하고…어려움이 많았다.

한번은 장남(정치현 목사)이 리어카를 끌다 쓰러져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영양실조에 간염이라고 했다. 이대로 두면 죽는다고 입원시키라고 했는데 수중에 돈이 50불 밖에 없어서 의사의 만류에도 입원비 25불을 지불하고 하루 만에 퇴원시켰다. 링겔이나 약도 하나도 못 사고… 그저 누운 아들을 앞에 두고 기도할 뿐이었다. 아버지 정은실 목사님이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심정으로 살리시려면 살리시고 데려가시려면 데려가시라고 기도했다. 기도 이후 점차 기적적으로 회복 됐다.

집도 월세를 주고 사는데 집주인이 계약과 달리 볼리비아 화폐가 아닌 한참 가치가 뛰던 달러로만 집세를 내라고 해서 버티다가 아버지가 감옥에 갇힌 것도 세 번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집에서 나와 전기도 물도 화장실도 없는 변두리에 천막 같은 집을 짓고 살았다. 극심한 가난 속이었지만 아이들은 건축도 열심히 돕고, 집회에 따라다니고, 공부도 하면서 잘 자라줬다. 세 아들은 우리 가정에 자녀일 뿐 아니라 친구이자 선교의 동역자였다.”

▲정영자 사모와 장남 정치현 목사.

-사모님 역시 위장암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었다고 들었다.

“1990년부터 대학을 시작해 1998년에 과로와 피로가 심해 진료를 해보니 위장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위의 80퍼센트를 제거하고, 후에 나머지 20퍼센트를 제거하고, 1년 후에 수술 부위에 문제가 생겨서 두 번 더 수술을 했다. 몇 년 더 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선교지로 돌아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린이 선교를 위한 유치원을 시작했다. 그런데 건강이 좋아져서 이 아이들을 위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사역이 연장됐다. 그 학교 이름이 Gloria다. 연약한 나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만이 드러나길 바랬다. 지금은 며느리들이 이걸 맡아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선교의 현장에서 선교사로 사모로 헌신하고 있는 이들과 이민목회 현장의 사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모라는 것은 이름도 빛도 없이 제일 수고해야 하는 자리가 아닐까 한다. 사모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목회에 50퍼센트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 사역과 선교의 자리에서 앞장서기 보다는 뒤에서 내조하는 게 큰 역할임을 기억하면 좋겠다. 내조라는 것은 영력으로, 건강으로, 목사님과 자녀들을 감싸는 넓은 아량을 갖는 것이다. 또 남편을 ‘한 사람’으로만 보지 말고 ‘하나님의 종’으로 보고, 내가 사람에게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종을 섬긴다는 마음가짐으로 그 수고의 자리에 서 있길 바란다.”

한편, UPCA(Union Presbyterian Church of America)에서 주최하는 이번 세미나 시간은 17일(토) 오전 10시 30분, 장소는 세계선교센터(2400 Callie Steal Rd. Laurencebille.GA 30045)이다. 회비는 무료(점심과 선물제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