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만에 3천명은 역사상 유례가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괜히 실망만 하실 거에요”라는 현실적인 지적에 “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저도 압니다. 그러나 교회이기 때문에 할 수 있습니다”라는 믿음의 대답을 한 후, 한달이 흘렀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동참하려는 한인이 5백명을 넘어섰다. 바로 골수등록캠페인이다.

글렌브룩교회 백영민 목사가 아시안골수협회를 찾아갔을 때 들은 말은 결코 반갑지 않았다. 면봉으로 입안을 4번 닦아 내는 일을 하면 골수 기증을 기다리는 수많은 한인들이 희망을 얻게 되고 2만분의 1꼴로 골수가 일치할 경우 그 한인들은 새 생명을 얻게 된다. 골수 기증자들이 “나에겐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이 일이 저 사람에겐 새 생명을 주는 일이 된다”고 간증하는 이유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의 말처럼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들의 골수 등록은 높지 않은 편이다. 과거 시카고체육회에서도 2년간 등록을 받았지만 5백명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캠페인을 시작한 10월 4일 이후 약 한달만인 11월 8일 현재 541명이 됐다.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홍보되며 참여가 늘고 있기에 이런 추세라면 정말 한인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기적”이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노스필드장로교회(이범훈 목사), 시카고한인교회(서창권 목사), 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김태준 목사)를 비롯한 한인교회들이 적극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글렌브룩교회(백영민 목사)는 73명, 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이요한 목사)는 52명, 그레이스교회(원종훈 목사)는 85명이 등록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또 할렐루야전도집회, 한인복지회 건강검진 행사, 시카고마라톤연맹, 마당집연례만찬, 평화통일콘서트, 배링턴양의문교회에서 열린 연예인 간증집회 등에서 한인들의 사랑이 계속 모아졌다. 순수 교회 행사에서 60% 이상의 기증이 이뤄졌으며 기독교인이 참여하고 있는 사회복지단체와 행사까지 합할 경우 대부분이 기독교계에서 이뤄졌다 볼 수 있다. 지난 11월 8일 골수등록에 동참했던 살렘교회 김태준 담임목사는 “이 캠페인이 자랑스럽다. 크리스천으로서 그리스도의 가슴 뜨거운 사랑을 품고 우리 모두 앞장서서 참여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의 경험을 살려 이번 캠페인을 돕고 있는 체육회의 이진우 부회장은 “교회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캠페인을 하는 모습에 큰 도전이 된다”고 밝혔다.

사랑의골수등록캠페인 측은 과거에 골수 등록이 저조했던 원인을 골수 등록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 부족으로 보고 있다. 골수 등록이 무섭다는 것이다. 피를 뽑고 골수를 빼내는 무서운 수술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골수 기증을 위해 등록을 하는 절차는 아주 간단하다. 4개의 면봉으로 입안을 살짝 긁기만 하면 된다. 2만분의 1이라는 일치율 때문에 골수 등록을 하더라도 기증하게 될 확률이 높진 않다. 골수 기증을 하더라도 70%의 경우는 헌혈과 동일한 방식으로 피를 채취해 조혈모세포를 추출하는 방식이라 고통이 거의 없다. 나머지 30%는 마취를 한 후, 엉덩이 뼈에서 골수를 추출하기에 고통도 없으며 일상 생활에도 문제가 전혀 없다. 기증자에게 드는 재정 부담도 전혀 없다.

캠페인 측은 계속해서 한인교회 주일예배 후에 성도들의 골수등록을 받는 행사를 하고 있다. 주일예배 골수 등록을 호스트 하는 교회는 골수 등록 자원봉사자들에게 등록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 된다. 이강욱 캠페인 위원장은 “가능하면 교회 성도들 중 뜻있는 사람들 몇명의 자원봉사까지 후원해 주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면봉 사용법과 몇가지 서류 작성 양식만 알면 누구라도 자원봉사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골수 기증을 필요로 하는 한인은 올해 70세인 최동렬 교우, 4세인 코너 림 군, 미네소타에 살고 있는 한국인 입양 어린이 등 7-8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18세에서 60세 미만의 성인이면 누구나 등록이 가능하며 이 정보는 Assian Marrow Association에 등록돼 골수 일치자를 찾게 된다. 골수 등록으로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은 글렌브룩교회(847-204-2396) 혹은 캠페인 본부의 황정현 총무(847-732-1009)에게 연락하면 된다. 웹사이트 www.korean-marrow.org에는 이 캠페인과 관련된 자료가 업데이트 되어 있다.

한편, 이 캠페인은 백혈병 환자인 최동렬 교우가 3만불, 그의 친구인 장영재 교우가 1천불을 후원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 교우는 70년대 시카고로 이민와 Choi's Brothers라는 봉제 기업을 설립해 운영하며 왕성히 활동하다 지난해 자신이 백혈병에 걸리면서 골수 기증의 중요성에 눈뜨게 됐다. 그리고 자신은 물론, 자신처럼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다른 한인을 위해 선뜻 3만불을 기부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적인 혜택을 봐도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번 캠페인을 통해 한인사회에 사랑 나눔과 생명 살림 운동이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