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도요새와 비슷하면서 몸집이 작고 날렵한 ‘스나이프(Snipe)’라는 새가 있다. 참새보다 조금더 큰 몸통, 유난히 길고 단단한 부리로 호수와 늪지의 진흙을 뒤져 벌레와 작은 물고기를 잡는다. 자연친화적인 보호색을 입고 날렵하게 날아다니는 스나이프는 민첩하고 지능도 뛰어나다. 18세기 인도를 점령한 영국군 장교들은 경쟁적으로 스나이프 사냥을 하곤 했다. 도대체 빠른 이 새를 잡을 수 있는자가 당연 최고의 엽사로 추앙받았고, ‘스나이퍼(sniper, 저격수)’로 불렸다.
 
스나이퍼는 길리 슈트(Ghillie Suit)같은 위장복을 입고 엄폐물 뒤에서 관측병과 2인 1조 혹은 혼자서 피격 대상이 저격 가능할 때까지 수 십시간 숨죽이며 찰나의 기회를 포착한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죽음의 그림자다. 고도로 훈련된 그 자체가 하나의 정밀한 인간 무기다. 소리없이 움직이는 저격수는 전쟁터에서 가장 무서운 적이며, 여우처럼 교활하고 뱀처럼 냉혹한 죽음의 전사들이다. 미동도 없이 움크린채 소변을 해결해야 한다. 드디어 목표물이 등장하면 원거리에서 M40, M24 라이플의 스코프를 사용하여 크로스헤어 정 가운데에 피격 대상자를 조준한 후 원샷,원킬 특등 저격수가 스나이퍼다.
 
단 한발의 총탄으로 미사일보다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저격전은 최고의 전술이다. 지휘관을 거꾸러뜨린 후 통신병•운전병•공용화기 사수 등 전투력의 핵심 요원들을 차례로 제거할 수있다. 적을 죽여야 자신이 살아남는 처절한 전장에서 스나이퍼의 일발필살의 저격 기술은 분명 공포와 피를 부르는 살벌한 진혼곡같다.
 
이라크 전쟁 초기에 ‘주바(Juba)’로 불려지는 정체불명의 이라크 저항세력의 스나이퍼가 미군 143명을 사살했다. 미 해병대 순찰대가 바그다드 거리를 조심스럽게 수색 중이었다. 갑자기 날아온 저격탄이 젊은 병사의 급소를 정확히 가격하자 아스팔트 위에 쓰러졌다. 저격당한 시신을 황급히 옮길 때쯤 또 한발의 총탄은 동료 병사를 연거퍼 거꾸러뜨린다.
 
코란 독경 소리를 배경으로 ‘주바’의 실제 저격 장면을 동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퍼뜨린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소름끼치는 저격 장면은 세계 최강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붕괴시켰다. 인명 손실도 참담했지만 심리적 차원에서 파장은 크게 일어났고 이라크와의 전쟁수행 의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악명높은 ‘주바’를 사살하기 위해 미 해병대 스나이퍼 4명이 즉각 동원됐지만 실패했다. 2006년 1월 섀도우 저격부대의 최고 스나이퍼 제임스 질리랜드(James Gilleland) 하사가 부서진 병원 건물 4층에 숨어 있던 반군 저격수를 1,250m 떨어진 거리에서 M24 소총으로 사살했다. 세계 최정예 미 해병대를 공포에 떨게 하고 며칠 동안 꼼짝 못하게 한 ‘주바’ 스나이퍼가 제거되는 순간이었다.
 
무더위와 함께 시작한 6월 하순엔 청소년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방학중 4기에 걸쳐 진행될 굿스푼 섬머 캠프는 한인 청소년들의 신병 훈련소다. 무더위 속에서 진행될 한 주일간의 ‘영적’ 스나이퍼가 되는 훈련 일정은 무겁다.

가난한 이웃을 섬기는 실제적인 훈련 일정이 꽉 차있다. 한인 청소년들이, 불우한 이웃의 고통스런 삶의 현장에서, 저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는 체험 학습 시간이 될 것이다.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친 후 평생 남을 겸손히 돌아볼 뿐만아니라, 나누며, 베푸는 축복의 통로로 사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