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융 중 하나인 수쿠크에 대해서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명 수쿠크법을 다각적으로 조망함으로써 현재 찬반 이유로 종교적 배경만이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는 수쿠크법 관련 논쟁의 쟁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KUIS) 국제지역연구소는 11일 동 대학원대학교 대강당에서 ‘이슬람 금융의 실체와 쟁점’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경희대 권영준 교수(경영학), KUIS 서동찬 교수(경제학), 명지대 최영길 교수(이슬람학)가 각각 ‘이슬람 금융의 법제적 측면에 대한 분석’, ‘이슬람 금융과 글로벌 이슬람의 문제’, ‘이슬람 법과 이슬람 금융’을 주제 발제하고, 국회 조세소위원장이자 예결산소위원장인 이혜훈 국회의원(美 UCLA 경제학 박사)이 현재 수쿠크법 논쟁과 관련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을 기조 발제하며 수쿠크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촉구했다.

수쿠크란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근간을 두고 있는 이슬람 금융 상품 가운데 하나며, 수쿠크법은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21조에 ‘수쿠크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배당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취득세, 등록세, 이자소득세의 7가지 조세를 모두 면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항을 신설하자는 개정안을 말한다. 2009년 9월 정부에 의해 처음 발의됐으나 국회 조세소위를 통과하지 못했으며, 2010년 12월에는 조세소위를 통과했으나 국민 반발이 거세자 법안 통과 시기가 일시 보류된 상태다. 한편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잇따른 강경 반대 발언들과 그에 대한 일부 언론들의 편파적 보도로 인해 기독교계가 단지 종교적 이유로 법안에 반대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쿠크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의 쟁점은 정작 수쿠크법 자체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쿠크법 자체에 문제점이 너무 많다”
“교계의 반대 대한 비판은 쟁점 흐리는 것”


이혜훈 의원 역시 수쿠크법에 대한 반대론이 단순히 ‘이슬람이니까 반대한다’는 식의 종교적 이유에 있지 않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수쿠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금의 제1원칙인 공평과세원칙을 깨뜨림으로써 우리나라의 조세 체계에 큰 위협을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수쿠크의 경우 이자가 금지된 대신 반드시 실물거래(집, 땅, 주식 등)를 하게 되는데 이 가운데 발생하는 부차적인 수입에 대해서도 면세를 하게 됨으로써 타 외국 자금, 심지어 타 오일머니 간 형평성을 크게 위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세금을 기쁘게 내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내니까 승복하는 것인데 수쿠크에만 과도한 혜택을 줌으로써 승복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쿠크의 ‘하왈라’라는 특이한 금융 거래 방식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금융 거래 관련 자료를 남기지 않으며 해외 특수법인을 통해 거래하기에 한국 국세청에서도 조사가 불가능한 하왈라의 특성상 각 기업의 음성적 자금이나 범죄 집단의 자금, 개인 간 불법 상속이나 증여 등 바람직하지 못한 자금 거래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수쿠크에 이토록 큰 혜택을 주면 모든 수쿠크가 우리나라로 몰려들게 되고 이는 한국을 온갖 불법과 탈세의 온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찬성론자들 가운데서 “다른 나라들도 면세 혜택을 주는데 우리나라만 주지 않으면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전 세계 237개국 중 수쿠크법에 혜택을 주는 나라는 단 3개국(영국, 아일랜드, 싱가폴)에 불과하고 이 또한 우리나라처럼 모든 조세에서가 아닌 일부 조세만 면세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외교 문제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또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외국 자금 유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현재 오히려 외국 자금이 너무 유입돼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 때문에 2010년 외국인 국내 투자에는 과세를 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었다”며 “외국 자금을 계속해서 제한 조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자금이 필요하므로 수쿠크를 들여야 한다는 논리는 틀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최근 기독교계의 수쿠크법 반대는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들에 대해서도 “기독교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단지 기독교인뿐 아니라 어느 종교를 가진 국민이든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특정 사안에 견해를 얼마든지 표시할 수 있다”며 기독교의 수쿠크법 반대 외에도 불교의 템플 스테이 예산안 축소 반대, 천주교의 4대 강 개발 반대 등을 예로 들었다. 이 의원은 또 “특정 종교의 교리에 따라 정치를 하면 이를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는데 이슬람 율법에 근간한 수쿠크법을 우리나라 법 체계에 수용하자는 것이 오히려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와 같은 비판은 “쟁점을 흐리는 잘못된 선동”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나라 금융 체계에 부적합, 오일 머니 유치에도 한계”
“근간 두고 있는 샤리아는 전 세계 이슬람화가 목적”


권영준 교수는 한편 수쿠크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발생하게 될 효과의 실효성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동의 오일 머니 약 2조 달러 가운데 서구 시스템 중에서 운영되는 자금이 가장 많고 이슬람 율법에 적합하도록 한 이슬람 금융이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수쿠크”라며 “전체 오일 머니에서 수쿠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약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서구 시스템 안에서 운용되는 오일 머니를 유치해도 충분히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므로 굳이 세제상의 과도한 특혜를 주면서까지 수쿠크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더불어 현재 수쿠크법을 도입한 나라들의 금융 체계에서는 수쿠크의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이 용이하지만 우리나라의 체계 안에서는 거래를 위해 각종 복잡한 절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 일부 중동 국가들에서는 수쿠크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기업이 발행할 수쿠크에 대한 중동 투자자들의 투자는 제한적이게 되고 따라서 중동 오일 머니 유치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며 수쿠크법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동찬 교수는 수쿠크가 근간을 두고 있는 샤리아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것이 수쿠크의 문제라는 점을 꿰뚫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샤리아 법학자들이 이슬람 원리에 입각해 전 세계의 이슬람화라는 세계관을 보유한 사람들임을 밝히며, “이슬람의 샤리아에 따르면 세계는 크게 이슬람의 땅과 전쟁의 땅으로 구분된다. 샤리아는 전 세계를 샤리아로 지배되는 이슬람의 땅으로 정복하도록 독려하고 있고 그것이 지하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이슬람은 우선 자신들의 전통적인 영역에서 세속법이 아닌 샤리아에 대한 순종을 강요함으로써 무슬림들을 회복하고, 다음으로는 이슬람을 서구 질서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대안적 질서로서 내세우며 세계인들의 지지를 받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슬람 금융도 탐욕적인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대안적 질서의 하나로 서구를 이슬람화하려는 일종의 지하드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쿠크는 무슬림 형제단 등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금융 지하드 차원에서 시행을 주장했고, 실제로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이 크게 부상하던 1980년대 초중반에 중동 국가들에 도입됐다는 사실은 수쿠크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대변한다. 실제로 미국 회계감사원 보고서는 수쿠크로 인한 수익의 2.5%에 달하는 기부인 ‘자카트’가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단체들의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포럼에서는 수쿠크법이 저렴한 조달 비용과 풍부한 자금 동원력 등에서 이점이 있으므로 국익을 위해서 도입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최영길 교수는 “외환 위기 또는 국제적 금융 위기에 대비해 외자 도입처의 다변화를 꾀하고 해외 진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국익에 기여한다는 것이 정부와 찬성론자의 입장이고 이 견해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특히 “수쿠크 자금은 타 외국 자금보다 오래 계약이 유지된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권영준 교수는 “금융 거래의 기본되는 원칙은 채무자의 의무가 다하는 때 계약이 끝나는 것”이라며 “이는 타 외국 자금과 수쿠크 자금 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