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개국 107명의 전세계 석학 및 목회자들이 열띤 강연과 토론을 벌이고 있는 한경직 목사 추모 10주기 기념 제3회 국제 평화·화해 컨퍼런스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3일 서울 저동 영락교회(담임 이철신 목사)에서 주요 강연자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한경직 목사가 시무했던 영락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철신 목사를 비롯해 프린스턴신학교 이안 토렌스(Iain R Torrance) 총장, 지난 6월 WARC와 REC가 통합된 WCRC(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 세트리 나오미(Setri Nyomi) 사무총장, 백인임에도 남아프리카에서 넬슨 만델라, 데스몬드 투투 주교와 함께 인종차별정책에 맞서 싸우다 장애를 얻은 마이클 랩슬리(Michael Lapsley) 성공회 신부, 화해와 포용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해온 예일대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철신 목사는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가 한경직 목사님에 대해 말할 때 청빈을 주로 많이 이야기하지만, 한 목사님은 교회 안에서의 화해, 특히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화해에 일생을 바치신 분”이라며 “이같은 한 목사님의 정신이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간, 그리고 사회의 통합과 화해에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컨퍼런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경직 목사,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의 방법으로 살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해외 인사들은 한경직 목사의 사역에 대해 한 목소리로 “전도와 교육 뿐만 아니라 구제까지 영혼육의 사역을 두루 다루셨던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또 비무장지대와 군사시설을 방문하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남북한 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조언도 곁들였다.

토렌스 총장은 “한 목사님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시는 분으로, 나라가 어려운 가운데서 그 분은 실제적이고 뭔가 다른 일들을 해냈다”며 “고아원을 세웠고 노인을 돌보았으며 학교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눠줬으며, 심지어 북한 사람들에게도 쌀을 보냈다”고 전했다.

나오미 사무총장은 “한 목사님의 화해와 평화 사역은 그의 깊이있는 신앙에서 나왔고, 복음이 전파되면 어느 곳이나 변화될 것을 확신했기에 나올 수 있었다”며 “그러했기에 냉전 속에서도 북한에 사랑의 쌀 보내기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이를 보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랩슬리 신부는 “감사한 것은 한경직 목사님이 어려서 질병과 가난을 경험했고, 일제 시대와 북한 정권이 들어선 후 불의와 어려움을 당했지만 이를 하나님의 방법으로 처리했던 점”이라며 “특히 일본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배울 점이 있었고, 이웃을 자기 몸 같이 여겼던 정신 등이 희망과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볼프 교수는 “한 목사님은 전도와 교육, 구제 등 영·혼·육의 중요한 사역들을 모두 다루셨다”며 “지금 우리가 사는 복잡한 사회는 당시와 조금 다르지만, 이 가운데 어떻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 모든 사역을 함께할지 한 목사님을 보면서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오미 사무총장은 특히 최근 통합 출범한 WCRC를 놓고도 “이러한 연합 자체가 화해의 상징이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됨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점은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에 교훈이 될 수 있고, 남북한 통일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랩슬리 신부는 “우리 모두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반도를 향한 하나님의 꿈이 전쟁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며 “한국에 와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많이 들었는데, 우리 다음 세대가 한반도에서 어떤 환경에서 살기를 원하는지 하는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는 통일이 이뤄지고 난 후이길 바란다”며 “한국이 이를 통해 전세계의 피스메이커가 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전날인 2일에는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가 한경직 목사의 화해와 평화 사역에 대해 강연을 전하기도 했다.

조용기 목사는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는 먼저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며 “이해는 내 주장만 가지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 입장을 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찾아오면 교회의 성장 비결을 묻곤 한다”며 “나는 성도들의 입장에서 늘 들으려 했고 가족 같이 용서하고 인정하는 것을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