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나른하게 할 만큼 따스한 날인가 싶으면, 어느새 다시 몸을 움츠리게 하리만큼 추어지는 것을 보니 이제 봄이 온 듯 합니다. 길을 가다 보면 언제 피어났는지도 모르게 여기 저기 노란색 수선화들이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문 앞에도 수선화 몇 송이가 벌써부터 피어나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꽃 중에 수선화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라서 사람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지 않지만 대개의 봄꽃들은 봄이 되어야 꽃을 피는데 비해, 수선화는 마치 자기가 피어야 봄이 오는 줄로 아는지, 언제나 봄이 이르기 전에 부지런히 먼저 피어나 봄을 맞이합니다. 아직 아무도 봄을 생각하지 못하는 차가운 겨울에 서둘러 피어나 사람들의 눈에 노란 봄 색깔을 비쳐주는 수선화가 그래서 저는 참 아름답고 소중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어제는 며칠째 몸이 아프다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다 주려고 마켓에 들어가는데 가게 앞에 진열해 놓은 노란 황금빛 수선화를 한 묶음 사다가 주었더니 아픈 딸아이의 얼굴도 환해 보여 좋았습니다. 아파서 움츠려든 몸도 마음도 노란 수선화처럼 화사하고 밝게 피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선화를 사서 그런지 어제는 하루 종일 수선화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아마 여러분도 잘 아시는 양희은 님이 부른 “일곱송이 수선화”라는 노래입니다.

“눈부신 아침햇살에 산과 들 눈뜰 때
그 맑은 시냇물 따라 내 맘도 흐르네
가난한 이 마음을 당신께 드리리
황금빛 수선화 일곱 송이도

긴 하루 어느덧 가고 황혼이 물들면
집 찾아 돌아가는 작은 새들 보며
조용한 이 노래를 당신께 드리리
황금빛 수선화 일곱 송이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아주 목가적인 풍경이 그려지는 노랫말인데, 사실 이 노래의 원래 곡인 Brothers Four의 “Seven Daffodils "의 가사는 그냥 목가적 풍경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어느 가난한 연인의 사랑 고백입니다. 가난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좋은 집에서 호강하며 살게 해 줄 수는 없지만 언덕위로 밝아오는 아침과 사랑의 입맞춤, 그리고 몇 송이의 수선화는 줄 수 있다는 아주 소박한 사랑의 고백입니다. 영어 가사가 쉽기도 하고 그 말에 담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영어 원문 가사를 소개하면서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서 서툴게 번역한 노랫말을 덧붙여 봤습니다.

“I may not have a mansion
I haven't any land
Not even a paper dollar to crinkle in my hands
But I can show you morning on a thousand hills
And kiss you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나는 당신과 함께 살 멋진 집도 없고,
그런 집을 지을 만한 땅도 없습니다.
아니 내 손에 쥔 지폐 한 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넓은 언덕위로 밝아오는 아침을 보여 줄 수 있고,
사랑의 입맞춤과 일곱 송이의 수선화를 줄 수 있습니다“

“I do not have a fortune to buy you pretty things
But I can weave you moon beams for necklaces and rings
And I can show you morning on a thousand hills
And kiss you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나는 당신에게 예쁜 것을 사줄만한 재산은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달빛을 엮어서 목걸이와 반지를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넓은 언덕위로 밝아오는 아침을 보여 줄 수 있고
사랑의 입맞춤과 일곱 송이의 수선화를 줄 수 있습니다“

“Oh, Seven golden daffodils are shining in the sun
To light away to evening when our days is done
And I will give you music and a crust of bread
A pillow of piney boughs to rest your head
오, 일곱 송이 황금빛 수선화는 햇빛 속에서 빛나다가
우리의 하루가 다 지나 저녁이 되면
그 빛은 사라질 겁니다.
그러면 나는 당신에게 아름다운 음악과 한 조각의 빵,
그리고 당신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커다란 소나무 가지로 만든 베개를 주겠습니다“

언덕위에서 밝아오는 아침, 사랑의 입맞춤, 그리고 몇 송이의 수선화... 사랑하는 이에게 가난한 연인이 줄 수 있다고 하는 것들은 돈으로는 별 가치가 없는 것이지만 사실은 살아가면서 돈으로 살수 없는 삶의 소중한 것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소중한 것들은 사지 않아도 좋을 만큼 많이 주셨는데, 그만 우리는 그 가치를 잊고 하찮게 여길 때가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