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마음을 다 안다고 느낄 때, 말하지 않아도 그저 눈빛만으로 위로가 되는 이를 만날 때,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굳은 마음이 녹아 내린 눈물, 곧 치유의 시작이다.

28일 오전 서울 오륜교회(담임 김은호 목사)에서 코미디언이 아닌 집사, 이성미를 만난 사모들의 마음이 그랬다. 늘 TV에서만 보았던, 나와는 다른 사람일 거라 생각했던 그 ‘스타’가 날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 700여 명의 사모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훔쳤다.

이성미 집사는 오륜교회가 26일부터 개최한 ‘사모 리조이스’ 집회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이날, 간증자로 강단에 올랐다. 비록 사모는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 홀로 선 하나의 영혼으로 그녀는 자신의 고백을, 그 특유의 유머와 함께 버무려냈다.

‘잘 나가는’ 코미디언으로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던 지난 날, 이성미 집사는 돌연 캐나다행을 결심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를 알던 모든 이들이 그 마음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소용 없었다. 이미 마음을 굳힌 그녀에겐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알듯, 이성미 집사는 아이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떠났다.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왜 도망치듯 캐나다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다들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 마음엔 상처가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남을 웃겨야 하는 직업, 마음은 울어도 얼굴은 늘 웃어야 했다. 카메라를 떠나서도, 사람들은 그녀에게 웃음만을 원했다. 그런 그들에게, 나 웃긴 사람 아니라고, 나도 진지한 사람이라 말하면 그 때마다 사람들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상처가 되고,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을 빼앗았다. 때마침 의지했던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자 더 이상 그녀가 한국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캐나다 생활,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꿈꿨다. 더는 남들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를 만났다. 언제까지 아이인 줄만 알았던 아들, 그 아들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컴퓨터 게임에만 매달리고 학교는 뒷전인 아들을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아들…, 그녀는 속상한 마음에 조금씩 거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분노와 상처, 그 모든 아픔들을 그녀는 아들에게 토해냈다.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마치 무뎌진 감각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입은 더 거칠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에게 닥쳐온 시련, 아직 이뤄야 할 꿈이 많은 아들에게 그것은 너무나 절망적인 것이었고 아들 홀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낙인 찍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일순간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성미 집사는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죄를 회개했다. 아들이 저지른 실수, 그러나 그것은 모두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는 걸 그녀는 하나님께 고백했다. 내면에 있던 분노와 상처들을 아들을 통해 해소하려 했던 지난날…, 그녀는 한참을 울었다.

그런 기도 때문이었는지, 다행히 일은 잘 마무리됐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이성미 집사의 마음은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아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든 모든 짐은 자신이 지겠노라고. 이제껏 아들을 변화시켜 달라고 기도했던 그녀는 아들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이성미 집사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들은 캐나다의 한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다. 많은 상처를 안고 한국을 떠났던 그녀는 7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끝내고, 더 단단해진 마음, 새로운 각오,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을 품은 채 다시 한국에서 방송일을 시작했다.

“한국의 엄마들은 자식들에게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군데씩 학원을 다니게 하면서 그렇게 공부를 시키는데, 그게 정말 자식들을 사랑하는 길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물론 저도 한때 그랬죠. 변하지 않는 아들을 보며, 그게 다 아들 탓이고 내가 아들 때문에 힘들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연예인이자 교회 집사인 엄마의 이중적인 모습, 밖에선 웃고 다니면서도 집에선 짜증만 내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 아들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 그걸 알게 된 거죠. 그러면서 아들을 이해하게 됐고, 엄마인 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겠다는 걸 알았어요. 이젠 내 아들이 목사하겠다고 해요. 어찌나 감사한 일인지….”

▲이성미 집사의 간증을 들으며 한 사모가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성미 집사의 간증을 들으며 사모들은 웃다가 울다가…, 그들 역시 한 아이의 엄마라서, 성직(聖職)자 남편을 둔 아내라서, 연예인으로 또 엄마로 겪은 이성미 집사의 경험에 깊이 공감했다.

“가끔 목사 아버지를 둔 아이들을 보면 그 마음이 이해가 가요. 저 아이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 말 못할 사정이 많겠구나. 또 남편이 목사라서 교회성장을 두고 고민할 사모들을 생각하면 참 많이 안타깝습니다. 저도 연예인 후배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예배를 드리는데 처음 모임을 만들었을 땐 사람들이 많이 안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예배 때 후배들이 오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오느냐보다 그 사람들에게 과연 내가 줄 은혜가 있는가가 더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부흥이란 교회 크기가 커지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커지는 것이라는 걸 그 때 깨달았어요. 이제 이 일을 위해 하나님께 헌신할 작정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었던 구레네 사람 시몬…,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성미 집사는 “의지로 지었든 떠밀려 지었든 예수님을 모두 멀리 떠나 있을 때 유일하게 그 십자가를 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곤 사모들을 향해 “오늘, 제가 아닌 절 사용하시는 하나님께서 모든 영광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무대를 내려갔다. 박수는 그녀가 떠난 뒤에도 한참이나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