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하나님의 발 앞에 무거운 짐을 내어 던지는 것이다”(마르틴 루터)

세계사를 뒤흔든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진리를 위해 거친 현실로 뛰어든 불굴 사나이로 회자되거나 교회의 부패한 규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해 개혁을 힘껏 부르짖은 장본인으로 불리운다.

그런데 루터의 이런 투쟁적인 삶 이면에는 또 다른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루터 역시 마음 깊숙한 곳에서 벌어지는 영적인 투쟁과 숱한 유혹과 시험들을 끊임없이 맞닥뜨렸다. 신간 <마르틴 루터의 기도>(가이드포스트)에는 루터가 하나님 앞에 꾸밈없이 드린 기도들이 실렸다.

이 책에는 때로는 좌절 앞에 넘어지기도 하고 유혹에 끝까지 맞서 싸워 이기고자 애쓴 지극히 인간적인 루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깊은 고독의 심연과 현실에 대한 절망감을 안고 한평생 그리스도를 따라 줄달음쳤던 루터는 겸허와 청빈을 사랑했고, 심오한 학식과 털털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책 속에 드러난 그의 기도문은 보통 사람이 드릴 최소한의 기도 형식에도 미치치 못하는 단순한 것들도 있다. 이웃에 대한 미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한 점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홀로 고뇌를 다 품고 헤매는 불안한 심정, 심지어 보통 오랜 기도 생활 끝에 가지게 되는 자기 확신은 없고 불안한 듯한 영적 딜레마가 보이기도 한다. 루터는 이런 연약한 모습들을 어린 아이처럼 그대로 투사하고 있다.

동시에 인간을 둘러싼 여러 헛된 허상에서 자유스러운, 영적 자유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희망을 맛보기 힘든 냉혹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저 철부지인양 하나님을 향해 단순하게 기도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읊조리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묵상을 할 수 있도록 휴대하기 편한 포켓북으로 제작된 이 책에는 그가 피어올린 67가지 기도문이 적혀있어 하루하루 묵상하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