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이국 땅 콜롬비아에서 그것도, 시력을 완전히 잃은 어느 한센병자 시인과 한인 목회자의 특별한 만남. 한 무명의 콜롬비아 한센인 시인이 미국에서 목회하는 한국인 목사를 통해 세상에 소개됐다. 그 시인의 이름은 첼리타(Chelita)이다.

열아홉살 때부터 손과 발에 한센병 증세가 두드러진 그녀는 한 때는 인기많은 숙녀였다. 스무살되던 해에 테헤다 극장에서 잔다크 역을 맡아 공연하고 이듬해 몇 편의 시를 써서 발표하기도 했다. 많은 청년들이 그녀에게 청혼했지만 치유될 수 없는 병을 안고서 아내가 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거절했다.

그녀는 마흔 셋 나이인 1975년부터 로스 앙헬리토스 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 쪽 눈을 지나치게 혹사하면서 남은 눈 시력도 약해졌다. 쉰여덟이 되는 1990년 끝내 모든 시력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십년 동안 더 교직에 섰다. 교과서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해버렸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회를 맡고 있는 조은석 목사는 해마다 두 차례 콜롬바아로 가서 후사신학교에서 성경강의를 하다가 제자 목사를 찾기 위해 아구아 데 디오스 마을(한센병 환자를 격리수용위해 만들어짐)을 찾아가게 된다. 첼리타 시인을 우연히 만나게 된 그는 낙서로 남아 사라질뻔한 그녀의 소중한 시를 번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2008년 1월 프린트 물로 엮어진 76세 할머니 시를 후사신학교에서 강의하면서 번역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직접 낭송한 시, '잠 못 이루는 슬픈 밤'이 영어로 옷을 갈아입고 세상에 나왔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번역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 그녀가 직접 낭송한 부분을 CD 부록으로 넣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집은 극한 고통과 고독의 순간들 속에 시인이 하나님을 찬양한 내용이다. 짧은 단어 속에서도 오랫동안 병에 시달려왔던 시인의 고통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참흑한가운데서도 시인에게는 따뜻한 봄의 햇살과 같은 평안과 용기가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더욱 십자가를 붙드는 시인의 몸부림이 느껴진다.

신열과 함께 온 델라리오

'오.. 내 하나님 나를 도와주세요! 왜 내 양팔이 묶여 있나요. 마치 내 모든 뼈들이 말라버린 것처럼? 묶은 줄과 뾰족하게 찌르는 것 때문에 더 고통스럽습니다. 내 주님께서 그렇게 십자가에 달리셨지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립니다..(중략).. 너를 시원하게 해주겠다. 긴 침묵이 흐릅니다. 묶었던 줄이 풀려납니다..(후략)'

실망

'... 고독아, 고독아, 너는 어디 있느냐? 너는 도대체 어디 있느냐? 고독은 눈이 없다. 귀도 없다. 입도 없어서 대답조차 못하느냐? 고독아, 나는 슬프다, 아프다, 비통하다, 아, 실망이다. 너는 내 가난한 심장을 갈래갈래 찢어놓고야 마는구나. 그렇지만, 나는 울지 않는다. 대신 노래한다. 대신 미소 짓는다. 조용히 눈을 감는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곧 눈부신 빛을 볼 수 있을 테니까. 그 빛은 어둠을 몰아내 버리고 내 영혼의 빛으로 내려올 테니까'

나의 쇠사슬

'... 나는 그걸 들어 올려 그 소리를 멈추게 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건 계속 내게 말을 건다. 계속해, 용기를 내. 너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거야. 그래, 그건 사실이다. 이 사슬은 내 몸을 감싼다...(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