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나이지리아의 치안 악화와 폭력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기독교인 여성과 소녀들이 살해와 납치, 성폭력, 강제결혼 등의 위험에 더욱 노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5명의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최근 나이지리아 정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북부 지역과 중부 벨트에서 "치안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 공동체, 특히 여성과 소녀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상당 부분이 보코하람(Boko Haram),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 풀라니 목축민 민병대 등 비국가 무장단체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나이지리아에서는 15~49세 여성의 21%가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여성 전반이 높은 폭력 위험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측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수천 건의 공격이 발생해 수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희생자의 대다수가 기독교인이었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강제개종과 강제결혼, 납치 및 성폭력 등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담겼다.
나이지리아 바우치주 나보르도에서는 13세 소녀가 강제로 개종한 뒤 15세 소년과 결혼한 사례가 보고됐다. 소녀의 아버지가 딸을 되찾으려 했지만 샤리아 위원회와 법원이 이를 막았으며, 이후 조스 지역에서 항소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5년 11월 12일 보르노주 치복 지역에서는 보코하람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이 '국가 그리스도 교회(Church of Christ in Nations)' 목회자의 두 딸과 다른 교인들을 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행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몸값 요구나 당국의 추가 발표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두나주에서는 16세 기독교 소녀가 강제결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2025년 12월 13일 손이 잘리는 공격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용의자는 체포됐지만 다른 용의자들은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성인 기독교 여성은 2025년 결혼 직후 납치돼 억류 중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풀려났지만,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를 출산한 뒤 지역사회에서 낙인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소녀들의 납치와 성폭력, 강제결혼 및 강제개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이 이러한 인권침해를 방치하거나 가담했다는 의혹과 함께, 납치된 소녀들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와 수색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유엔 전문가들은 보르노주의 기독교 마을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지속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 전역에서도 최근 잇따른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9일에는 플래토주 조스 노스 지역에서 공격으로 최소 27명이 사망했으며, 5월 초에도 플래토주에서 추가 공격이 발생했다. 5월 15일에는 오요주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집단 납치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폭력 사태는 국내난민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국내난민은 약 35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여성과 소녀들은 의료 및 산모 진료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데다 성적 착취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플래토주 망구 지역에서 피란 생활을 한 한 기독교 여성은 공격 당시 상황에 대해 "여성들이 공격을 받는 가운데 빗속에서 출산했고 일부 아이들은 숨졌다"며 "여성들에게 먹을 것이 없었고 남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소녀들은 생필품을 얻기 위해 성관계를 강요받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기독교 여성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숨기거나 공동체에서 보호와 수용을 받기 위해 히잡을 착용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유엔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의 광범위한 치안 위기가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적 소수자들에게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들이 특히 표적이 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유엔 서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신앙 때문에 살해된 것으로 보고된 기독교인 4천849명 가운데 3천490명이 나이지리아에서 희생됐다. 이는 전 세계 피해자의 약 72%에 해당한다.
유엔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 북부 12개 주에서 시행되는 샤리아법이 비무슬림과 이슬람교에서 개종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연방법 형법 제204조와 주별 형법에 포함된 신성모독 관련 규정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신성모독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경우에도 종교적 소수자, 특히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군중 공격과 살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나이지리아의 불안정한 치안 상황이 일부 지역에서는 "사회적·제도적 공모, 묵인 또는 태만"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측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나이지리아 정부에 전달한 여러 차례의 관련 서한에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한에서는 나이지리아 정부에 피해 사건의 수사 현황과 납치 피해자 수색,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 근절 방안, 인도적 지원 접근성, 신성모독 관련 법률의 현황, 종교적 소수자 보호 대책 등 8개 분야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추가적인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를 취할 것도 나이지리아 정부에 촉구했다.
국제 종교자유 변호단체인 국제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의 유엔 옹호 담당 이사 조르조 마촐리는 유엔의 개입을 환영했다. 그는 무장세력의 테러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독교인과 종교적 소수자, 특히 여성과 소녀들이 잔혹한 공격과 인권침해 위험에 놓여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유엔 서한은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여성을 상대로 한 카노주 이슬람 종교경찰 '히스바(Hisbah)'의 권한을 제한한 연방법원의 판결 직후 발표됐다.
ADF에 따르면 2025년 22세 여성은 가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결혼을 강요하자 집을 떠났고, 이후 기독교 가정에 머물면서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카노주의 히스바 종교경찰에 신고하면서 체포됐다.
이 여성은 4일간 구금된 동안 신체적 학대와 함께 강제결혼에 동의하라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석방된 뒤에는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로 기독교 가정의 도움을 받아 조스로 이동했다.
이후 여성은 당국을 상대로 기본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연방법원은 카노주 정부와 히스바가 해당 여성이 기독교로 개종했거나 결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를 추진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당시 처우를 인간의 존엄성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로 규정하고 배상을 명령했다.
다만 이 여성을 보호했던 기독교 가정은 여전히 납치 혐의로 형사 절차를 받고 있다. 가족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ADF의 국제 종교자유 담당 수석 변호사 숀 넬슨은 "누구도 자신의 신앙을 버리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되며, 어떤 기독교인도 이슬람 도덕경찰의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히스바가 기독교인이나 다른 비무슬림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이지리아의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처우는 최근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고 있다. 미국은 2025년 10월 종교자유 문제를 이유로 나이지리아를 '특별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으로 재지정했다.
올해 초에는 제노사이드 워치와 국제대량학살방지연합이 나이지리아에서 지하디스트 무장단체에 의해 2001년 이후 6만 명 이상이 살해되고 220만 명 이상이 강제 이주했다며, 이를 '소모에 의한 집단학살(genocide by attrition)'로 규정하고 유엔에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