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워싱턴 DC내 중국대사관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던 조진혜 씨(21)가 단식 15일째인 16일(토) 오후 1시경 의식을 잃어 조지타운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지금까지 조 씨는 중국대사관 앞 공원에서 작은 텐트를 쳐놓고 물만 마시면서 의자에 앉아서 단식투쟁에 임했다. 보다 못한 박영걸 목사는 공원 한 켠에 놓인 벤치에서 밤을 새면서 조 씨를 지켰다. 이희문 목사도 시간 날 때마다 공원에 들려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외로운 투쟁에 관심을 가져 준 것은 이들 몇 명뿐이었다.

지난 5일 조씨가 중국대사관에 전달하기 위해 영문으로 쓴 ‘중국정부에 대한 호소문’ 은 봉투도 개봉되지 않은 채 조 씨에게 반송됐다.

조 씨는 호소문에서 “나는 먹을 것을 위해 국경을 넘은 사람”이라며 “먹을 것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내가 그 먹을 것을 포기하고 단식투쟁을 하는 것은 나 하나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도 고통당하며 죽어가고 있는 내 동포 탈북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단식투쟁의 이유를 밝혔다.

한국에 있는 기독교사회책임은 조 씨의 단식투쟁에 동참키 위해 단식농성단을 긴급 파견했다. 1차로 2명이 입국했으며 탈북자 2명도 미국 비자가 발급되는 대로 합류키로 했다.

조씨는 10살 때 어머니와 여동생과 중국으로 탈북했다. 북에 남겨놓고 온 가족도 잃고 수용소에 갇히며 자신의 생명까지도 위협당하는 일을 수도 없이 겪었다. 그러나 윤요한 목사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지난 3월 시애틀로 망명했다. 지난 달 24일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치고 시애틀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조씨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를 생각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단식투쟁을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조씨는 “현재 도문 변방 구치소에 약 400명의 탈북자들이 수감돼 있으며 이들이 현재 북한에 송환된다는 것은 죽음 그 자체인 만큼 중국 정부가 이들의 송환을 중단해 줄 것을 간절히 부탁한다. 평화를 사랑한다며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이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하는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김정일이 지난 4월 탈북자를 ‘나라의 반역자’로 규정하는 방침을 내리면서 북한은 탈북자들을 굶겨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