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06-04-10 09:49







▲하인스 워드 아저씨에게 럭비공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안아름 양(맨 오른쪽).
아름이 얼굴에 웃음 꽃이 활짝 피었다. 오늘은 하인스 워드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아직 만나려면 한참이 남았지만, 아름이는 빨리 가자며 엄마를 보챈다.

흑인계 혼혈아 안아름(7) 양. 곱슬머리에 까만 얼굴의 아름이는 8일 오전 10시 엄마 손을 붙잡고 집을 나섰다. 오전 11시,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 역에 전철이 멈춰서자 아름이는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뛰쳐나가고, “다칠라”는 엄마의 말을 뒤로 하며 폴짝 폴짝 계단을 뛰어올랐다.

하인스 워드 아저씨를 만나는 곳은 서울 올림픽파크텔 2층 진달래홀. 펄벅 재단이 주최한 ‘혼혈아동 희망 나누기 행사’에 하인스 워드 아저씨가 온다. 행사장에는 이미 도착한 아름이 친구들이 숨박꼭질을 하고 있었다. 아름이가 나타나자 한 아이가 후다닥 뛰어 와서는 아름이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뭐가 그리 좋은지 그저 싱글벙글이다.

“아름이는 원래 남자를 싫어해요. 며칠 전 하인스 워드 아저씨를 만났을 때도 얼마나 울어대던지… 학교에서 주로 남자애들이 아름이를 놀리거든요. 그런데 보세요, 저렇게 좋아하잖아요. 그동안 외로웠던 거죠”

엄마 안진희(29) 씨가 애처로운 눈으로 아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 씨는 8년 전 해외에서 아름이를 낳고, 얼마 전 한국에 왔다. 남편과는 아름이를 낳기 전에 헤어졌다. 그래서 아름이 성도 엄마와 같은 안 씨다.

하인스 워드는 이날 100여 명의 혼혈 아이들 앞에서 “어렸을 때 학교에 가면 흑인들은 한국인이라고 놀리고, 백인들은 흑인이라고 놀렸다”고 말했다. 아름이도 해외에 있을 때 마찬가지였다. “정말 외로웠어요. 하인스 워드 씨 어머니처럼 정말 의지할 데라곤 하나님 밖에 없었죠” 아름이 엄마는 한국에 와서도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 아름이도 할 수만 있다면 기독교 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게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다.

어머니 김영희 씨와 함께 오후 1시경 행사장을 찾은 하인스 워드는 약 2시간 동안 혼혈 아이들과 함께 했다. 혼혈이라고 놀림받았던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비롯해 미식축구선수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 등을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신앙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어머니가 하나님을 많이 의지하셨어요. 제가 성공한 것도 하나님의 축복이죠. 이렇게 의미 있는 자리에 오게 된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어요”

하인스 워드는 자신이 직접 싸인한 럭비공을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나눠줬다. 럭비공을 받아든 아름이는 자신과 같은 혼혈로 훌륭한 미식축구 선수가 된 하인스 워드 아저씨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오늘만큼은 아름이도 ‘아웃사이더’가 아닌 당당한 ‘주인공’이다.


김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