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훈 원장(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은 지난달 28일 국제창조론 열린포럼을 주최했다. 이 포럼은 신·구약학자, 지질학자, 의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창조와 지구 연대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논문으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술 모임이다. 양승훈 박사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교회 안에도 세계 복음주의 교회에서 논의되는 건전한 입장들을 대화할 수 있는 장(場)이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다양한 성경 해석과 과학적 관점이 아닌, 무신론적 진화론임을 기억하고 복음주의 안에서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창조론 열린포럼을 열게 된 취지는 무엇이었는가?

“가장 중요한 취지는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신학자와 과학자들이 창조론에 관한 대화를 위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창조론에 관한 논의라면 과학자들끼리만 모였는데 그렇게 해서는 균형잡힌 논의가 어렵다. 복음주의는 성경의 무오성, 즉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한국교회 성도들, 목회자, 신학자들이 대부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복음주의 진영 안에서 제기되고 있는 창조론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나 의견을 겸손하게 경청하며 대화해 보자는 취지다.

한국교회는 세계 복음주의 교회에서 보면 매우 소수인, 문자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창조론이 선점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창조론이 소개되질 못한다.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도 복음주의적 과학자, 신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건전한 창조론 연구 결과들이 소개될 틈이 없다. 성경의 무오성을 인정하는 한 창조과학 외에 다른 의견은 무조건 ‘진화론자다’, ‘무신론자다’라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포럼의 기본 입장이다.

올해 8월에는 세 번째 포럼을 열고, 세 번째 논문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학술활동을 위해 간단한 조직도 만들 것이다.”

성경은 무오하지만 해석의 다양성은 인정, 열린 대화와 필요해

-이번 포럼을 통해 지구연대, 노아의 홍수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제시됐다. 이러한 논의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가진 창조과학회와의 소통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현재로선 뚜렷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좀 더 겸손하게 만나서 함께 대화하려는 노력은 계속하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성경의 권위와 영감성을 믿는 사람들이다. 과학적인 증거와 성경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성경은 무오하지만 성경 해석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포럼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조건은 두 가지다. 먼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자신의 주장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대화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조건만 충족한다면 누구나 (포럼에) 참여할 수 있다. 창조과학회에서도 이러한 자세만 갖는다면 의견이 다를지라도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

-창조와 진화, 지구 연대에 관한 논쟁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과학자로서 본인은 어떤 입장을 지지하는가.

“나는 근본적으로 진화론을 반대한다. 유신론적 진화론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화론은 그럴 듯한 증거는 많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구태여 창조론에서 내 입장을 묻는다면 진행적 창조론에 가깝다고 보는 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진행적 창조론은 지구와 우주를 오래 된 것으로 보고,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복음주의자들이 가장 많이 지지하는 이론이다. 실제로 지구 연대와 관련해서는 젊은 지구에 관한 증거보다 오래된 지구에 관한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고 또 훨씬 더 정량적이다.

그렇다고 내가 오래된 지구설을 믿는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다. 창조될 때 그 현장에 우리들이 있지 않았고, 또 창조 과정을 반복해서 검증할 수도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정확한 창조 연대를 알 순 없다. 다만 현재의 증거들로 볼 때 오래된 듯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성경적, 과학적 증거에 충실한 대답이라고 본다. 하지만 성경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 수 있듯이, 창조 연대에 대한 입장은 선택의 문제이지, 신앙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창조에 관한 대화, 방법론 아닌 하나님의 목적에 집중해야

-창조에 대한 과학계의 견해 차이는 신학계에서 성서 해석의 차이를 두고 보이는 양 극단의 대립과도 비슷하다. 성경을 보는 첨예한 입장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창조론도 스펙트럼을 그려 본다면 가장 오른쪽이 창조과학의 입장이고, 차례로 진행적 창조론, 유신론적 진화론, 그리고 가장 왼쪽에 무신론적 진화론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창조론 연구에서 집중해야 할 문제는 ‘누가 창조했는가’(who)이지 ‘언제 창조했는가’(when), ‘어떻게 창조했는가’(how)가 아니다.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과 창조의 목적에 집중해야지, 엉뚱한 곳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창조주가 누구시며, 그 분 앞에서 인간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창세기의 기록 목적은 창조 연대를 계산하고, 창세기를 과학 교과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해석학적으로 성경을 과학 교과서로 보는 문자주의적 입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라는 시로부터 원예학의 원리를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성경이 의도한 바에 집중해야지, 의도하지 않은 바를 두고 싸워서는 안 된다. 이것은 마치 아군들끼리 총을 쏘는 일이다. 우리는 성경이 기록된 원래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인지 무엇인지를 논의하자는 것이 이번 포럼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창세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제쳐두고 지엽적인 문제로 다투는 것이 되어선 안된다. 마치 한 사람은 ‘철수가 광주에서 고시 공부를 하러 서울에 갔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아니야. 철수는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갔다’고 반박하는 것과 같다.”

-미국에서는 UFO를 중심으로 신흥 종교들이 생겨나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UFO 현상에 대하여 그리스도인들은 이 현상이 과학적이 아니라 종교적 현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대부분의 UFO 지지자들은 반기독교적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 중에 기독교를 걸고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 UFO 지지자들은 거의 대부분 진화론자라는 것도 흥미롭다. 이는 본질적으로 UFO가 과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종교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UFO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있어도 이것 역시 진화론과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지금까지 UFO를 목격했다는 많은 보고들 중에 95%는 확실히 잘못 본 것이고, 나머지 5%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나머지 5%의 증거들도 보고자들이 지상의 물체를 오인한 것이 아니라고 확정할 증거는 없다.

UFO는 아마추어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나 NASA와 같은 데서도 흥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사람들이 수천 명이나 되는 최고의 박사들이 모인 NASA와 같은 과학연구 기관이 발표하는 이야기는 믿지 않고, 타블로이드 황색 저널에 보고된 것은 쉽게 믿는다는 사실이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이 말할 때에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 언젠가 어느 신문에서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면 기독교가 무너진다는 호들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내가복음”이다. 외계생명체와 관련하여 우리는 ‘지금까지 연구로 봐서는 아직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미래에 외계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이 발견된다면 그 생명체 역시 하나님의 피조물이다’라고 말할 뿐이다. 과학은 규범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것이고, 또한 그러해야 한다.”

무신론적 세계관의 도전, 학문을 통한 성경적인 세계관 갖도록 길 열어야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적 진화론자의 책이 기독교에 대한 지적 도전으로 생각되는데 이런 무신론 과학자의 논리에 대해 교회는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가.

“목회자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을 지식으로 대항할 수 없다. 학문은 논리의 세계이기 때문에 치밀한 논리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교회에도 탁월한 지적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 그들이 학문 세계에서 제사장의 소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목회자들이 권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교사와 목회자가 되는 것만이 가장 헌신된 신앙인의 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경적인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길을 한 분야로만 몰아가면 필연적으로 이원론적 세계관에 빠진다. 오히려 바른 성경적인 세계관을 갖고, 학문적 재능이 있는 청년들은 학문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일하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구와 우주의 창조 연대에 대한 입장 차이는 미(美) 복음주의권의 심각한 분열을 낳기도 했다. 이것은 앞으로 한국 복음주의권 내에서도 매우 민감한 주제가 될 텐데.

“지난 50여 년 간 미국 복음주의권은 이 문제로 갈려져서 아직까지 서로 대화하지 않고 있다. 나 역시도 한국교회 안에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염려하고 있다. 창조 연대를 가지고 반 세기를 적대시해 온 미국 교회의 불행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나는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분열 배경을 잘 알기에 창조 연대에 대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의견을 나누려는 것이다. 의견이 다르니까 만날 필요가 있고, 또 서로 배울 것이 있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지체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진화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에 있다는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경은 우리에게 창조주를 말할 뿐, 언제, 어떻게 창조하셨는가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진화론자이면서 기독교인인 사람들은 진화의 방법을 통해 창조가 이루어졌다는, 소위 유신론적 진화론을 지지한다. 이 입장은 진화가 이루어지는 배경에 하나님이 눈에 보이지 않게 역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무신론적 진화론과도 학문적으로는 아무런 충돌을 보이지 않는다. 가톨릭은 이미 공식적으로 이 입장을 인정했고, 다수의 전문가들도 이 입장에 포함돼 있다.

나는 유신론적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진화의 결정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 하지만 이 입장 역시도 해석의 차이이지, 근본적인 신관(神觀)이나 세계관의 차이는 아니다. 현재 미 복음주의자들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이론을 믿고, 생물학을 전공한 복음주의자들은 상당수가 이 이론을 지지한다.

유신론적 진화론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이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들어 볼 만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다른 입장이나 의견은 꺼내놓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불행이다. 어차피 우리는 다 부족한 사람들이기에 누구든지 틀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우리가 천국에 갔을 때, 창조의 증거와 창세기의 해석에 있어서 틀린 것을 가지고 하나님이 우리를 꾸중하시진 않으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한 것은 크게 책망 받을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과 같이 대화가 단절되고, 의사 소통이 없는 상황들을 불식시켜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본다.”

양 승 훈 박사는
경상도 문경 출생으로 경북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KAIST 물리학과에서 한반도 물성에 대해 연구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과학사(MA)를, 휘튼대학에서 신학(MA)을 수학했으며 1997년부터는 기독학자들의 모임인 DEW(기독학술교육동역회)의 파송을 받아 캐나다에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를 설립, 운영하면서 현재 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물리학과 역사』,『과학사와 과학교육』,『창조론 대강좌』,『기독교적 세계관』『과학사와 과학교육』등이 있으며 기독교적 세계관을 다룬 에세이집인『기독교 세계관으로 들여다 본 세상』,『기독교적 렌즈로 세상 읽기』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