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경적인 새로운 교회 모델로 이머징 교회가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 교회와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 전통적 교회와 구별되는 성경적 의미의 교회 회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교회 운동)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1. 구조의 차이
한 조직의 구조는, 그 조직의 사명이 무엇이며 그 조직이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 집단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비전과 사명과 목적이 통합되어 구조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도 사역의 구조를 살펴보면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 교회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 교회와 이머징 교회를 삼중 구조로 볼 때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 교회의 삼중 구조는 바깥쪽의 가장 큰 원이 구원의 확신, 중간 원이 구원의 기쁨으로 나타나는 교회 안에서 봉사하는 삶, 안쪽의 작은 원이 구원의 감격으로 나타나는 세상에서 전도하는 삶이다. 그러나 이머징 교회는 가장 큰 원이 세상, 중간 원이 교회, 작은 원이 신자 개인으로 되어 있다. 이는 세상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서의 교회를 강조한다. 이머징 교회는 “땅끝까지 가라”는 지상명령의 비전을 좇아 안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화살표를 그린다. 이는 사도행전적 열정을 대표한다. 중심의 작은 원인 나에서 시작된 복음의 영향력이 교회로 옮겨지고, 다시 교회에서 세상으로 전개되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 방식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2. 비전의 차이
지금까지 복음 전도는 개인을 구원하는 것이 목표였다. 개인을 구원하고, 구원의 확신을 갖게 하고, 주님의 제자로 양육하는 것이 전통적 교회의 목표였다. 반면 이머징 교회의 비전과 목표는 교회 개척이다.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도구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는 더 많은 교회가 필요하다. 단순히 교회 숫자를 늘리자는 뜻은 아니다. 구원받은 사람이 자신의 영적 성장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을 통해 작은 교회가 개척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을 말한다. 셀 교회, G-3, G-12, 가정 교회, 작은 교회 배가 운동 등이 다 그 같은 비전을 담고 있다. 교회는 전도를 통해 더 많은 작은 교회를 개척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구원받은 사람의 숫자에 관심하기보다는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배가 운동이 사도행전적 비전이다. 교회 배가를 통한 하나님 나라 확장에 전념하는 교회, 이것이 이머징 교회의 비전이다.

3. 목회 주체의 차이
“목회의 주체는 누구인가?” 전통적 교회에서 목회는 목회자가 전담하고,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목회 전문가인 목회자가 영적 권위를 주장하며 목회를 담당한다. 이머징 교회에서 목회의 주체는 성도다. 이 같은 목회 주체의 변혁을 일컬어 “평신도 목회”라 부르기도 한다. 목회자는 성도들이 목회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훈련하는 목회 코치이며 목회 감독이다.
이머징 교회는 종래의 중앙집권 구조를 해체하여,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 목회의 권한을 위임시키고 있다. 평신도가 목회하던 초대 교회의 길거리 목회, 가정 목회를 이 시대에 다시 재현하고 있다. 전통적 교회의 중심에는 목회자가, 이머징 교회의 중심에는 평신도가 있다. 목회자가 평신도를 훈련시켜 목회의 동역자로 세우는 것이 목회의 본질임을 역설한다.
폴 스티븐스(Paul Stevens)는 현대 목회의 최대 문제는 불완전하게 고용된 평신도와 과잉 고용된 목회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혼자 애쓰는 비극적인 목회자의 자화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반 목회자는 자신이 고립된 시골 보건소에서 일하는 의사와 같다고 느낀다. 그는 마치 외부 세계의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종합병원이나 전문의가 없는 깊은 산속에 있는 것 같다. 그는 지역 사람들을 잘 도와주고 싶지만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필요에 직면해 무력감만 느낄 뿐이다.”
모든 성도가 다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야 한다.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도 이 점을 지적했다. “신약성경의 가장 근본적인 진리는 몇몇 성도만이 아니라 모든 성도가 하나님의 사역자로 부름받았다는 사실이다. 기독교라는 열차에는 1등칸은 목회자 전용이고 2등칸은 일반 성도용이라는 구분이 없다. 신약성경에 사역자가 아니거나 전도자가 아닌 그리스도인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1986년 수원 형제침례교회를 개척하면서 이머징 교회의 새로운 교회상을 실험하고 구체화시키는데 20년이 걸렸다. 선교와 사회봉사 공동체로서의 교회로 전환하기 위해 교회는 선교와 사회봉사 체제를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넣어야했다.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교회' 제도를 만들고 첫 번째 지역교회를 분립개척하면서 한국교회에 새로운 교회상을 제시했었다. 수원지역을 동서남북으로 나눠 4개의 지역교회를 만들어 교회 속의 교회를 분양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하나씩 분립개척하는 방식이었다(현재 이 모델을 따라 목회하는 교회가 급증하고있다).
평신도 사역자를 세우기위해 오직 하나님말씀만을 가르치고 다양한 현장교육을 통해 삶으로서의 제자도를 실천하도록 가르쳤다. 평신도 사역자로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을 위해 다양한 현장중심의 실천계획을 세우고 교인들을 그리스도안에 성숙한 사람들로 세우려했었다. 무엇보다 성경적 교회비전을 가르치고 설득시키고 그 비전을 따라 헌신하는 교회로 만들고자 온 힘을 다했다.

그리고 20년.. 목사가 떠나도 교회 비전은 살아있는지 최종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형제교회의 비전이 목사의 비전으로 유물처럼 남을지, 아니면 교인들에 의해 계속 그 비전이 추구되는 생명력있는 교회로 성장할지 마지막 최종 테스트의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일년.. 20년동안 추구했던 성경적 비전은 1년만에 밑바닥부터 삭제되고 전통적 교회로 다시 되돌아가버렸다. 불과 일년만에 교회는 그렇게도 쉽게 모든 희생의 대가를 치루며 떠나왔던 애굽으로 되돌아가버렸다. 모든게 끝났다. 한국교회의 하나의 상징처럼 기뻐해주던 분들께 상처로 남고 말았다.

목사가 바뀌면 조직도 목표도 달라지는 교회라면 교회의 생명력은 어디에 있는가? 교회의 머리가 주님이시라면 주님이 바뀌지않으시는 한 교회의 비전도 목표도 달라져서는 안되는게 아닌가? 목사의 비전이 아니라 주님의 비전이 살아있는 목회이고 싶었다. 목사가 떠나도 교인들이 계속 성경적 비전을 추구하는 역동적인 성령의 공동체를 소망했었다. 하지만 목사가 떠나면 비전도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결심하게 되었다. 산호세중앙교회가 또 다른 실패한 교회로 남지않도록 더 정신교육을 강화하고 훈련에 힘쓰려한다.


조경호 목사(산호세 중앙 침례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