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꽃과 야채을 심고 가꾸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중년의 꼭지점에 이르러서 그런지 작은 꽃 한 송이를 봐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 가족이 사는 렌트 하우스는 작은 뒤뜰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아내는 “Orchard Supply Hardware” 에서 무엇인가 사 온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일에 워낙 무심한 남편인지라 아내가 왜 뒤뜰에 오가는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그저 빨래나 널러 가겠지 하는 생각 외에는...

그런데 엊그제 아내가 뒤뜰에서 쭈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열중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빨간 딸기도 있고, 부추도 있고, 싹이 난 상추도 있고, 토마토 줄기도 있었습니다. 아내는 그 동안 흙을 사오고, 씨와 줄기를 심어 야채를 가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잘려나간 몇몇의 줄기들을 바라보면서 속이 상한다고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이유인즉슨 달팽이가 달려들어 줄기와 열매들을 갉아먹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아니 솔직히 아내의 눈밖에 나면 피곤한 인생이 될까봐...)달팽이를 죽이는 약을 사 왔습니다. 그리고 괜히 아내 옆에서 일하는 척 하였습니다.

아내의 삶은 여느 이민자들처럼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분을 돌봐드리며 생활비를 벌고 있습니다. 그리고 밀알사역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자의 노동량이 결코 남자보다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만만한 게 아내인지라 가끔은 큰 소리치는 간 큰 남자(?)가 되어 보기도 하고, 이내 현실을 직감하고 꼬리를 내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부부가 2,30대는 육정으로 살고, 4,50대 중년에는 동정으로 살고, 6,70대는 인정으로 산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삐져 나오고, 눈가에 주름살이 잡히고 있는 아내를 보니 불쌍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젊어서 그런지 진정 ‘사람의 정’으로 살지 못하니 가끔 화를 내기도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울 뿐 입니다.

아내가 심어 놓은 딸기줄기에서 첫 딸기를 낼름 따 입에 넣었습니다. 아주 신선하고 맛이 있었습니다. 물론 사 먹는 딸기가 더 크고 맛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딸기보다도 맛이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아내의 따스한 손으로 키운 딸기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작은 뒤뜰에 행복을 심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이 맛있게 먹을 부추를 생각하며, 아이들이 함께 먹을 딸기를 바라보며 씨를 뿌리고, 야채를 가꾸며 행복을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심는 대로 모든 것이 다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달팽이나 다람쥐가 와서 갉아 먹을 수도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 한번에 뒤엎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행복을 심는다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행복을 심고, 행복을 가꾸고, 행복을 다듬어야 할 훈련과 기술, 행복을 보존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으로 행복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요? 십자가의 사랑으로 심고,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가정을 가꾸고, 섬김으로 행복을 다듬고, 말씀의 권능으로 시련과 시험을 능히 이겨내야 행복이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행복은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뒤뜰에 행복을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모습과 비교하지 말고, 내 삶이 고단하다 할 지라도 행복의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 행복의 씨를 심고 가꾸는데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사랑이라는 토대 위에서 제대로 자랄 수 있습니다. 연약한 나를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존귀한 눈으로 바라보고, 나에게 허락하신 인생을 감사함으로 수용한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가정과 이웃을 사랑으로 섬기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행복의 항해에서 승리한 자가 아닐까요?

행복한 삶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오늘 열심히 ‘행복’을 심기 바랍니다.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행복의 열매를 맺어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