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스물두번째 인터뷰는 시카고 지역의 유일한 나사렛성결교단 목회자인 곽호경 목사다. 곽 목사는 16살에 골수암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나 목회의 길을 결심했다. 그는 나사렛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신학석사를 마친 후 1999년 12월 미국으로 건너와 시카고나사렛성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그는 현재 리폼드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 중에 있다.

-목사님은 다년간 교협에서 임원으로 활동해 오셨습니다. 이민목회가 다 힘들다고 하지만 시카고 교계에 만연한 담임목회자 공석 현상에 관해 어떻게 진단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문제를 기독교 교육의 부재가 가져온 폐단이라는 관점에서 진단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교회들이 성도들에게 건강한 교회론에 입각한 리더십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민교회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성도들이 기본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교육을 위해 모임을 하나 만든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도 여건이 안되어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 안에 장로, 권사, 집사 등 다양한 직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분자들이 자신들의 역할이 뭔지 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는 단순한 조직체가 아닙니다. 가장 원론적인 문제인 “교회는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해서 교회의 제도, 조직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도록 성도들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교회 내 모든 갈등은 리더십과 연관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리더십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직분자들이 성경적 리더십과는 달리 목회자가 목회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감독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데에 사력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성경적 교회론과 영적 리더십 교육의 부재로 인해 이같은 일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미국교회를 보면 팀사역이 잘됩니다. 교회 안에 다중 리더십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인교회는 하나의 리더십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팀사역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팀사역을 표방하면서 시작된 몇몇 한국교회들이 있습니다. 서구 선진 기독교의 제도와 프로그램들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보니 이러한 교회들의 리더십이 기존에 있던 한국적 솔로 리더십으로 돌아가 있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한국 문화 자체가 유교사상에 영향을 받아 가부장 중심적이기 때문에 여러 리더십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인교회 내에 갈등이 생기는 원인은 바로 여러 개의 리더십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세대교체 과정 중에는 원로목사, 담임목사, 당회로 이어지는 다중 리더십이 형성되기 마련인데 서로에 대한 견제가 심할 뿐만 아니라 성도들도 이러한 다중 리더십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입니다.

성경적 리더십의 한 예로, 안디옥교회의 바울과 바나바를 들고 싶습니다. 교회 리더십의 핵심이었던 이들은 선교를 위해 과감하게 리더십을 내려놓는 성숙함을 보여 줍니다. 뿐만 아니라, 안디옥교회 성도들도 이들의 결정을 받아 들이고 따랐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울과 바나바가 교회를 떠나도 괜찮을만큼 교회 내의 리더십이 탄탄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는 안디옥교회가 한 사람에 집중된 리더십이 아닌 다중 리더십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교회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다중 리더십을 인정해 주는 방법이 보다 성경적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실적인 방법은 리더십 교육을 잘 시켜서 다중 리더십이 교회에 자리잡도록 하던가 아니면 철저하게 리더십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나사렛성결교회에서는 어떻게 리더십 교육을 시카고 있나요?

우리 교회의 경우, 핵심 제직들을 중심으로 교단 형성 배경, 정치, 역사, 제도 등에 대해 교육을 시킨 적이 있습니다. 특히, 장로교 당회정치, 침례교 회중정치와 달리 저희 나사렛교회는 대의정치를 합니다. 당회정치와 회중정치의 절충안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데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도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민교회의 미래인 2세들을 위해 교회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 한인 2세 학생이 자살했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 학생은 본인 스스로가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는데 대학 교수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던 것이었습니다. 학생은 이 질문을 받고 난 뒤,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우리 2세들이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해서 과연 이들을 완전한 미국인으로 볼 수 있을까요? 2세들이 미국 주류사회의 어느 분야로 진출하던지 간에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꼬리표는 계속해서 따라 다닐 것입니다.

저는 부모 세대가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객관적이고 분명한 정체성을 2세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세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미국화 돼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 2세들이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류사회에 동화돼 버린다면 머지않아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의 경우, 2세들에게 올바른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개척 초기부터 한글학교를 운영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깨닫도록 하는데 있어 언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비는 다른 학교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시작했습니다. 어디까지나 봉사 차원에서 운영했기 때문에 교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또한 교사 한명당 5~6명의 학생만을 붙여 집중적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상당했습니다. 현재 우리 교회 유스 그룹의 95% 정도가 한국말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한글학교와 함께 매달 한번씩 온가족 예배를 드립니다. 일단, 언어의 장벽이 없기 때문에 예배를 통해 세대간의 영적 교감이 가능해졌습니다. 저는 이 예배를 통해 부모세대의 영적 유산이 자연스럽게 자녀세대로 전승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언어와 예배를 통해 자신들이 코리안 아메리칸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게 되는 것입니다.

-목사님은 교계 연합체에서 다년간 활동해 오신만큼 연합 활동에 관한 목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교계 연합체는 반드시 필요하고 교계 연합활동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적 교회론에 근거해 봤을 때 교회 연합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교회 연합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카고에서 목회한지 2년이 되던 해부터 교협 임원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어떤 목사님들이 “거기 왜 나가느냐? 거긴 교회 작아서 할 일 없는 목사들이나 나가는 곳”이라면서 만류했지만 저는 소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참여해 왔습니다. 저는 개교회만이 교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협도 큰 의미에서의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나 하나의 개교회가 모여 거대한 우주적 교회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결국 시카고 지역에 있는 2백여개의 교회들이 모여 하나의 시카고 교회가 돼야 하는 것입니다. 지체가 모여 몸을 이루듯 개교회가 하나되어 건강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것입니다.

개교회주의는 세속적 자본주의, 이기주의 등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때문에 개교회주의가 강한 교회는 결코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세상 기업들도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협력적 경쟁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삼성, 소니 등도 서로 경쟁 기업이긴 하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 관계를 맺어 시장에서 살아 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들은 입으로는 연합을 외치지만 실상은 경쟁관계가 돼 버렸습니다. 제 신념은 “본질적으로 교회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연합할 때만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연합 사업에 성도들 안 모인다”고 말만 하지 말고 목회자들부터 모였으면 합니다. 목회자가 참여하면 성도들은 따라서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교협이 사업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따지기 전에 목회자부터 참여해서 성도들을 이끌어 줄 때 건강한 교회 연합이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시카고 교계의 부흥을 위한 전도전략으로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 교회는 개척 초기부터 지금까지 섬김의 관계전도를 꾸준히 해 왔습니다. 교회 전도축제나 노방전도 모두 좋지만 먼저 주변의 이웃들을 꾸준히 섬김으로 교회의 영향력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의 영향력이 회복될 때 전도의 능력도 자연스럽게 회복되리라 믿습니다. 관계라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입니다. 성도들 한명 한명이 세상 속에 들어가 성경의 가르침대로 소금처럼 섬기는 것입니다. 섬김을 통해 관계를 맺고 종국에는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새신자를 잘 섬기고 있습니다. 개척 초기에는 갓 이민온 성도들을 위해 아파트 렌트부터 베이비 시팅까지 교회가 나서서 도와드린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교회가 더 성장하면 지역사회 개발원 같은 기관을 만든다든지 해서 보다 조직적인 사역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미주 이민교회가 감당해야 할 독특한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주 한인교회는 언어적 자산, 신분적 자산, 경제적 자산 등 선교에 유용하게 쓰임받을 수 있는 이점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한인교회는 세계선교, 특히 미전도종족 전도를 위해 헌신할 인재들을 많이 키워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도들 한명 한명의 영적 성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들이 복음만 전하면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신만 시키고 끝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신앙이 성장해 갈 수 있도록 기독교 교육을 계속해서 시켜나가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을 닮아 가도록 돕는 성화 교육이 필요합니다. 교회들의 현실을 보면 기독교 교육의 초점이 성도 수를 늘리는 재생산에만 너무 치우쳐 있습니다. 다단계 비즈니스 교육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성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성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면 교회 리더십 간의 갈등이 줄어들게 됩니다. 근본적으로 보면 교회 내 모든 문제가 성화 교육 부재에서 오는 갈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장로교가 개혁신앙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종교개혁자 가운데 루터 등은 성화를 굉장히 강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복음주의 신학의 문제는 칭의만 너무 강조해 상대적으로 성화가 약화됐다는 것입니다. 웨슬리안이 강조한 성결의 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교회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에는 재생산 교육이 없습니다. 대신 성화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2주 코스로 이뤄진 ‘구원의 진리반’이 매주일 오전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성화를 중심으로 한 강의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존 번연의 천로역정 등의 책을 필독서로 선정해 성도들이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들이 수평이동을 통한 교회성장에만 혈안이 돼 있을 것이 아니라 성도들에게 기독교 신앙의 본질인 구원과 성화의 훈련을 제대로 시켜 진정한 의미의 교회성장을 이뤄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