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시작된 야당 주도의 반정부시위로 대통령이 축출되고 과도정부가 출범한 키르기스스탄에서 혼란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곳 교회 상황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05년 독재정권에 대항한 ‘레몬(튤립) 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이 정치 개혁 실패와 부정부패로 실망을 산 데 이어, 경제위기 심화로 생활난이 극심해지면서 국민의 불만이 폭발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위 확산과 함께 바키예프 대통령이 지방으로 피신한 가운데 다니야르 우제노프 총리도 사임 성명서에 서명해, 현재 키르기스에서는 사실상 야권이 정권을 장악한 상태다. 과도정부 수반에는 2005년 혁명 당시에도 주도 세력에 동참했던 로자 오툰바예바 전 외무장관이 지명됐다.

과도정부측은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정국 안정 회복에 주력할 것임을 공표했으나, 사태 발생으로부터 나흘째인 9일 현지는 반정부시위대와 군 간의 지속적 충돌과 시내 곳곳에서의 약탈과 방화 등으로 혼란이 채 가라앉지 않은 분위기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키르기스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군의 발포로 5백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키르기스 내 교회들이 처한 어려움에도 세계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션네트워크뉴스(MNN)는 이번 사태와 관련, 러시안 미니스트리즈 세르게이 라크후바 부회장과 인터뷰를 갖고 현지 상황을 조명했다.

라크후바 부회장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키르기스 전역은 “마비되다시피 한 상태”로, 현지 교회와 러시안 미니스트리즈를 포함한 기독교 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학교와 기타 사역 프로그램들은 거의 다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그는 “교인들은 집 안에 머무르고 있으며,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어린이들을 절대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다. 약탈이 끊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교인들의 인명 피해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며 “모든 일이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졌다. 연락이 가능한 교인들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라크후바 부회장은 이번 과도정부 출범이 국민 다수가 무슬림인 키르기스에서 복음주의 교회를 비롯한 기독교 전체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이같은 변화가 국민들에게, 그리고 교회들에 더 큰 자유를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정부를 통한 헌법 개정과 민주적 정치 개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수반은 향후 6개월간 임무를 수행 중에 헌법을 개정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 선거를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바키예프 대통령이 야권의 하야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사태 격화의 가능성도 작지만 여전히 남아 있어 키르기스의 현재 상황은 기도를 요한다고 라크후바 부회장은 밝혔다. “키르기스 국민들과, 그리고 교인들을 위해서 우리가 어려운 상황 가운데 지혜와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그는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