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기드론 골짜기를 지나시는 장면이 나오죠?”
“네!”
“이곳을 지나시고 예수님께서 지셨던 게 뭔지 아는 사람?”
“십자가요!”
“맞아요. 그런데 이곳 기드론 골짜기에는 양의 피가 흘렀어요. 그 때는 죄를 지으면 양을 잡아서 제사를 드렸는데, 그 때 나온 피가 이곳으로 흘렀던 거에요. 예수님께선 이렇게 양의 피가 흐르는 골짜기를 지나셨던 거죠.”
“아~ ……. 선생님, 그런데 기드론 골짜기는 어떻게 생겼어요?”
“글쎄, 골짜기니까 계곡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계곡이요? 지난 여름에 갔던 그 계곡이요?”
“……”

어디 기드론 골짜기 뿐이랴. 예루살렘 성전은 얼마나 큰지, 마가의 다락방은 어디에 있었는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골고다 언덕은 정말 해골처럼 생겼는지 궁금한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호기심 왕성한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말로만 설명해야 하는 선생님은 또 얼마나 난처하겠는가. 아이들 데리고 이스라엘로 날아가 성지 순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럴 때 예루살렘 성(城)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형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예루살렘 성 모형.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2천여 년 전 궁전이며 회당, 골짜기와 망대 등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예루살렘 성 모형이 뭐 특별한 것이라고, 한국교회에 여태 이런 것 하나 없었느냐 하겠지만, 놀랍게도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것이 없었다. 정말 필요한 것이었지만 누구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콜럼버스가 밑둥을 깨서 계란을 세운 것을 보고 사람들이 느꼈을 심정과 똑같지 않을까. 결과만 놓고 보면 이것처럼 당연한 일이 없는데, 그것이 빛을 보기까지는 누군가의 과감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성경에 나오는 유적 모형들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주식회사 ‘나눔’의 이황부 사장은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성경 공부를 하게 할 순 없을까를 고민하다 예루살렘 성 모형 제작에 이르렀다. 성경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이 어딘가?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예루살렘은 성경 메시지의 핵심이 담긴 공간이다. 현대의 빌딩 숲에 묻힌 아이들이 성경을 읽으며 예루살렘을 떠올리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크리스천들은 매일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듣지만 예루살렘 성지에 대한 이해없이 성경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크리스천들이 이스라엘로 성지 순례를 떠나기도 하죠. 하지만 이스라엘이 일본처럼 가까운 나라도 아니고 순례를 위해선 경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쉽게 떠날 만한 곳도 분명 못됩니다. 이런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신앙의 은혜를 받지 못하는 크리스천들이 많다는게 안타까웠어요.”

예루살렘 성 모형은 가로와 세로 약 4m의 대형과 2m의 소형으로 나뉜다. 솔로몬의 성전을 주심으로 다윗성과 헤롯궁전, 시온산, 골고다 언덕, 겟세마네동산, 감람산 등이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도저히 기계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손으로 일일히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다. 이 사장이 예루살렘 성 모형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올초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꼬박 5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수님 당시의 예루살렘의 모습을 다양한 사료에서 분석한 후 성경학자와 고고학자, 목회자님들의 자문을 얻어 철저히 고증했습니다. 자료수집에만 꽤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모형 제작에 있었습니다. 모형을 만드는 재료가 웬만큼 더운 날씨가 아니면 쉽게 갈라져 버리거든요. 한국에선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모형이었죠. 수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였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결국 베트남에서 만들어 한국에서 조립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무엇보다 베트남의 날씨가 모형 제작에 잘 맞았기 때문이죠.”

오랜 걸린만큼 결과는 좋았다. 완성품의 생생함을 목격한 이 사장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모형의 효과는 그 자신이 먼저 체험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성경의 이야기들이 다시금 가슴에 와 박히는 듯했다. ‘아, 예수님께서 이 길을 걸으셨던 거구나’, ‘솔로몬의 성전이 이렇게 웅장했다니…….’. 신약성경 이야기를 따라 예수님의 동선을 좇다보니 그야말로 예루살렘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장 큰 바람은 이 모형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거에요.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성경을 가르치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입니다. 예루살렘은 수천 년의 역사가 새겨진 고난과 역경의 현장이에요. 물론 모형이 그것을 다 보여줄 순 없겟지만 적어도 그 숨결만은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주일학교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크리스천들이 이 모형을 통해 살아있는 예루살렘을 체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의) 032 523 0710(www.예루살렘.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