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시민 운동을 이끌어온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평소 교계 정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보이던 그가 현 한기총 사태에 대해 입을 열자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려 ‘한기총 해체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파격에 가까운 이 발언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너무 극단적이라는 반응 또한 적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2일 손 교수가 일하는 KBS 연구동에서 그를 만나 한기총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손 교수는 한기총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피력했다. 그것이 한국교회의 금권선거와 도덕적 해이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가 대표성을 따지고 대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기보다 ‘도덕적 권위’를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기총 해체 운동’을 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손봉호 교수. 그가 생각하는 한기총, 그리고 한국교회의 문제와 대안을 들었다. ⓒ송경호 기자


한기총 해체, 극단적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 해법
문제 전부 바로잡진 못하지만, 분명한 경종 될 것


-얼마 전 교수님께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기총 해체 운동’ 발언을 하신 것이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해체까지 언급하는 것은 너무 과격하지 않은가.

“‘해체 운동’이라는 말이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어떤 기관이든 이미 존재하는 것을 개혁하는 것은 어렵다. 더군다나 한기총은 존재 이유 자체가 처음부터 별로 없었고, 도움이 되는 부분보다 해를 끼치는 부분이 너무 크다. 그러한 여러 면을 고려했을 때 한기총은 해체하는 것이 맞다.

물론 개혁이 바람직하게 이뤄진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개혁이 불가능하다. 개혁을 하려면 그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자기가 대표회장이라고 주장하며 소송까지 하는 형편이니 누가 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 또 한기총 구성원 중 금권선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으니 모두가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일 뿐이다. 어설프게 개혁을 하느니보다 해체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말이다.”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나.

“이미 몇몇 단체들과 이에 대해 논의를 마쳤다. 먼저 평화적인 방법으로 각 교단에 정중한 서신을 보내서 한기총 탈퇴를 요청할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신앙의 순결성을 중요시하는 교단이라면 탈퇴해야 하고, 탈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다른 교단들도 동요할 것이고, 자연히 한기총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서명 운동을 할 것이고, 그래도 반응이 없다면 극단적으로 ‘십일조 보류 운동’도 고려하고 있다. 십일조를 내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교단이 한기총에서 탈퇴할 때까지 보류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교인들이 교회를 압박하고, 교회가 노회를, 노회가 총회를 압박할 수밖에 없도록 하려고 한다.

지금껏 한기총 해체 운동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껏 못한 이유는 금권선거에 대해서 루머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양심선언을 하고 나왔다. 그래서 이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나의 독선이 아닌지 주변의 목사님들께 자문을 구했는데 모두 이구동성으로 지지해줬다.”

‘기독교 전체’ 대표하는 것보다 ‘도덕적 권위’가 우선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설명하며 침통해하는 손봉호 교수. ⓒ송경호 기자
-금권선거는 비단 한기총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며칠 전 교갱협 기도회에서는 총신대 총장 선거에서도 금권선거가 있었노라는 고백이 있었다. 그런데 한기총을 해체한다고 해서 금권선거를 근절할 수 있다고 보나.

“한기총 해체만으로 전부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 금권선거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계기는 된다. 한 교단이 한기총을 탈퇴하면, 탈퇴하지 않은 나머지 교단들은 부패에 동조하느냐 하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교수님께서 속하신 교단(예장 고신) 내에서도 그같은 운동을 벌이실 계획인가.

“적어도 내가 속한 교단만은 아직 그렇게까지 타락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물론 가장 먼저 고신 내에서 개혁을 시작할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합동측의 한 대형교회를 지목하며, “이럴 때 금권선거에 항의하는 뜻에서 교단을 탈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렇게 하면 부담이 크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러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기총 해체 이후의 대안은 있는가. 구제나 대사회적 입장 표명을 할 때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한기총과 같은 연합기관이 필요하지 않은지.

“도덕적 권위를 갖는 것이 우선이다. 구제나 대사회적 입장 표명은 상황 상황마다 신임을 받는 분들이 모여 하면 된다. 꼭 한국 기독교 모두의 이름으로 할 필요는 없다. 실제 교인들이 따라야지, 아무 권위도 없이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나? 결국 세상이 안다. 지금은 기독교의 대표라고 해서 절대 사회의 존경을 받지 못한다. 한기총이 도덕적 권위를 상실하고 교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사회적으로도 그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정부기관들도 이제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느냐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고,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금권선거 양심선언에 대해, 교계 일각에서는 회의적으로 평가하고 심지어는 조롱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사실 어이가 없다. 앞서 다른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적어도 개신교 역사상 지금의 한국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다. 교회사 학자들에게 ‘지금의 한국교회만큼 타락한 교회가 역사상 있었느냐’고 물었는데 그분들도 대답을 못했다. 기독교 언론들도 문제다. 이번 ‘한기총 해체’ 발언이 화제가 된 후,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기독교 언론 중에서는 크리스천투데이가 아직 유일하다. 그래서 속으로 ‘야……, 이렇게 무너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언론이 비판의 기능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입을 다문다면 가망이 없다.”

목사에 대한 지나친 신성시는 목사를 죽이는 것

-금권선거 이야기를 오래 했지만, 사실 한국교회의 문제는 금권선거만이 아니다. 목회자 성추문, 재정 비리, 폭행사건 등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태의 근본 원인과 대책을 말씀하신다면

“추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성경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앙에 있어 기도와 전도만 열심이었지 말씀대로 행동하는 것은 전혀 강조하지 않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첫째는 신학교가 난립하면서 무자격 지도자들이 양산됐다. 둘째로는 개신교가 가톨릭화됐다. 목사들에 대한 교회 내의 견제가 전무하다. 당회가 당회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인간은 전적으로 부패한 존재이기에 견제가 없으면 안 된다. 목사를 지나치게 신성시하는 것은 목사를 죽이는 것이다. 적절히, 지혜롭게 견제해야 한다.”

▲손 교수는 “이번에 한기총 해체와 정화를 반드시 해야 한국교회가 산다”고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개신교가 가톨릭화된 것이 문제라면, 가톨릭은 어떠한가.

“가톨릭은 그 대신 독신주의라는 것이 있어 사제들이 유혹을 덜 받는다. 독신을 선택할만큼 사명감이 있는 사람은 돈과 권력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적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나 역시 온전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의식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며칠 전 이번 한기총 사태와 관련된 교회의 장로 한 분이 연락이 왔는데, 그분 말씀이 ‘목사님이 너무 독재적이고 재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너무 놀랐다. 그 정도일지 몰랐다. 기독교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하나님을 욕되게 한 지도자들은 책임을 느끼고 자숙해야 한다.

교회의 타락은 사회에 끼치는 해악도 매우 크다. 교인 수가 줄어드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20~30년 전 나와 가깝던 한 지성인이 ‘나는 신앙이 없어 교회를 가지 않지만, 내 아이는 꼭 교회에 보낸다. 그래야 바르게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교회의 현주소는 어떤가. 교회가 세상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신앙의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한기총 해체와 정화를 반드시 해야 한국교회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