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미국 시카고 시(市) 주관으로 20년간 계속돼 온 '한인 추석잔치'가 올해부터는 사라지게 됐다. 시카고 시는 리처드 데일리 전(前) 시장(1989년-2011년 재임)이 취임한 지 2년 만인 지난 1991년부터 매년 가을이면 한인 최대 명절인 추석을 기념하는 잔치를 개최하고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지역사회 봉사를 통해 시카고 시 발전에 기여한 한인들에게 감사장을 수여하는 등 한인 사회와의 관계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왔다.
데일리 시장은 지난 해 10월, 7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도 시카고 컬추럴센터에서 추석잔치를 열었고 이 자리에는 400여 명의 한인들이 참석, 전통문화 공연과 함께 음식을 즐기며 한가위 기분을 나누었다.
그러나 지난 5월 람 이매뉴얼 신임 시장이 취임한 후 한인 사회와 시카고 시의 관계는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한인회 김종갑 회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례 행사였던 추석잔치 준비를 위해 시장실 산하 스페셜 이벤트 팀에 연락을 취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비용은 우리가 대겠다. 장소만 제공하고 시 주관 행사로 계속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장실 측은 다른 소수민족 커뮤니티와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면서 "이매뉴얼 시장은 선거 당시부터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낮게 평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1989년 시카고 시장 선거에서 데일리 캠페인의 아시아계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박해달 한인민주당위원회 상임대표는 "추석잔치는 데일리 시장 개인이 베풀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행사 비용이 사실상 시청 예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개인의 선거 자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데일리 시장이 처음 선거에 나왔을 때 한인 사회를 비롯한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큰 힘이 되어줬다"면서 "데일리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한인 추석잔치와 함께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독립기념일 축하행사 등을 열었고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항상 잘 챙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초반부터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던 이매뉴얼은 표가 얼마 되지 않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 그는 "이매뉴얼은 지난 선거에서 흑인 커뮤니티로부터 표를 많이 받았고 현재 흑인에게 호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선거 민주주의에서는 당연한 결과다"라고 평했다. 그는 "이매뉴얼은 자기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다. 추석잔치가 없어진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우선 순위가 다른 이매뉴얼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