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 이민국 직원이 미국-멕시코 국경을 가로지르는 버스에 올라탄다. "서류 다 꺼내세요!" 그리고 통로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정밀 검문에 들어간다. 불법 출입국 문제에 예민한 요즘, 까다로운 국경 검문이 뉴스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이 버스가 미국 입국 버스가 아닌 출국 버스라는 것.
아리조나를 비롯한 몇몇 주들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법을 적용하고 있기에 많은 이들이 짐을 싸서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고국을 밟기도 전에 복잡한 정밀 검문을 받아야 한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서 불법 이민자들은 미국에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만다.
원래 샌디에고, 엘파소, 노갈레스 등에서 멕시코로 돌아가는 출국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미국 국경에서나 멕시코 국경에서 검문관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떠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총기와 마약이 미국으로부터 멕시코로 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노력한 결과 출국도 쉬운 일은 아니다. 버스는 물론, 대부분의 승용차, 보행자까지 검문을 받아야 한다.
이 검문관들은 총기, 마약을 주로 단속하긴 하지만 불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했던 사람들을 색출한다. 지문과 사진을 남겨서 한번은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다시 미국 내에서 잡힐 경우는 엄중한 처벌을 한다. 범죄 기록이 있을 경우, 그 자리에서 체포한다.
검문 관계가들은 이것이 이민자들이 떠나지 못하게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밀수를 저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아리조나의 주간 보고에 따르면 7월 18일부터 24일까지 약 2만2천 달러의 밀수품을 적발했다. 같은 기간, 6개의 무기와 약 5,900 발의 탄약이 회수되었다. 검문관들은 입국과 출국 과정에서 1606명의 불법체류자들을 구류했다.
뉴욕타임즈의 조사에 따르면, 아리조나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이민자들은 다양하게 답했다. 아리조나 법 아래에서 살기가 힘들고, 경제적인 침체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리고 친척이나 가족들의 죽음과 같은 개인적인 이유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돌아가는 발걸음을 왜 조사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비난은 이민자들의 삶을 동정하는 쪽에서 뿐만 아니라, 불법이민자들이 범법자라고 여기는 쪽에서도 쏟아졌다. 아리조나 이민자들을 돕고 있는 인권단체 보더액션네트워크의 제니퍼 알렌은 "왜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조사하려고 수많은 물질들을 낭비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떠나 집으로 가고 싶어하지만, 잡힐 위험 때문에 가도 되는지 염려한다"고 비판했다. 더 강력한 이민법을 요구하는 단체들 또한 불법 이민자들이 검문이 두려워 출국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합법이민을위한미국인들이라는 단체의 대표 윌리엄 긴은 "이것이 유일무이하게 우리가 이민법에서 철회했으면 하는 조항이다" 라고 말하며 지난 해 오바마 정부가 남행 정밀 검문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정부는 "우리는 사람들을 못 떠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민법을 어길 때 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세지를 주고 싶은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