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연합뉴스) 30일(현지시각) 오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트리폴리 국제공항. 반군이 통제하고 있는 공항 계류장에는 리비아 아프리키야항공(Afriqiyah Airways) 비행기 12대가 머물고 있었다. 여기에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버리고 간 전용기 1대도 주인을 잃은 채 발이 묶여 있었다.
A340-200 기종인 이 전용기는 외견상 다른 아프리키야항공 여객기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조종실 바로 아래층 기계실로 연결되는 계단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자 전혀 다른 풍경이 드러났다.
조종실을 지나자 좁다란 복도가 나타났고 복도 끝에 이르자 카다피의 침실이 있었다. 회색 가죽의 널따란 침대는 은회색 실크 이불과 베개 등이 놓여있었다. 침실 한쪽의 화장실과 샤워실 역시 한눈에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침실은 대낮인데도 침실 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침실에는 또 작은 라운지가 있었는데 서랍장 위에는 오디오가 놓여 있었고 서랍장 문을 열자 나무로 만든 체스판이 보관돼 있었다. 카다피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반군의 공세가 강화되던 지난 6월 국제체스연맹의 키르산 일륨지노프(49) 회장을 불러 한 판 둘 정도로 체스를 즐겼다.
카다피의 침실은 이 여객기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침실을 지나자 4개의 크고 작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배치된 회의실 겸 라운지가 나타났는데 특급호텔의 최고급 객실 수준으로 장식됐다. 검은색 천으로 덮인 테이블 주변에는 안락한 은색 가죽 소파와 고급 가죽 시트의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이 방은 10여명이 넉넉하게 앉아 대화할 수 있을 정도.
이어 구분된 객실에는 10명이 마주 앉는 방향으로 배치돼 있었고, 한쪽 벽면 중앙에 대형 LCD 모니터, 그리고 양쪽 벽면에 20인치 가량 되는 LCD 모니터들이 내장돼 있었다. 전원이 꺼진 상태였지만 일반 여객기의 앞좌석에 배치된 모니터처럼 영화나 TV 등을 볼 수 있는 모니터 같았다.
비행기의 뒤쪽 부분에는 일반 여객기의 1등석과 비슷한 객실이 나타났는데 기업의 중역 의자 같은 좌석이 모두 40개를 헤아렸다. 전반적으로 좌석을 회색 톤으로 꾸민 전용기 내부는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전용기 복도 등은 코팅 처리된 서랍장이 있었지만 대부분 문이 잠긴 까닭에 안에 보관된 물건은 확인할 수 없었다.
카다피는 이 전용기를 도입하고 꾸미는데 2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용기는 리비아가 벌어들인 오일머니가 카다피와 그의 일가의 호화로운 생활에 허비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