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년을 맞이해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열한번째 인터뷰는 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 김태준 목사다. 15세 때, 시카고로 이민와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톤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를 마쳤다. 시카고대학교에서 대학 목회, 아틀란타한인교회에서 EM 목회, 웨렌연합감리교회에서 미국인 목회를 경험했다.

-목사님은 시카고에서 자란 1.5세로서 대학 목회, 미국인 목회, 2세 목회를 거쳐 현재 1세 목회를 하고 계십니다. 살렘교회에서 1세 목회를 하신지 얼마나 됐습니까?

5년 됐습니다. 저는 한인교회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한인교회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5년을 하면서 “이제야 뭘 조금 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5세를 향한 한인교회의 기대는 ‘1세와 2세의 다리 역할’로 정리됩니다. 1.5세 목회자로서 2세 목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5세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1.5세와 마찬가지로 저도 신학교에 갈 때 소명을 묻는 질문에 “한인 이민자 1세와 2세의 다리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썼습니다. 그래서 신학교 때는 2세 목회를 하던 1.5세 선배들이 1세 목회로 옮겨 가는 것을 보면서 ‘배신감’ 같은 것도 느꼈습니다. 그런데 실제 2세 목회에 뛰어 들어 보니 여러가지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주변에도 1.5세 동기 가운데 2세 목회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갖게 된 생각은 2세 목회에 대한 개념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들 “영어만 하면 2세 목회를 할 수 있다” 생각하지만 사실 2세 목회는 개척 사역입니다. 2세 목회자들이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개척 사역에 적합한 것은 아니지요. 새롭게 개척하는 은사가 있는가 하면 침체된 교회를 부흥케 하는 은사가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듯 목회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모두 2세 사역에 뛰어들어 그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모든 2세 목회자들이 현재 개척 단계에 있는 2세 목회를 할 은사가 있진 않겠지만 현재 2세 사역이 침체되고 있는 현상에 있어서는 무슨 대안이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2세 목회가 침체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1세 교회 입장에서 볼 때 침체되어 보이는 것입니다. 먼저 2세 목회자의 현황을 놓고 볼 때, 문제는 시카고 지역 2백여개의 모든 교회가 2세 목회를 하려고 하다 보니 2세 목회자가 턱없이 모자라 보이는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1세 교회마다 2세 목회를 맡을 파트타임 사역자를 구하기 때문에 파트타임 EM 목회자를 구하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그런데 흠미로운 현상은 풀타임 2세 사역자는 부임할 자리가 없다는 겁니다. 풀타임으로 2세 목회를 할 수 있는 교회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은 파트타임 자리가 넘쳐 나는데 졸업을 하는 순간 갈 곳이 없습니다. 결국은 모든 교회가 2세 사역을 하려 하니 파트타임화 되고 사역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둘째로 시카고 지역 한인교회들이 연합이 안된다 하는데 제일 연합이 잘 되는 것이 2세들입니다. J-Gen(Joshua Generation)이라는 2세 단체는 한번 집회할 때 1천명씩 모이곤 합니다. 1세들의 어떤 집회에 1천명이 모입니까? 얼마 전 북한선교를 위한 2세 컨퍼런스에는 3백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2세들이 북한 문제에 그렇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다들 놀랐습니다. UMC에서는 20년째 2세 수양회를 연합해 열고 있습니다. 저는 2세 목회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1세들이 볼 때, 1세 교회의 손 안에 남아 있는 2세들이 안 보이니까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세째로 2세들이 모두 한인교회에 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2세 목회가 안된다고 보이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교회, 내 교회’에 남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세들의 손에 잡히지 않는 2세들이 한인교회를 떠났다고 해서 그것을 위기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젊은 2세는 미국교회에 장로를 하며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제일 큰 미국교회에서 소그룹 인도자로 봉사하는 2세도 있습니다. 한인교회를 떠났다고 신앙을 잃는 것은 아니며 꼭 한인교회를 다녀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 울타리 밖으로 나갔다고 해서 위기라고 할 순 없습니다.

- 그렇게 접근한다면 한인 2세 교회의 필요성 자체가 부인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2세 중에도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그것을 공유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란 한인 2세들만 갖고 있는 특별한 정서가 있는데 그것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한인교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국의 명문대에는 한인 학생들 풍물패 동아리가 반드시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한국에까지 가서 풍물을 배우고 미국에 전수할만큼 열심입니다. 국제결혼을 하고 한인 커뮤니티를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상대편 배우자까지 데려와 한인 커뮤니티에 머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2세 목회는 여러가지 면을 다 고려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2세 한인교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이다’라고 하는 것은 지양하자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한인 2세 교회의 또 다른 중요한 가능성은 다민족 사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익뷰한인장로교회에서 개척된 2세 교회만해도 외국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해 라디오 광고도 하고 열심히 전도합니다. 이런 현상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교회에는 없는 한국인만의 뜨거운 영성, 기도 열정이 미국인을 감동시킵니다. 저는 미국교회로 파송받았을 때 “나는 한인을 위해 부르심을 받았는데 왜 미국 목회를 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 곳에서 정말 한인교회 목회자가 하는 것의 절반만 했더니 3년만에 교회가 두배로 부흥했습니다. 2세 교회가 미국사회에서 이런 귀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한인교회가 축소되는 것이지만 한인들의 깊은 영성이 미국사회에서 지경을 넓히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넓은 의미에서의 교회 성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UMC 내에 제가 아는 많은 한인 2세 목회자들이 2세 목회를 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탈진해 미국교회로 갔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아까 말씀 드린대로 개척의 은사가 없는 이들이 이 일을 하다가 지친 것입니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이 미국교회에서는 사역을 아주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놓고 한인교회 차원에서 보면 2세 목회자들이 미국교회로 빠져 나갔으니 손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국교회 입장에서는 한인의 영성을 수혈받는 좋은 기회인 것입니다.

-목사님은 1.5세로서 1세 목회를 하고 계신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또 1.5세가 1세 목회로 돌아온 현상에 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살렘교회 2세 목회의 상황도 듣고 싶습니다.

저는 대학 목회, EM 목회, 미국인 목회를 하다 1세 목회를 맡아 3년이 됐을 때, 굉장히 힘듦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목회는 원래 어려운 것 아닙니까? 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런 이민교회의 아픔을 끌어안고자 노력했고 인내하다 보니 5년이 지났고, 이제야 이민교회가 어떤 곳인지 좀 알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큰 마음, 큰 생각을 가지고 성도들을 아우르지 못해 부딪혔지만 이제는 이민교회를 조금이나마 현실에서 느끼며 잘해 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1.5세가 1세 목회를 하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시카고대학교에서 대학 목회를 할 때, 제 전임자는 Ph.D. 학위를 가진 분이고 명설교가였는데 그에 비해 중학교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제 설교에 성도님들이 은혜를 받는 것을 보고 “제 전임자께서 더 훌륭하시지 않습니까?” 했더니 성도들은 “그분이 사용하는 언어는 늘상 저희가 공부하고 듣던 말이라 오히려 다가오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오히려 자기들의 언어와 다른 말을 쓰는 제 설교에 더 호감을 가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부부 생활을 잘할 수 있듯이 어느 정도 다른 배경이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좋은 것은 제가 1.5세다 보니 성도님들이 많이 양보해 주십니다. 제 아내는 2세에 가까운데 성도님들이 1세 목회자 사모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많이 봐 주십니다. 조금 다름 속에서 오히려 시너지가 발생하고 양보하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는 교회 사이즈에 비해 EM이 큰 편에 속합니다. 우리 EM 목사님은 트리니티신학교에서 Ph.D.를 하시고 무디신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한인 2세 데이빗 림 목사님입니다. 그분은 저와 나이도 비슷하고 오히려 어떤 면에서 저보다 훌륭한 분이지만, 제가 1.5세다 보니 이분과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고 EM과 KM의 괴리감도 많이 줄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휄로쉽교회 김형균 목사님은 “‘2세 교회를 살리려면 내가 1세 목회자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는데 1.5세 목회자가 1세 목회를 하는 것이, 현재처럼 2세 사역이 1세 사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시카고 현실에서는 오히려 장점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1세 교회에 파송을 받았을 때 1.5세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감각으로 2세 교회를 위한 1세 교회로서의 새로운 부흥의 때를 열어보자는 ‘당찬’ 마음을 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그 꿈만큼은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 이민온 1.5세들이 이제 한창 활동할 40대입니다. 이들은 진정 희생적인 한인교회의 영성과 합리적인 미국사회 사이에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이들입니다. 미국교회에 새로운 영성의 바람을 일으키고, 또한 한인교회가 게토화 되는 것을 막음으로 새로운 성장을 바라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이 세대가 너무 묻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을 교회에서 새롭게 일으키는데 1.5세 목회자들이 쓰임을 받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은 시카고 지역의 1.5세 목회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새롭게 시카고로 부임한 1.5세 목회자인 김현준 목사님, 주용성 목사님 같은 분들이 어떻게 목회하시느냐에 따라 우리 1.5세 목회자들의 가능성과 비전이 확인될 수 있을 것입니다. 1.5세 목회자들이 40-50대에 접어들고 1세 교회를 맡게 되면서 이분들이 어떤 전통과 선례를 세우느냐가 한인교회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교회가 한인교회로부터 수혈받고 배울 점이 있듯이, 한인교회도 미국교회로부터 배울 점이 많을 것입니다. 미국인 회중을 목회해 본 경험상 어떤 점이 있을까요?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미국교회는 합리적입니다. 장점이면서 단점입니다. 미국교회는 목회자에게 합리적으로 대우하고 합리적으로 요구합니다. “교회에서 이만큼 할 테니 목사님도 이만큼 하십시오”라는 선이 분명하기에 마찰이 적고 안정적입니다. 반면, 그 이상을 넘어가서 나타나는 ‘희생’을 통한 기적의 역사가 드뭅니다. 제가 미국교회에 처음 부임해서 위임예배를 드리고 파티 후에 빵이 조금 남았습니다. 한 성도님이 저보고 “가져 가겠냐”고 묻기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했더니 “5불 내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교회 물건이니 목사도 돈을 내고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반면에 목사도 사람이니 휴가를 가고 가족과 시간을 가지고 하는 것은 또한 철저하게 보장해 줍니다. 하지만 한인교회는 이와는 반대입니다. 제가 어느날 목회자들의 모임에 갔다가 그 교회에서 삼계탕을 대접받은 이야기를 우리 교회에 와서 지나가며 했더니 다음주 새벽예배 후에 성도님들이 삼계탕을 해 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비합리적’으로까지 목사를 대접해 주기에 또한 목사에게 ‘비합리적인’ 요구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넘치도록’ 주고 받는 가운데 생각을 초월하는 기적의 역사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미국교회는 문제도 적고 기적도 적고, 반면에 한국교회는 문제도 많고 기적도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교회의 장점을 한가지 꼽으라면 역시 ‘저력’입니다. 미국교회를 보고 약하다 약하다 하는데 사실 저력이 있습니다. 물론 성경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분도 만났습니다. 나이 60이 되도록 성경 한번 제대로 안 본 분도 있고 Genesis 1:2이라고 하면 중간에 ‘:’이 뭔지 몰라서 구절을 못 찾는 분도 있었습니다. 전임 미국인 목회자들이 성도들과 성경공부를 전혀 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인 목회자가 열심을 갖고 성경공부를 하니 너무들 좋아했습니다.

미국인 교회는 주일예배 참석 인원이 전체 성도 수의 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미국인 성도 중에는 주일예배를 지키지 않는 분들이 많고, ETC 성도라고 Easter(부활절), Thanksgiving(추수감사절), Christmas(성탄절)만 지키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이지 않게 봉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교회 사무실에 있어 보면 주중에도 교회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많은 분들이 오가며 교회를 청소하고 꾸미고 섬깁니다. 교회를 섬기고 사회를 섬기는 자원봉사 정신이 기독교적으로 그들의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습니다. 교회에서 병원을 방문해 위로하고 선물하는 일, 머리카락을 길러서 항암치료 중인 환자들을 위해 기증하는 것, Food Pantry, Crop Hunger Walk를 통해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 이런 사랑 나눔이 몸에 익어 있습니다. 목사가 하라 하지 않아도 이것이 성도들의 삶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이 다 신앙적 동기에서 시작돼 생활화 된 것입니다.

▲김태준 목사는 “우리 젊은 목회자들이 1세 목회자의 권위적 모습은 쉽게 배웠지만 그 모습 뒤에 있는 기도와 섬김, 사랑은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이화영 기자
-주제를 좀 바꾸어서 시카고 교계에 대한 문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시카고 교회의 목회자 공석 현상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어떤 모임에 갔는데 그 자리는 목회자, 신학생, 평신도가 다 모인 자리였습니다. 각자 힘든 점을 이야기 하는데 목회자는 말 안 듣는 성도님들 때문에 힘들다 하고, 평신도들은 달달 볶는 목사 때문에 힘들다 하고, 신학생은 목사가 자신을 동역자로 인정해 주지 않기에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결국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 하는데 그게 결국 목사가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모두의 잘못이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과 사명이 목사에게 있다는 말입니다. 중고등부 전도사를 할 때 자녀들의 문제는 99% 부모 책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교회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교회 문제는 99% 목사 책임이라는 겁니다.

시카고에 젊은 목회자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난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교인들이 나빠서 떠났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교인들은 왜 그렇게 됐습니까? 결국 전임 목회자들이 그렇게 교육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또한 “목회자에게 맞는 목회지가 있다”는 말을 하면서 한 교회에서 실패한 목회자가 다른 목회지에 가서 성공한 예를 많이 듭니다. 물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와는 달리 첫번째 목회지에서 실패한 목회자가 그 실패를 바탕으로 새로운 목회자로 거듭났기에 두번째 목회지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감리교회 파송 제도 속에 보면 교회를 아무리 바꿔도 계속 실패하는 목회자들을 보게 되는데 그분들은 좋은 목회지를 못 만나서 계속 “죽쑤는” 목회를 하겠습니까?

저희 세대가 공부하던 당시 ‘교회성장론’이란 것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교회 성장에 관한 책, 목회자 리더십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목회자를 CEO로 보고 조직을 이끌어 가는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것이 큰 도움이 됐지만 이것은 큰 그림의 반쪽이라는 것을 저희 세대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배 목회자들이 너무 ‘무식하게’ 영적인 것만 강조했다면 우리는 너무 ‘똑똑하게’ 기술적인 것만 강조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선배들이 가졌던 영적 권위를 배우지 못했고 쉽게 지쳐 버리고 포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새들백교회에 관한 전문서적들을 읽으면서 새들백교회의 목회나 성장에 관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되어 새들백교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릭 워렌 목사가 가진 불신자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직접 보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배우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선배 목회자들이 가진 카리스마와 권위는 자주 보고 배웠지만 그분들이 그런 권위를 갖기까지 얼마나 성도들을 섬기고 사랑하고 기도하며 희생했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어느 목사님이 새벽에 강단 앞에서 오랫동안 무릎꿇고 기도하다 무릎이 아파서 몸을 잠깐 뒤틀었는데, 뒤에서 기도하던 성도가 그것을 보고 “우리를 위해서 목사님이 저렇게 다리가 저리도록 기도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은혜를 받았답니다. 이런 실화도 있습니다. 교회에서 특별한 은사를 받았다고 자부하는 한 성도가 목회자와 함께 병상에 누운 성도를 심방하러 갔습니다. 그 은사를 받은 성도는 목회자에게 “목사님. 제 능력을 받아 기도하셔야 합니다. 자, 제 손을 잡고 능력을 받으세요”라고 했답니다. 이 말을 들은 목사님은 별 수 없이 그 성도의 손을 잡고 기도한 후, 병상에 누운 성도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병상에 누운 성도는 목회자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 평신도에게서 그런 무례한 일을 당하면서까지 기도하는 모습에 큰 은혜를 받았다고 합니다. 성도들이 바라는 것은, 또한 필요한 것은, 이런 사랑입니다. 우리 젊은 목회자들이 이런 기본적인 것을 너무 무시하고 목회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1세 목회를 하시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우리 이민 1세들은 누구라도 1시간만 붙잡고 이야기 해 보면 이 시대의 영웅임을 알게 됩니다. 험난한 이민생활을 뚫고 온 그들이야말로 “가장 잘했다”는 위로가 필요한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을 보듬고 세워줘서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런 백성되게 돕는 것이 이민목회의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어떤 성도분들은 그저 매주 교회에 나오는 것만 해도 감사한 분이 있습니다. 물론 성경공부도 하고 교회를 섬기기도 해야겠지만, 그렇게는 못해도 일주일 내내 생업에 종사하고 주일 하루 노는 날 휴가 한번 가 보지 못한 채 열심히 주일을 빠지지 않고 지키는 분들도 훌륭한 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젊은 목회자들이 자칫 ‘교만한’ 교회성장론에 빠져서 자기도 잘 모르는 비전 운운해 가며, 교인을 성취를 위한 도구로만 보아서는 안되겠지요. 제 얘기를 하는 겁니다. 하나님이 저희를 부르실 때 “1천명 목회해라” 하시지 않고 “내 양을 먹이라” 하셨습니다. 1세 교회를 목회하면서 저는 이 양이 어떤 것인지 비로소 깨닫게 됐습니다.

-시카고 지역은 연합활동이 잘 안된다고들 하는데 목사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먼저 어떤 연합을 이야기 하느냐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교회협의회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카고 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있어야 하고 필요시에는 시카고 교회의 여론도 조성하고 입장 발표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협회장은 시카고교회의 대표성을 지니는 것만으로도 큰 일을 하는 것입니다. 구심점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을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어쩌면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주지했으면 하는 것은 작은 의미의 좀더 효율적인 연합은 그런대로 잘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별로 하는 부활절연합 새벽기도가 있고, 각 교회 여선교회가 중심이 되어 매년 드리는 세계 여성 기도회, 위에 말씀드린 중고등부 연합 수양회 등이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역 안에서 목회에 도움을 주고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목회자들의 모임들이 있으니 연합활동이 잘 안된다고 속단할 수 없습니다. 매주 모이는 목회자들의 테니스 모임, 농구 모임부터 매달 모이는 독서모임, 스터디 그룹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교회갈등 세미나도 목회상담에 관심있는 목회자들이 몇년동안 열심히 모인 열매로 결성된 그룹이 주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목사부부합창단 같은 것도 좋은 연합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할렐루야대회 같은 연합 집회가 잘 안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연합활동이 잘 안되어서가 아니라 부흥회가 시대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때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목사님들이 타이틀 갖기 좋아서 모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연합 활동은 안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교계 일부 단체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모임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분들이 타이틀이 좋아서 하시는 일이 아니란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이미지 상 실제로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방금 말씀드린대로 목회자들은 필요하면 알아서 잘 모입니다. 이름도 헷갈리는 그런 단체들이 존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교계 이미지 상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경우입니다. 어떤 단체는 본래 의도와는 달리 목사님들이 목에 힘주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필요성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목사님은 청소년기를 시카고에서 보내셨습니다. 1.5세 청소년 입장에서 봤을 때 한인교회의 모습이 어떠했습니까?

30년 전 교회는 이민자들의 쉴만한 물가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민 초기라 부모님들과 놀러 가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교회에서 야유회 가는 것이 피크닉 가는 유일한 기회였고, 교회에서 수양회 가는 것이 시카고를 떠나는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매주일 예배드리고 볼링치러 가는 것도 큰 낙이었구요. 그러는 가운데 믿음이 커가고 같은 또래와 만나 함께 기도하고 교제하는 것이 큰 힘이 됐습니다.

-지금 1.5세나 2세들은 한인교회에서 목사님이 느낀 것 같은 문화적 안식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교회는 그 시대적 요구에 부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민사회가 발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교회 아니면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부흥회도 많았는데 어떤 친구는 부흥 강사님들의 메시지를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부흥회를 좇아 다녔습니다. 은혜의 때이기도 했지만 다른 할 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왠만한 부흥회 메시지는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으로 다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교회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진짜 잘해야 하는 때입니다. 성도들의 안목이 이전에 비할 수 없이 높아졌기에 교회가 문화사업을 한다는 것도 현실적인 면에서 많은 도전이 되는 일입니다. 섣불리 쉽게 생각하고 달려 들었다간 차라리 안하니만 못한 결과가 생기기도 합니다. 할머니들도 모셔다가 식사만 잘해 드리면 좋아하시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하도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할머니들의 눈높이도 상당히 높아져 있습니다. 하려면 프로답게 해야 하는데 작은 교회들은 그런 리소스가 아무래도 적은 애로가 있습니다. 쉽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부지런히 창조력을 키우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