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 "모자에 글자, 규정 위반"
무지개 모자 착용 거부한 선수도
성경구절 적는 것이 혐오? 논란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6월 13일 '프라이드 나이트(Pride Night)'를 맞아 '무지개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제작해 선수들이 착용한 가운데, 모자에 성경 창세기 구절을 적어넣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 3명에게 경고 조치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MLB는 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San Francisco Giants) 투수 랜든 루프(Landen Roupp), JT 브루베이커(JT Brubaker), 라이언 워커(Ryan Walker) 등 3인에게 "향후 유사한 규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했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것은 6월 1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대 시카고 컵스 전에서 열린 '프라이드 나이트' 행사였다. 이날 경기에 앞서, 경기장 오라클 파크에서는 동성 커플의 '결혼 갱신식'도 열렸다.

이날 선수들은 무지개색 로고가 들어간 특별 모자를 착용했는데, 루프와 브루베이커, 워커는 모자 옆면에 'Genesis 9:11-16' 또는 'Genesis 9:12-16' 등의 성경구절을 적어 경기에 나섰다. 다른 투수 샘 헨지스(Sam Hentges)는 아예 무지개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일반 모자를 썼다. 

이들이 적은 창세기 9장 12-16절은 하나님과 노아의 언약을 설명하는 본문으로, 동성애 진영이 무지개가 뜻하는 성경적 의미를 변질시키려는 의도로 '6색 무지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항해 기독교인들이 주로 인용하는 구절이다.

루프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지개는 하나님의 언약의 상징"이라며 "증오(hate)는 전혀 없다. 나는 하나님을 믿고 그 믿음 위에 서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누군가 불쾌하게 생각한다면, 먼저 성경을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며 "우리는 각자 믿고 싶은 것을 믿고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MLB는 일단 선수들의 행위가 표현 내용 때문이 아니라, 유니폼 규정 위반이기에 경고했다는 입장이다. 팻 코트니 MLB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모자에 글을 적는 행위는 리그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통상 절차에 따라 선수들에게 향후 위반 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벌금이나 출장 정지 등의 추가 징계는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미국 현지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동성애자 진영은 당연히 선수들에게 비판적이다. 현지 매체 아웃스포츠(Outsports)는 선수들의 행동에 대해 "'프라이드 나이트'를 겨냥한 반(反)LGBTQ 메시지"라며 "무지개를 기독교의 상징으로 되찾으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선수들이 성소수자 공동체의 상징을 '무기화했다'"는 평가도 전했다.

전통적으로 동성애자들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들도 비판적이다. 일부 팬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즌권을 포기하겠다", "도시의 포용 정신을 훼손했다"고 반발했으며,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스콧 위너(Scott Wiener)도 공개적으로 선수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야구 등 스포츠을 전하는 국내 한 매체도 "혐오가 전혀 없다는 선수들의 항변은 궤변에 가깝다"며 "루프를 비롯한 투수들은 1년 365일 중 구단이 성소수자 팬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유일한 하루를 골라 글씨를 적었다. 의도적인 거부이자 배제의 메시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수 성향 시민들과 일부 팬들은 "성소수자 상징은 허용하면서 성경구절은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이중잣대"라고 반박하고 있다. MLB 관련 온라인 토론에서는 "프라이드 모자는 쓰도록 하면서 성경구절은 안 된다는 것이 종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자이언츠 구단은 성명을 내고 "개별 선수들의 선택이 LGBTQ 공동체에 상처와 분노를 안겨준 점을 이해하며,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동시에 다양한 배경과 신념을 가진 구성원들을 존중한다"고 밝혔다.