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성공회에서 보수적 복음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세계성공회미래회의(GAFCON·이하 가프콘)가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본부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성공회협의회(Anglican Consultative Council·ACC) 의장인 로랑 음반다(Laurent Mbanda) 르완다성공회 대주교는 지난 8월 29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8월 22일 브라질 헤시페에서 열린 이사회의에서 내려졌다. 이사회에서는 가프콘의 향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으며, 아부자가 가프콘의 최근 역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본부 소재지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본부 설립은 런던에 본부를 둔 기존 성공회 체계와 별도의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가프콘에 처음으로 물리적인 행정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프콘은 지난해 10월 캔터베리 대주교와 램버스 회의, 성공회 자문위원회, 성공회 수장회의 등 기존 성공회 주요 기구들이 성공회의 교리와 규율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그들의 권위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성경을 공동체의 유일한 친교의 기반으로 삼고, 새로운 성공회 연합체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음반다 대주교는 성명에서 "기술 발전으로 지도자들이 국경을 넘어 협력할 수 있게 됐지만, 공동체의 삶과 사명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이자 행정 중심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본부가 우선 행정센터로 출발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도자들을 모으고, 훈련시키며, 역량을 강화하는 장소'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부지와 설립 일정, 예산 등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음반다 대주교는 "새로운 기지를 조성하기까지 상당한 작업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가프콘은 나이지리아성공회와 함께 본부 설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음반다 대주교는 "나이지리아성공회가 이 계획에 대해 열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아부자는 이미 가프콘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3일부터 6일까지 아부자에서 열린 G26 회의에는 주최 측 집계로 27개 교구에서 주교 347명과 성직자 및 평신도 지도자 121명이 참석했다. 나이지리아성공회가 주최한 이 회의는 가프콘의 새로운 지도체계를 공식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회의는 이른바 '아부자 선언'으로 마무리됐다. 가프콘은 아부자 선언을 통해 기존 성공회 체계가 성경적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성공회 연합체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기존 가프콘 수장협의회를 대신해 ACC를 새로운 연합체의 지도기구로 세우고 음반다 대주교를 의장으로 임명했다. 브라질 성공회 수장인 미겔 우초아 카발칸티 대주교가 부의장을, 폴 도니슨 주교가 총무를 맡고 있다.
가프콘과 캔터베리 중심의 성공회 체계가 갈라진 배경에는 동성 관계와 여성 성직자 문제 등을 둘러싼 신학적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동성 관계에 있는 체리 반 주교가 웨일스 성공회 대주교로 선출되고,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지지해 온 사라 멀럴리 주교가 최초의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된 것과도 맞물려 있다.
가프콘은 이제 아부자를 중심으로 지도자 훈련과 네트워크 강화, 행정 업무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음반다 대주교는 성명에서 "새로운 본부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각 지역의 성공회 신자들을 섬기는 기반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프콘은 오는 2027년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브라질 헤시페에서 평신도를 위한 초청 기도 모임인 G27을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