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하지만 오래전 보았던 영화 한 편의 감동은 아직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바로 십계이다.
그 영화는 단순한 성경 영화가 아니었다. 광활한 사막과 웅장한 음악, 그리고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은 어린 시절의 내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특히 찰톤 헤스톤이 연기한 모세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내 삶 속에는 영화 《십계》와 연결된 작은 인연들이 오래도록 추억처럼 남아 있다.
대학 시절, 나는 오전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할리우드의 한 스토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민 초기였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바빴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한 중년 남성이 가게를 찾아와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 앞에 섰다. 그런데 현금이 없었던 그는 크레딧카드로 계산하려 했다. 문제는 가게 주인이 평소 “카드는 받지 말라”고 엄하게 이야기해 두었다는 점이었다.
손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유명한 배우라고 설명했지만, 당시의 나는 할리우드 배우들을 거의 알지 못했다. 그는 조금 당황한 듯했고, 나 역시 어쩔 줄 몰라 서 있었다. 결국 나는 그분을 믿고 물건을 그냥 드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바로 영화 《십계》에서 조슈아 역을 맡았던 배우 존 데릭이었다는 사실을.
그 순간 얼마나 허탈하고도 웃음이 났던지 모른다. 모두가 알아보는 유명 배우를 나만 몰라봤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사인이라도 하나 받아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어쩌면 그때의 순수하고 어설펐던 젊은 시절이 있었기에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일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며 나는 한 가지 작은 결심을 했다.
“언젠가 아들이 태어나면 이름을 Joshua라고 지어야겠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우리 가정에도 아이들이 태어났다.
첫째 딸에 이어 둘째가 아들로 태어났을 때,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름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렇게 아들의 이름은 Joshua가 되었다. 젊은 시절 우연히 만났던 영화 속 배우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던 《십계》의 감동이 그 이름 안에 조용히 담기게 된 것이다.
그 후 또 하나 잊지 못할 순간이 찾아왔다.
아들 Joshua가 여섯 살쯤 되었을 때였다. Richard Nixon Presidential Library and Museum에서 찰톤 헤스톤의 북 사인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아내와 딸, 그리고 Joshua를 데리고 그곳을 찾았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어린 Joshua가 책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자, 찰톤 헤스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 “What is your name, son?”
아들은 또박또박 대답했다.
> “My name is Joshua.”
그러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My name is Moses.”
순간 나는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마치 영화 속에서 모세와 조슈아가 다시 만나는 장면 같았다.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그 순간은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빛나는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돌이켜보면 이 이야기들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개인의 추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영화와 인생, 그리고 가족의 시간이 조용히 이어진 특별한 이야기이다.
홍해를 가르며 백성을 이끌었던 모세,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광야의 길을 걸었던 조슈아처럼, 나 역시 마음속으로 작은 기도를 드린다.
내 아들 Joshua도 자신의 삶 속에서 믿음과 책임을 이어가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간 속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걸어가기를.
그리고 나 또한 지나간 세월의 추억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