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명암기법과 거친 질감, 한없는 인간에 대한 애정...’

몰락한 대화가, 렘브란트의 삶을 붓 삼아 하나님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화폭에 나타내셨다. 그분의 뜻을 찾아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우리, 정말 그 분이 이끄시는 삶에 온전히 순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마른 빵만 먹어도 좋으니 2주일간 계속 그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준다면 내 수명에서 10년이라도 내어줄 텐데.”반 고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함께 17세기 유럽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를 감상하던 중 이렇게 극찬했다.

렘브란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함께 17세기 유럽 최고의 화가로 꼽힐 만큼 위대한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사실 우리는 명성에 비해 그의 작품이나 삶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자화상과 성화를 많이 그린 크리스천이라는 정도?

이 책은 렘브란트의 딸 코르넬리아의 성장담을 통해 대화가 렘브란트와 그의 작품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실존했던 인물들과 배경을 바탕으로 저자의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소설이지만 '다 빈치 코드'와 같은 기존의 스릴러·미스터리 팩션 소설과는 달리, 렘브란트의 가족사와 작품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고 농도 짙게 녹아 있다.

도덕적으로 엄격한 당시 암스테르담에서 스무 살이나 차이 나는 하녀와 결혼도 하지 않고 살면서 아이까지 낳은 렘브란트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에 충분했다.

하루아침에 명성과 부귀를 잃은 렘브란트는 불행했을까? 그의 몰락은 흔히 말하듯 예술가 특유의 광기 때문이었을까, 도덕적 문란함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는 정말 몰락한 것일까?

렘브란트가 자신의 생각을 적은 편지나 문서들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알 길이 없지만, 린 컬렌은 긴 시간 자료를 수집하면서 렘브란트를 붓이 아닌 삶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로 새롭게 복원시켰다.

한때 국내외 왕자들도 즐겨 찾던 렘브란트는 당시 화풍이었던 평면적 구성에서 벗어나 빛과 어둠을 대담하게 사용하면서부터 사람들에게서 외면을 당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위대한 예술세계가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유명세가 떠나면서부터다. 복잡다단한 인간의 감정과 종교적 정감을 깊이 있게 표현한 걸로 극찬받고 있는 그의 작품은 그 특유의 명암법 덕이기 때문이다. 4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인정받고 있는 명암법은 어쩌면 영욕을 삶으로 겪어내면서 터득한 기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캔버스에 표현한 천재 화가 렘브란트처럼, 코르넬리아와 렘브란트의 갈등, 렘브란트의 몰락 배경, 그의 그림 속에 담겨진 가치를 린 컬렌은 인물들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냈다.

린 컬렌│뜨인돌│2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