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 내 유급 교구 성직자 수가 위기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은퇴보다 사임으로 사역을 떠나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성공회 캠페인 단체 '교구 살리기'(Save the Parish)는 지난 4일 '교구 사역: 영국성공회 내 유급 성직자 수 감소 위기 해결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성직자 부족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영국성공회의 유급 사역자는 6,682명이며, 그 가운데 3,153명은 55세 이상이다. 특히 한 해 동안 379명의 성직자가 사임한 반면 278명이 은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직 후보자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성직자 양성 과정 지원자는 2020년 591명에서 2024년 370명으로 줄었으며, 2025년에는 417명으로 소폭 회복됐다.

'Save the Parish' 회장이자 런던 그레이트 세인트 바솔로뮤 교회 담임인 마커스 워커 목사는 X를 통해 "이는 영국성공회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라며 "사제직에 지원하는 남녀가 없다면 사제들이 성례를 집전하고, 복음을 전하고, 병자를 방문하고, 아기에게 세례를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성직자들이 소진된다면 사제직에 지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성직자 부족의 배경으로 현직 성직자들의 열악한 사역 환경을 지목했다. 2017~2025년 진행된 '리빙 미니스트리(Living Ministry)'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29%가 경증에서 임상적 우울증 가능성을 나타내는 점수를 기록했으며, 5명 가운데 2명은 고립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전체 근무시간보다 행정 업무량이 목회 사역을 방해하는 것이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나타났다. 교회 지도부를 희망의 원천으로 꼽은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보고서는 성직자들이 자신을 "저평가되고, 자원이 부족하고, 과로하고, 좌절하고, 취약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환경이 새로운 성직 후보자 유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교구와 중앙 교회 조직 사이의 신뢰 약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인 수 증가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조직 개편, 직업 안정성 부족, 본당 재정 문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신학 교육 역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참가자들은 신학 교육이 기능적·관리적인 성격에 치우치고, 성공회 교회론과 전례, 역사 및 신학 교육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에 'Save the Parish'는 서품 교육 전액 지원, 교구 성직자 예산 삭감 중단, 성직자를 위한 '돌봄의 협약' 마련, 성직 후보자 지원 및 멘토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한 교구 사역의 성과를 단순한 교인 수나 통계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도 제시했다.

워커 목사는 C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일에서 기쁨을 찾는 성직자들이 교회의 가장 효과적인 인재 영입 담당자"라며 "이 보고서가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지만, 우리가 받은 재정과 재능, 열정과 은혜를 어떻게 활용해 영국 국교회 사제직의 정신을 되살릴 수 있을지 논의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