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웨일스에서 2023년 발생한 임신 가운데 거의 3분의 1이 낙태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 건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으며, 이를 둘러싼 법·제도와 안전성에 대한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영국 통계청(ONS)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2023년 영국과 웨일스에서는 총 87만 1,050건의 임신이 발생했으며, 그 가운데 27만 9,970건이 낙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임신의 약 32%에 해당하는 수치다.

낙태 건수는 2022년의 24만 7,705건보다 13.0%,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20만 7,045건과 비교하면 35.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체 임신 건수는 증가했지만 실제 출산 건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아, 최근 임신 증가분의 상당수가 낙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임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낙태는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1969년부터 2023년까지 모든 연령대 여성의 임신, 출산 및 낙태 건수(천 건 단위). ⓒ영국 통계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1969년부터 2023년까지 모든 연령대 여성의 임신, 출산 및 낙태 건수(천 건 단위). ⓒ영국 통계청

30~34세 여성은 26만 810건으로 7년 연속 가장 많은 임신 건수를 기록했으며, 1,000명당 118.9건으로 가장 높은 임신율을 나타냈다. 다만 이 연령대는 낙태 비율이 가장 낮아 전체 임신의 22.4%만이 낙태로 종결됐다.

반면 20세 미만 여성은 임신의 절반 이상이 낙태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청소년 임신율은 여성 1,000명당 28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임신 건수도 2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40세 이상 여성의 임신율은 여성 1,000명당 17.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연령층의 낙태 비율도 2013년 28.3%에서 2023년 38.0%로 크게 증가했다.

관계 상태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2022년 기준 기혼 또는 사실혼 관계인 여성의 임신 가운데 약 12%가 낙태로 이어진 반면, 미혼 여성의 경우 37.9%였다. 또한 혼외 임신 여성 가운데 출산 전에 결혼한 경우는 2.3%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웨스트미들랜즈가 여성 1,000명당 80.9건으로 가장 높은 임신율을 기록했고, 남서부 지역은 64.8건으로 그 수치가 가장 낮았다.

최근 낙태 증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도입된 '우편 배송 낙태약 서비스'가 거론되고 있다. 이 제도는 임신 10주 이내의 여성이 전화나 온라인 상담만으로 낙태약을 처방받아 우편으로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지난 1월 영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2023년 낙태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련 법률과 안전장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비평가들은 대면 진료 없이 낙태약을 제공하는 현행 제도가 여성과 미성년자에게 의료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약물 처방 전에 대면 의료 상담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영국 하원에서는 형사처벌 없이 여성 스스로 임신 말기까지 낙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대면 상담을 다시 의무화하는 수정안은 부결됐다.

영국의 낙태 제도와 안전장치를 둘러싼 사회적·정치적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