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휴대전화 제조업에도 뛰어들게 되면서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들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모토로라가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구글이 안드로이드 개방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만큼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토로라 인수와 관련해 삼성전자·LG전자·HTC 등 파트너사 CEO들의 환영 메시지를 공개했다.
래리 페이지에 따르면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구글의 깊은 헌신을 보여주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으며, LG전자의 박종석 사장은 "안드로이드 진영을 방어하기 위한 구글의 헌신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향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고 이번 인수 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별개로 운영하기로 했고 안드로이드의 개방정책의 방향에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당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구글 휴대전화 사업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삼성과 LG의 이 같은 모호한 반응은 이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건이 향후 구글의 사업 추진 방향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방증한다.
긍정적인 영향은 모토로라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함으로써 특허 소송으로 수세에 몰린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무전기와 비퍼, 휴대전화로 글로벌 무선시장의 전통적 리더로 평가받는 모토로라는 무선통신과 관련해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에 힘을 실으며 개방정책을 접고 애플처럼 폐쇄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경우 삼성과 LG 등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모토로라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우선 제공받아 신제품 개발에 나서면 삼성과 LG로서는 애플 못지않은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맞닥뜨리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개발한 '바다'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제조사들은 독자적인 OS(운영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에만 목을 매고 있다가 만일 구글이 폐쇄적 전략으로 돌아서면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이 이번 모토로라 인수 성과를 범 안드로이드 진영을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속단은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래리 페이지는 공식 논평을 통해 "이번 인수 건과 안드로이드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하기로 한 약속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모토로라는 여전히 안드로이드의 라이선스 계약자로 남을 것이며 모토로라는 분리된 사업체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방을 강조하는 구글의 기업철학과 검색광고를 통해 수익을 늘리려는 경영전략을 고려하면 구글이 애플과 같은 폐쇄적 사업구조를 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휴대전화 제조사업에 뛰어든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