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은 최근 새로운 ‘세계문화’(Weltethos)를 기대하고 있다. 미래의 신학방법론에는 예술적 감성론이 추가되어야 한다. 기독교 미학의 힘은 성령 안에서 역사하는 감수성과 상상력, 이성을 해방해 기존 리얼리티의 독점을 타파하고 하나님 나라 곧, 새 하늘과 새 땅을 꿈꾸는데 있다.”

20일 경동교회에서 열린 문화선교연구원과 NCC문화영성위원회 등이 주최한 2010 기독교문화 학술심포지움에서 발제한 심광섭 교수(감신대 조직신학/예술신학)의 말이다.

‘미학의 시대, 기독교 미학을 말한다: 예술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기독교 미학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실천을 모색하고 하나님 나라 운동의 전략적 과제로서 기독교 미학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감성을 통해 읽는 기독교 신앙’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심 교수는 “계몽주의와 근대화 이후 신학과 교회는 정통교리와 정통 행위에만 지나치게 전념해 전일적(全一的) 기독교 영성 형성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간, 자연 및 우주의 전체성은 큰 이야기나 이성적 체계로써만이 아니라 작은 이야기, 느낌과 체험, 곧 미학적 감성을 통해 감지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최근 한국 기독교 안에 예술과 신앙, 미학적 경험, 신학적 미학에 관한 저술이 국내외 안팎에서 저술되거나 번역되고 있다. 심 교수는 “개신교회와 신학은 신앙의 참(眞)과 선(善)을 설교하고 신학화하는 일에만 주력하였지 신앙의 아름다움(美)을 깊고 넓게 성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 신앙을 지성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일방적으로 주안점을 둔 결과, 신앙을 삶을 통해 느끼고 실천함이 없어도 바르게 이해하고 설명한다면 좋은 신앙인이 되는 것으로 생각됐다. 공동체의 교리적 진술에 치우쳐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윤리적이 됨으로 공동체의 감성을 소홀히 하거나 간과했다는 것이 심 교수의 주장이다.

심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시대에 펼쳐갈 신앙은 안셀무스가 주장한 ‘지성을 찾는 신앙’(fides quaerens intellectum)에 대응해 ‘아름다움을 찾는 신앙’(Fides quaerens pulchrum), ‘감성(感性)을 추구하는 신앙’(fides quaerens sensum), ‘광적(廣的) 감성의 신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기독교 미학을 ‘신학적 미학’과 ‘미학적 신학’으로 편의상 구분했다. 그가 정의한 ‘신학적 미학’은 한 그리스도인이 예술과 실재의 미적 차원을 바라보는 방식 즉, ‘예술과 미적인 것은 기독교 신앙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탐구하는 분야다. ‘미학적 신학’ 예술적 사유를 통해 기독교(기독교신학)를 알고 표현하는 과제를 담당한 분야다.

심 교수는 기독교미학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기독교미학은 신학과 교회가 예술을 통해 자기혁신의 시각에 눈뜨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교수는 신학과 예술사를 비교하며 “신학의 역사가 옛 것, 본질적인 것, 같은 것, 동일한 것을 고수하는 정통의 역사, 동일성의 역사라면 예술사는 새 것, 다른 것, 창조적인 것, 본질의 변형적 표현, 차이를 추구해온 이단의 역사와 같다"고 말했다. 신학에서는 이성의 논리를 통해 동일성이 확고하게 자리 잡혔다면 예술에서는 감성을 통해 차이가 배양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또 그는 예술과 신앙(신학)의 관계에 대해서는 “예술은 단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성서의 이야기와 교리를 설명하거나 예배를 잘 드리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써만이 아니라 예술 자신만이 가지는 독특함과 고유함으로 신앙(신학)과 관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최태연 교수(백석대)가 ‘기독교예술의 존재이유’에 대해 발제했으며, 정시춘 교수(실천신학대학원)가 ‘이 시대 우리의 교회건축을 생각한다’를, 윤성은 박사(한양대)가 ‘한국기독교영화의 미학적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