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ifornia Prestige University 평생교육원장 이성희 박사
(Photo : California Prestige University 평생교육원장 이성희 박사)

초고령화 시대, 시니어를 다시 바라보다

한국교회가 초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함께 교회의 고령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리서치 ‘2025 종교인식조사’ 발표에 의하면 한국교회 신자 10 명 중 4 명 이상이 60 세 이상으로, 종교 인구 고령화 속도가 전체 인구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사역하고 있는 California Prestige University Lifelong Institute 가 실시한 미주 한인교회 시니어 사역 현황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교회의 60 세 이상 시니어 성도 비율은 평균 60.9%에 이르렀다. 대형교회를 포함한 평균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중소형 교회에서는 시니어 비율이 이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도 있고, 실제로 필자가 아는 많은 교회들이 80-90% 이상이 시니어들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고령화 시대의 시니어 사역은 시니어를 단순히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부터 달라져야 한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관점이다. 기독교적 의미에서 액티브 시니어란 단순히 건강하고 활발하게 노후를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음 안에서 자신의 삶과 사명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건강할 때에는 자신의 몸과 시간과 경험으로 섬기고, 신체적 활동이 어려워지면 기도와 후원과 격려로 사명을 이어가며, 돌봄이 필요한 때에도 여전히 믿음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교회의 시니어 사역도 시니어를 보호하고 돌보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자신의 은사와 경험을 다시 발견하고 교회와 이웃을 섬기며, 삶의 형편과 신체적 능력이 달라지더라도 생의 마지막까지 믿음과 사명을 이어가도록 돕는 사역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누가 시니어를 섬길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실제적인 질문이 하나 남는다. “이 많은 시니어들을 누가 섬길 것인가?” 담임목사가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면 교회마다 시니어 전문 교역자를 별도로 세울 수 있을까? 대형교회라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와 미주 한인교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교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담임목사는 설교와 예배, 심방과 상담, 행정과 교육, 전도와 선교, 다음세대 사역 등 수많은 목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있다. 여기에 급증하는 시니어들의 신앙생활과 소그룹, 돌봄과 상담, 재사역화와 선교, 그리고 생의 마지막 준비까지 모두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벅찬 일이다.

그렇다고 시니어 사역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회 안에 이미 있는 전·현직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 ⑨ 평신도 중직자들을 훈련하여 시니어 사역자로 세우는 것이다.

교회안에는 이미 준비된 사역자들이 있다

시니어 사역자를 찾기 위해 반드시 교회 밖부터 바라볼 필요는 없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이미 우리 교회 안에 많은 사람을 준비해 놓으셨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오랫동안 교회를 섬겨 온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 등 평신도 중직자들이다. 현재 직분을 맡아 섬기고 있는 사람도 있고, 정해진 연령에 따라 공식적인 직책에서 은퇴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예배와 기도, 봉사와 헌신으로 교회를 섬겨 왔다. 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 함께 기도했고, 교회를 세우고 성장시키는 일에 헌신했으며, 다음세대를 양육하고 선교를 후원하였다. 또한 사회에서도 교육, 행정, 의료, 사업, 기술,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신앙과 삶의 경험은 초고령화 시대의 교회가 새롭게 발견해야 할 중요한 자원이다.

특히 현직과 은퇴자를 구분하여 어느 한쪽만을 사역의 대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현직 중직자에게는 지금 맡고 있는 직분을 통해 교회를 섬기는 것과 함께 증가하는 시니어들을 돌보고 세우는 새로운 사역의 영역이 열릴 수 있다. 은퇴한 중직자 역시 공식적인 직책에서는 물러났지만 그동안 쌓아 온 신앙과 경험을 새로운 형태의 사역으로 이어갈 수 있다. 은퇴 제도 자체를 부정하거나 은퇴한 사람을 다시 과거의 직책과 권한으로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직책에서의 은퇴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에서의 은퇴는 다른 문제이다. 현직자에게는 사역의 확장이 필요하고, 은퇴자에게는 사역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직책의 유무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맡겨진 사람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 하는 소명이다.

담임목사 중심에서 동역 목회로

초고령화 시대의 시니어 사역은 담임목사 한 사람의 열심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목회자가 모든 시니어를 직접 만나고, 모든 소그룹을 인도하고, 모든 아픈 사람을 돌보고, 상담과 심방까지 담당하는 구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시니어 사역은 ‘목회자가 모든 것을 하는 구조’에서 ‘훈련된 평신도와 함께하는 동역 구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목회자의 역할을 축소시키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담임목사는 시니어 사역의 비전과 목회적 방향을 제시하고, 적합한 평신도 지도자를 발굴하고 훈련하며, 사역을 위임하고 영적으로 지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훈련받은 평신도 시니어 사역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돌보며 사역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지면 목회자는 모든 사역을 직접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세우고 사역을 확장시키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시니어 사역에는 또래 관계가 중요하다. 젊은 목회자가 시니어의 문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은퇴와 신체적 변화, 자녀의 독립, 배우자의 질병과 사별, 경제적 변화 등을 직접 경험하고 있거나 가까이에서 경험한 또래의 시니어는 다른 차원의 공감과 이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시니어가 시니어를 섬기는 사역이 중요한 목회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동역 구조는 교회의 규모와 시니어의 수에 따라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다. 시니어가 하나의 그룹을 이룰 정도인 소형교회라면 훈련받은 평신도 한 사람을 시니어 사역자로 세워 담임목사와 협력하여 소그룹 인도와 돌봄, 심방과 영적 동행 등의 사역을 담당하게 할 수 있다. 반면 시니어가 많아 여러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 주.대형 교회라면 전체 시니어 사역을 조정하는 담당 목회자 또는 평신도 “시니어 사역 디렉터(Director)”를 한 사람 세우고, 그 아래에 여러 명의 평신도 리더를 세워 사역을 분담할 수 있다. 이때 단순히 인원만 나누기보다 소그룹, 돌봄과 심방, 상담과 영적 동행, 선교와 봉사, 디지털 사역 등 교회의 필요와 리더들의 은사에 따라 전문 분야별 소그룹 리더를 세울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모든 교회가 동일한 조직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형편에 맞게 평신도 시니어 사역자를 세우고 그들에게 실제적인 책임과 사역의 영역을 맡기는 것이다.

평신도 시니어 사역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훈련받은 평신도 시니어 사역자가 감당할 수 있는 첫 번째 영역은 소그룹 사역이다. PULI 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시니어들이 원하는 사역 가운데 소그룹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훈련받은 장로나 권사, 안수집사가 몇 명의 시니어를 맡아 정기적으로 만나 말씀과 삶을 나누고 서로의 형편을 살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친교 모임으로 끝내지 않고 소그룹 안에서 서로 돌보고 기도하며, 각자의 은사를 발견하고 다시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돌봄과 영적 동행 사역이다. 시니어가 증가할수록 질병과 입원, 배우자 사별, 외로움과 고립, 요양시설 입소 등의 문제도 증가한다. 훈련받은 평신도 사역자가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방문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기도할 수 있다. 이는 전문 의료나 상담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영적 돌봄(Spiritual Care)이다. 단순히 도움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질병과 상실 가운데서도 그 사람이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믿음의 주체로 살아가도록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시니어의 재사역화를 돕는 일이다. 평신도 시니어 사역자는 “무엇이 필요하십니까?”라고만 묻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금도 당신에게 주신 은사와 사명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중보기도, 다음세대 멘토링, 선교 후원과 행정, 교육과 봉사, 전문성을 활용한 재능기부 등 각 사람에게 남아 있는 은사와 경험을 발견하여 새로운 사역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시니어 사역의 중요한 목표는 도움을 받는 사람을 계속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남겨 두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에서 다시 누군가를 섬기는 사람으로 세우는 데 있다.

네 번째는 ⑨의 마지막 여정을 동행하는 사역이다. 시니어 사역은 건강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활동이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아야 할 때에도 신앙의 주체로 살아가도록 돕고, 용서와 화해, 신앙의 유산, 부활과 영생의 소망 가운데 본향을 준비하도록 동행해야 한다. 결국 평신도 시니어 사역자는 단순한 프로그램 진행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노년의 삶과 신앙을 함께 걸어가는 동역자라고 할 수 있다.

평신도 시니어 사역자에게는 훈련이 필요하다

장로나 권사, 안수집사로 오랫동안 교회를 섬겼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시니어 사역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신앙생활과 교회 봉사의 경험은 매우 귀중한 자산이지만, 시니어 사역을 위해서는 그 경험에 전문적인 이해와 실제적인 훈련이 더해져야 한다. 노화에 따른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변화를 이해하고, 경청과 의사소통, 상실과 사별, 영적 돌봄, 소그룹 인도, 상담의 기본 원리, 재사역화와 선교, 디지털 환경, 죽음과 부활 신앙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니어를 바라보는 성경적·신학적 관점이다. 시니어를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거나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만 사역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몸이 약해지고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때에도 그 사람은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엄한 존재이며 믿음의 주체이다. 따라서 시니어 사역자는 무엇을 해 줄 것인가에 앞서 시니어를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인가를 먼저 배워야 한다.

이러한 관점의 기초에는 “삶으로 나타나는 영성(Spirituality)”이 있어야 한다. 영성이 빠진 액티브한 시니어의 삶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에 머물 수 있고, 재사역화는 일반적인 자원봉사가 될 수 있으며, 돌봄은 사회복지적 돌봄에, 귀향은 일반적인 웰다잉 교육에 머물 수 있다. 말씀과 기도, 예배와 공동체, 소명과 섬김, 그리스도의 제자됨, 부활과 영생에 대한 소망이 시니어 사역의 모든 영역을 관통해야 한다. 결국 평신도 시니어 사역자를 훈련한다는 것은 교회의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기 위한 자원봉사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니어의 신앙과 삶을 함께 세워 갈 영적 동역자를 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학적 기초와 함께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천적 훈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시니어 사역자가 교육을 받은 뒤 자신의 교회로 돌아가 “그래서 이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시니어 소그룹을 어떻게 조직하고 인도할 것인지, 혼자 지내거나 돌봄이 필요한 시니어를 어떻게 찾아내고 관계를 맺을 것인지, 대화와 경청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한 사람의 은사와 경험을 어떻게 발견하여 새로운 사역으로 연결할 것인지, 질병과 사별을 겪는 사람과 어떻게 신앙적으로 동행할 것인지 등 실제 사역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California Prestige University Lifelong Institute 가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백세사역 지도자 과정」도 이러한 방향에서 시니어 사역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앞으로 이 과정은 이론 중심의 교육을 넘어, 전·현직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 등 평신도 지도자들이 교육을 받은 후 각자의 교회로 돌아가 실제 시니어 사역을 시작하고 이끌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실제적인 훈련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교회의 규모와 형편에 따라 한 사람이 시니어 사역을 맡을 수도 있고, 여러 명의 지도자가 각자의 은사와 전문성을 따라 사역을 나누어 맡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냐가 아니라, 시니어를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걸어갈 훈련된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사람을 세우는 것이 시니어 사역의 시작이다

초고령화는 교회에 부담만 안겨주는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교회 안에는 오랜 신앙생활과 교회 봉사, 그리고 사회생활을 통해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한 사람들이 이미 있다. 현직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에게는 지금의 직분을 새로운 사역의 영역으로 확장할 기회가 있고, 은퇴한 중직자에게는 그동안 쌓아 온 신앙과 경험을 새로운 형태의 사역으로 전환할 기회가 있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을 발견하고 훈련하여 시니어들을 섬길 동역자로 세우는 것이다.

시편 기자는 “그들은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청청하리로다”(시 92:14)라고 노래한다. 초고령화 시대의 교회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늘어나는 시니어의 숫자만이 아니다. 그들 안에 하나님께서 오랜 세월 준비해 놓으신 신앙과 경험과 은사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사람을 세워 다시 사람을 섬기게 해야 한다. 시니어 사역의 시작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