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민교회 사역자들을 돕기 위해 창립한 코딤(KODIM:Korean Diaspora Ministry)은 지난 10월 2차 서부지역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코딤은 세미나와 멘토링을 통해 이민신학을 바르게 정립할 수 있도록 돕고, 사역자들이 목회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분야별 강의를 요약, 기획연재 한다.

들어가면서

“이민자와 선교” 또는 “이민교회와 선교” 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역사적, 사회적, 성서적, 신학적, 그리고 선교적인 접근 등) 들이 필요한데 본 세션은 그 중에 성서적 접근을 주로 시도하며, 이를 통해 이민 교회의 목회자들과 선교지도자들이 먼저 자신들의 “이민자(이민교회) 정체성”을 선교적인 패러다임 하에 이해하고, 결국 선교적 교회를 향한 사역을 지향하도록 도우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결국 오늘의 논의는, “도대체 이 이민이라는 것을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며 살 것인가?” 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몇 가지를 전제하고 싶습니다. (1)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선 이민교회의 목회는 아무리 뭐라 해도 담임목사가 키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합니다. (2) 또한 대부분의 이민교회 성도들과 목회자들은 “나의 한인 이민자 됨 (Korean Immigrant-ness)이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그분의 Kingdom Business 하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져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열심히 선교하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들 또한, 이 질문에 대한 깊은 신학적 (특히 선교 신학적) 성찰이 충분치 않았음을 발견합니다. (3) 세 번째 전제, 나아가 이민 교회는 담임목사의 이 질문들에 대한 “선교 신학적” 회심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교적 교회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목회적 질문

오늘의 모임이 이민 목회자들을 위한 모임이기 때문에, 이민자들을 섬기는 목사로써 자연스레 형성된 저의 목회적 질문부터 나누고 싶습니다. “도대체 이 이민, 또는 이민자라는 것을 내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야 하는가?” “이민자의 정체성이 선교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또 “우리의 한국화 된 기독교 신앙과 (Koreanized Christianity) 우리의 이민자 경험 (Marginality Experience) 속에 담겨있는 세계 선교를 위한 잠재력을 어떻게 폭발 시킬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결국 이민교회 성도들에게 있어 그 삶의 의미 (Meaning of Life) 를 분명하게 해 주는 것이므로 우리는 꼭 이 질문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할 것입니다.

정체성의 중요성

주지하다시피 “교회가 무엇인가?” 교회론 (Ecclesiology) 의 문제는 그 교회의 모든 존재방식과 사역방식을 결정짓습니다. 이민자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정체성” (Identity) 을 통하여 자신의 인생을 해석하고, 방향을 설정하며, 또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따라서 “하나님 앞에서 이민자인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왜 여기, 이 이민자의 자리인가?” “하나님이 이민자인 내게 뭘 기대하시는가?” 등등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는 것은, 이민자들의 삶의 존재방식과 남겨진 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My Story / 변두리 경험(Marginality Experience)과 정체성의 변혁(Identity Transformation)
본인의 이민자 경험은 정체성의 중요성을 예시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역과 학업을 위해 캐나다 땅을 밟은 1997년 이래, 지금까지 캐나다와 미국 즉 외국 땅에서 이민자로 살아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당장 보따리를 싸 돌아가고 싶은 경험들을 반복하면서, 제 안에는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은 질문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혹시 내가 실수한 것 아닐까?” 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곳에서 사는 이유가 무엇이던지 간에, “혹시 내가 지금 이민 와서 사는 것이 실수 한 것 아닐까?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정말 한번 사는 인생, 이 땅에서 사는 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일까? 더 중요한 질문, 이 땅에서 사는 것이 정말로 하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일일까?” 묻고 또 묻습니다. 저는 이민자라면 이 질문들 앞에서 자유로울 분이 한분도 없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리스도인 이민자로써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은 내 삶을 가장 선하게 인도하십니다.” 라고 고백은 해 왔지만, 앞선 질문들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할 때, 저는 여전히 남의 나라 땅에서 소수 민족의 한 사람으로, 어정쩡하게 살아가는 한명의 주변인에 불과했습니다. “So what?” 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삶의 만족도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이 생각과 태도가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는 그것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믿고 고백하며 이를 “정체성의 변혁” (Identity Transformation) 으로 부릅니다. 그것은 바로 “이민자의 눈으로 성경을 보기 시작할 때” 일어났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이민자에 대하여 무엇을 말씀해 주고 있는지, 또 그 성경 속에서 이민자들의 삶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나아가 이민자들을 사랑하시고 당신의 목적을 향해 이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게 되면서, 저는 “이민자로 부르심을 받은 것” 은 하나님의 큰 축복이요 특권이요 또한 사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그 날 이후, 저의 목회적 섬김에는 “어떻게 우리들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민자 됨에 대한 태도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담기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후의 연구들과 경험들에 의하여, 그런 “정체성의 변혁”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서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죠. 즉, 역사적 접근, 신학적 접근, 사회문화적 접근, 선교적 접근 등등이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제 경우는 그 중에 성서적인 접근이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논의를 더 진행하기 전에 잠깐 멈추어 서서, 우리의 한인 이민자 됨을 조금 더 관찰해 보겠습니다.

틀 / 통과의례 (Rite of Passage)

저는 여기에 이민자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식의 틀, 통과의례 (Rite of Passage) 라는 개념 (Turner 1995:94) 을 소개하려 합니다. 흐리던 물체가 안경을 통해 보면 뚜렷해지듯이 오늘 이민자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 또한 이 틀을 통해서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사실 이 “통과의례” 라는 구조는 이세상의 모든 사회들과 종교들 안에서 발견되는 것으로써, 어떤 성숙과 변화가 일어날 때, 나타나곤 하는 세 가지의 단계로 (Separation, Liminality, Re-incorporation)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원주민의 남자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위해서라면, 늘 이 통과의례라는 과정을 통과합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친숙한 마을에서 떠나 밀림이나 초원 또는 광야로 나아갑니다 (Separation). 그곳에서 (Liminality) 그들은 자기들만의 공동경험으로 원로들을 통해 부족의 기원과 역사를 듣는다던지, 남성의 책임을 배운다던지, 때론 사자를 잡거나 칼로 몸에 문신을 새기는 특별한 의식을 행합니다. 그리고 마을로 돌아오면 (Re-incorporation) 그 부족은 저들을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 남성으로 받아들입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사회에서든지 이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성인식, 결혼식, 수련회, 코딤 컨퍼런스 등). 그리고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 두 번째 단계에서 구성원들의 “변화와 성숙” 을 가져오는 독특한 공동경험 (Communitas) 인데, 그것이 그 사회의 변화와 성숙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자 이제 이 통과의례라는 틀을 가지고 우리의 이민자 됨을 분석해 보면, 떠남을 경험한 우리가 두 번째 단계에서 고생하다가, 다시금 세 번째 단계로 잘 나아가지 못하고, 그 중간에서 실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인 이민자들의 이런 삶의 현실은 “Marginality as Forced Liminality" (이상현 1998:5) 로 불리우기도 하며 Getto 또는 Silent Exodus 현상 등이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정체성의 혁명을 위하여

논문작업을 위해 이민자들과 이민목회자들과의 인터뷰들을 진행할 때, 자연히 제가 알게 된 이민 교회의 성도들과 목회자들의 가장 큰 실존적인 문제는 바로 그 중간기에서 삶의 의미 (Meaning of Life) 를 갖느냐 못 갖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그 일을 위하여 우리의 “정체성의 변혁”이 필수인데 본인은 이를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첫째는 자아 정체성 (Self-Identity), 둘째는 상황 정체성 (Context-Identity), 그리고 세 번째가 사명 정체성 (Task-Identity) 입니다. 그 변혁들이야 말로 우리 한인 이민자 그리스도인들에게 꼭 필요한 삶의 의미를 갖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 세션은 그 변혁을 일으키기 위한 성서적인 고찰을 위한 것이므로 이제 우리의 눈을 성경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성서적 접근 / 이민자의 눈으로 본 성경

여러분 아십니까? 성경은 온통 이민자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브라함, 야곱, 이삭등 족장들 이야기, 히브리인들의 애굽 이주, 출애굽 사건과 광야 시대, 가나안 정복과 정착 이야기, 포로기 사건들, 나아가 초대교회의 역사 등등, 성경은 온통 이민자들을 다루신 하나님의 손길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속에서 말씀하시는 이민자들의 세 가지 정체성을 살펴보겠습니다.

1. 자아 정체성 / 순례자로써의 인생 (Self-identity / Pilgrim)

가장 먼저 성경은 우리 이민자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부르심을 향하는 ‘순례자’ (Pilgrim) 로 이해합니다 (히 13:14) 창세기 12장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부르심' 을 향하여 길을 떠난 순례자의 원형이고, 이후 야곱과 요셉은 가족 문제로, 이스라엘 족속의 애굽 이주는 기근으로, 출애굽과 이스라엘의 포로기는 정치적인 이유로, 나아가 초대 교회 그리스도인들은 핍박을 이유로 각각 다른 나라로 움직이게 되었지만, 여전한 것은 그들 모두가 그 여정에서 분명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리로 향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민자의 인생을 하나님 앞에서 순례자의 그것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저들은 곧 (1) 하나님을 창조자요 주권자로 이해하게 됩니다. 순례자는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이든, 사람들이 그어놓은 국경이라는 선과는 상관없이 그 땅을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그분의 땅으로 이해합니다 (최효섭 1995:38) (창 14:19-20; 시 95:4-5; 렘 29:4-7). (2) 하나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삶으로 이해합니다 (히 11:8-10). (3)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의 삶으로 이해합니다 (행 1:8; 행 8:4). 그때 이민자로써의 우리 삶을 바라보는 적극적인 시각이 형성됩니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 땅으로 흘러들어온 이주민이 아니라 하나님의 분명한 섭리 하에, 하나님의 또 다른 영토로 움직인, 하나님의 약속과 목적을 향해 움직인, 그리고 오늘도 성령님의 인도하심 아래 움직인 순례자 된 이민자들입니다.

2. 상황 정체성 / 축복의 장으로써의 변두리 (Context-identity / Margin)

두 번째는,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 이 미국 땅이라는 Context 에 대하여 성경이 무엇이라고 말씀하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이민신학자 또는 사회학자들은 우리 이민자들의 처한 곳을 변두리 (Margin) 라고 규정하지만, 성경은 사람들이 말하는 그 변두리의 땅을 하나님의 손길과 현현으로 인하여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곳으로 적극 재해석합니다. 사실 변두리는 중앙에 선 이들의 입장에서 보는 관점이요 사용하는 용어일 뿐입니다 (Jung Young Lee 1995:30). 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의 이 이민자 자리를 성서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이민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 성경적인 패러다임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1) 우리의 이민자 자리를 하나님의 소명이 주어지는 장으로 이해합니다 (창 28:10-20; 출 3:1-12; 삿 10:2-3; 히 11:24-25). 아브라함, 야곱, 모세, 사사들, 포로기의 이스라엘 등등, 그들이 선 변두리 땅은 하나님의 소명이 주어지는 거룩한 땅이 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2) 이민자의 자리를 하나님 훈련의 장으로 이해합니다 (마 4:1-11; 행 8:26; 딤전 3:16). 한국 대 그룹의 매니저급 엔지니어로 일하시던 분이 이민을 와 세탁소에서 다림질을 하게 되셨습니다. 심방을 갔다가, “집사님, 좀 어떠세요?” 여쭈었더니, 제 의중을 읽으신 집사님, “목사님, 다 훈련이죠. 저는 괜찮아요. 저는 원자력 발전소 설계하다가 와서 다림질 하지만, 제 앞에 분은 우주선 설계하다가 와서 다림질을 하셨어요.” 대답하십니다. 해서 모두들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예, 이후 그분은 그 자리를 훈련의 장으로 이해하고는 열심히 이민자의 삶을 개척하셨습니다. (3) 이민자의 자리를 새로운 출발지로 이해합니다 (왕상 19:1-18; 행 8:4, 26; 갈 1:17; 딤전 3:16, 빌 2:6-8). 지쳐 쓰러졌던 엘리야도, 주님의 사역 시작도, 사도바울의 회심후 준비과정도, 초대교회 빌립집사의 Cross-cultural Mission 도 모두들 이 변두리에서 출발합니다. 결국 우리 이민자들이 서 있는 땅에 관한 “상황 정체성”은 “하나님 축복의 장”입니다. 우리들 사역 현장의 교회 가족들이 바로 그러한 시각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3. 사명 정체성 / 하나님 샬롬으로의 부르심 (Task-identity / Shalom)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목하는 바는, 하나님께서 우리게 이 땅에서 기대하시는 “일”, 그 사명에 관한 것입니다.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이것을 요구하는데,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샬롬”을 이 땅에 이루는 것입니다. 사실 샬롬 (Shalom) 은 단순히 다툼이 없는 평화 정도가 아니라, 맨 처음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원형적인 질서를 의미합니다 (Snyder 2003:9). 이는 영적으로, 육적으로, 사회적으로, 관계적으로, 우리 삶의 모든 장에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의 존재방식으로, 하나님 나라의 꿈과 기대가 결국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이민자들이 저들의 사명을 하나님의 그 꿈으로 이해한다면 저들은 이를 (1) 민족들 간의 샬롬으로 이해합니다 (욘 1:11-13; 마 1:1-5; 롬 10:12; 계 7:9). 하나님은 민족 우월주의 (Ethnocentrism) 을 미워하십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존재 방식 (계 7:9) 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2) 문화들 간의 샬롬으로 이해합니다 (단 1:3-21). 이민자들에게 이는 특히 중요한데, 이에 관한 여러 가지 이해의 패러다임들이 있으나 우리들에게는 특히 창의적인 종합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특별히 이민 1세대들은 “문화는 어쨌든 계속 변화하는 것” 이라는 인식과 함께 “하나님께서 우리게 문화적 창조성 (Cultural Creativity) 을 주셨음” 을 이해해야만 할 것입니다. (3) 하지만 오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점은 이것입니다. 그것은 이민자로 부르셔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선교적 잠재력을 담아 놓으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잃어버려진 영혼들과 하나님과의 샬롬 (선교) 을 이루는 도구로 선택하셨다는 시각입니다. 그분은 아브라함을 열방을 향한 축복의 통로로 (창 12:1), 이스라엘은 열국을 향한 제사장의 나라로 부르셨으며, 나아가 디아스포라 또한 그 일을 위하여 부르셨습니다 (출 19:6; 요 3:16; 행 1:8; 행 16:30-34; 벧전 2:9).

다시 Identity Transformation 으로

이상에서 논의한 세 가지 정체성의 변혁은 이민자들의 변두리 경험들에 의해 형성된 피해의식들과 소극적/부정적인 삶의 태도를 이민자로 부르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의도와 꿈을 통해 적극적/긍정적인 태도와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꿈 (Kingdom Value and Vision) 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그 변혁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들의 변두리 경험 속에 담긴 이민자 경험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 선한 도구요 잠재력들로 변화될 것입니다. 저는 제가 섬기는 사역의 현장들에게서 이 변화의 가능성과 열매들을 계속하여 지켜봅니다. 특히 목회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바로 이 성서적인 이민자 이해와 접근이 얼마나 본질적인 것인지를 거듭 확인합니다.

하나 더 Contextualization !!

사족을 하다 더 달면, 바로 그 일을 위해 이민 목회자들에게 꼭 필요한 개념이 바로 “상황화 (Contextualization)” 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민 교회의 목회자들과 지도자들은 모두 선교사적 상황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이기에, 그 사역을 위해 “성육신적 방식 (The Incarnational Connection)”(Whiteman 2003)을 취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것이 바로 상황화 (Contextualization) 인데, 이를 위해 종합적인 (Synthetic Model) 신학방법과 사역을 위해 여러 가지 목회 자료를 (성서, 전통, 역사, 이민자 경험, 문화 변화, 사회 변화) 고루 취할 것을 권합니다 (Beavans 2004:32). 그 중에는 “이민자 됨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 이민자의 삶과 가정과 교회에 일어나게 되는 이슈들에 대한 사회학적인 이해, 이미 논의한 성서적인 이해와, 이민자 됨에 대한 신학적 성찰” 들은 꼭 선행되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이런 기본적인 과정들이 무시된 채 우리들의 이민목회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바로 그곳에서부터 불필요한 문제들이 거듭 양산되고 있음을 지켜봅니다. 고대 중국의 한시로부터 우리 이민 목회자들이 지혜를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Go to the people 사람들에게 가서
live among them 그들 가운데 살고
learn from them 그들로부터 배우고
love them 그들을 사랑하고
start with what they know그들이 아는 것에서 시작하여
Build on what they have 그들이 가진 것 위에 지으라 (Whiteman 2003:34).

이민교회의 현장은 선교지 만큼 특수합니다. 따라서 이곳을 먼저 배우고, 그곳에서부터 사역을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그 과정 중 꼭 필요한 것이 역사적, 사회적, 성서적, 신학적, 선교적 접근으로써, 앞으로 코딤 컨퍼런스와 같이 이민 목회자들의 고민들과 목회적 이슈들이 나누어지는 장들이 계속되기를 기대하며, 그 작업을 우리 모두 함께 해 나가기를 소원합니다.

나가면서

오늘의 세션에서는 그 중의 하나 '성서적인 접근' 을 통해, 이민자와 이민교회의 정체성을 고찰해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민자 된 우리들을 누구로 이해하시는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아가 이곳에서 그분이 우리게 기대하시는 사명은 무엇인지, 진지한 성서적 고찰을 통해 “정체성의 변혁”이 여러분들의 삶에도 일어나기를 고대합니다. 만일 우리가 그 작업을 진지하게 해 나가면, 그 과정 중에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의 이민자 됨 (Korean Immigrant-ness) 이 얼마나 큰 특권이요 책임이요 축복인지를 알게 하실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그것들을 가지고 교회와 성도들을 섬길 때, 하나님은 우리를 “샬롬” 이라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선교적 도구와 공동체가 되게 하실 것이고, 그 결과 우리들의 섬기는 교회들은 마지막 시대 세계선교를 위한 하나님의 전략적 도구로 부름 받은 “한인 디아스포라의 부르심과 특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때야 말로 당신께서 우리 안에 담아 놓으신 “선교적 잠재력” 들은 하나님의 소원인 Kingdom Business 를 위한 원동력으로 화하게 될 것입니다. 그 사명을 잘 감당하는 상황화 된 (Contextualized) 이민교회의 지도자들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참고 문헌>
Bevans, Stephen B.
2004 Models of Contextual Theology. Maryknoll, NY: Orbis Books.
Choi, Hyo Sub (최효섭)
1995 "이민신학서설." 한몸 5(6):32-52.
Hanciles, Jehu J.
2003 "Migration and Mission: Some Implications for the Twenty-first Century Church." 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ary Research 27(4):146-153.
Lee, Jung Young (이정영)
1995 Marginality: The Key to Multicultural Theology. Minneapolis, MN:Fortress Press.
Lee, Sang Hyun (이상현)
1999 "Marginality as Forced Liminality: The Context of Asian American Christian Theology." Unpublished Paper Presented at the Association of Korean Christian Schools in North America. Pp. 1-13.
Whiteman, Darrell L.
2005 Anthropology and Mission: The Incarnational Connection. Chicago, IL: Catholic Theological Union.

김신일 목사, sinyil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