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뉴욕 세계무역센터(WTC)가 항공 테러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후 알-카에다의 '다음 공격 대상'이라는 소문에 시달려온 미국 최고층 빌딩 '윌리스 타워(Willis Tower, 구 시어스 타워)'가 9·11 발생 10년 만에 테러 공포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8일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9·11 발생 이후 임대율이 20% 포인트나 곤두박질쳤던 윌리스타워의 임대율은 현재 83%다. 9·11 직전 임대율이 98%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 완전한 회복까지는 멀었지만 경기침체의 영향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윌리스타워의 이전 명칭인 '시어스타워(Sears Tower)'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빌딩 중 하나였고 시어스타워 입주만으로도 기업의 위세를 상징했다.


그러나 9·11 이후 초고층 빌딩을 기피하는 테러 증후군이 확산되고 주요 입주 기업이던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Group Inc.)'와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 앤드 영(Ernst & Young U.S. LLP)' 등이 테러 위협을 이유로 퇴거해나가면서 윌리스타워는 위기를 맞았고 이는 시카고 부동산 시장과 비즈니스, 관광은 물론 도시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선타임스는 "윌리스 타워는 구조적 특성상 항공기 테러로 붕괴될 가능성이 낮다"며 "그간 '테러리즘'이 아닌 '오명'에 의해 붕괴 위협을 맞았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 2009년 이 빌딩이 시어스타워에서 윌리스타워로 이름을 바꾼 후 일반인들의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2009년 유나이티드항공이 12개층 6만㎡를 컨티넨탈항공과의 합병 후 본사로 사용하기로 계약하면서 윌리스타워는 새로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 랭 라살(Jones Lang LaSalle Inc.) 데이비드 매튜스 부회장은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면서 "더 이상 9·11 테러와 연관해 말하지 않는다. 다시 시카고 도심의 유명한 빌딩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9·11 이후 윌리스타워는 일반 관광객을 포함한 방문자 보안검색을 강화했으며 260개 이상의 빌딩과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분기별 대피 훈련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


경제 전문 웹진 시카고 비즈니스는 윌리스타워를 소유하고 있는 시카고의 '아메리칸 랜드마크 프로퍼티스(American Landmark Properties Ltd.)사'와 뉴욕 투자가 조셉 체트릿, 조셉 모이넌은 2004년 8억4천만달러에 매입한 이 빌딩을 최근 15억달러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108층, 442m 높이의 이 빌딩은 1973년 완공 당시 WTC 트윈타워를 누르고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1996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세워지기 전까지 최장기간 세계 최고층 빌딩 타이틀을 보유했다.


현재 미국은 물론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윌리스타워는 2003년 시어스 그룹의 명명권이 소멸한 뒤 2009년 영국에 본사를 둔 보험사 윌리스 그룹이 입주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윌리스타워에는 매일 8천~1만명이 상주 근무하고 103층에 위치한 스카이데크는 올해 14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