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가까이에서는 눈물만 보입니다. 아픈 말 한마디가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닫힌 문 하나가 인생의 끝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그 장면 앞뒤로 이어지는 길이 보입니다. 그때는 알 수 없었던 만남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눈물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은혜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믿음은 인생을 멀리 바라보는 눈을 열어 줍니다. 오늘의 고통을 정직하게 마주하면서도, 하나님이 써 가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합니다. 우리는 지금 한 장면을 살고 있지만, 하나님은 우리 인생 전체를 보고 계십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팔려 갈 때 그의 인생은 비극처럼 보였습니다. 구덩이에서 나왔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에게서 멀어져 낯선 땅으로 끌려갔습니다. 애굽에서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이었겠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감옥에서도 요셉과 함께하셨습니다. 훗날 요셉은 그를 죽이려 했던 형제들을 돌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기근 가운데 많은 백성의 생명을 살렸습니다(창 50:20). 형들이 행한 악은 분명 악이었지만, 하나님은 그 악에 요셉의 마지막 이야기를 맡기지 않으셨습니다.
나오미도 깊은 상실을 경험했습니다. 베들레헴에서 모압으로 이주했다가 남편을 잃고 두 아들마저 잃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룻 1:21). 그러나 그 곁에는 룻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룻의 사랑과 보아스의 돌봄을 통해 나오미의 삶을 역전시켜 주셨습니다. 룻기의 마지막 장에는 아기 오벳을 품에 안은 나오미가 나옵니다(룻 4:14-17). 그 아이에게서 다윗으로 이어지는 계보가 펼쳐집니다.
다니엘은 젊은 날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익숙한 땅을 떠나 낯선 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했습니다. 자기 뜻대로 선택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포로의 땅에서도 그를 붙드셨습니다. 왕들이 바뀌고 제국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다니엘의 기도는 이어졌습니다. 다니엘서의 마지막에는 그가 평안히 쉬다가 끝날에 자기 몫을 누리게 되리라는 약속이 주어집니다(단 12:13).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제자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예수님의 몸은 무덤에 놓였고, 돌문이 닫혔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무덤 너머에 부활의 아침을 준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으며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십자가의 상처를 지니신 부활의 주님이 영광 가운데 살아 계십니다. 성경은 이처럼 눈물과 상처를 지나 생명과 기쁨에 이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므로 인생을 멀리 바라보는 훈련을 하십시오. 오늘의 한 장면을 인생 전체로 여기지 마십시오. 지금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 의미도 없다고 단정하지 마십시오. 아픈 날에는 아프다고 기도하십시오. 눈물이 흐르면 애통하며 우십시오. 그러면서도 아직 쓰이지 않은 다음 장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십시오.
바울은 말씀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이 약속은 고통 자체를 선하다고 부르지 않습니다. 고통과 실패까지도 하나님의 선하신 손 안에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그 선이 우리를 하나님의 아들의 형상을 닮게 하는 일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줍니다(롬 8:29). 하나님은 우리의 형편을 돌보시며, 시련을 지나는 동안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빚어 가십니다.
인생은 여러 색실로 짠 한 폭의 그림과 같습니다. 뒷면에서는 실들이 뒤엉켜 보입니다. 매듭이 불거져 있고, 색실들이 어지럽게 교차합니다. 그러나 앞면에서는 그 실들이 하나의 무늬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하나님의 작품을 뒷면에서 바라봅니다. 그래서 어두운 실이 왜 필요한지, 매듭이 왜 그곳에 생겼는지 알지 못합니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앞면을 아시는 하나님께 오늘의 실 한 가닥을 맡기는 것입니다.
깨진 유리 조각도 장인의 손에서는 모자이크가 됩니다. 홀로 놓여 있을 때는 날카로운 파편이지만, 다른 조각들과 어우러지면 빛을 받아 아름다운 그림을 이룹니다. 우리 손에 남은 조각들을 하나님께 올려 드리십시오. 잃어버린 기회도, 풀리지 않는 질문도, 차마 말하지 못한 눈물도 맡겨 드리십시오.
인생은 신비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는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압니다. 우리를 위해 아들을 내어 주신 사랑을 압니다. 그 사랑을 의지하여 오늘을 걸어가십시오. 너무 일찍 판단하지 마십시오. 너무 서둘러 결론 내리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지금도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의 눈물이 흐르는 이 순간에도,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손은 멈추지 않습니다.
목양실에서 강준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